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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 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설탕 제조사들의 담합사건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 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설탕 제조사들의 담합사건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설탕 시장을 장기간 과점해 온 씨제이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3개 제당사에 총 4083억 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담합 사건 가운데 과징금 총액 기준으로 세 번째, 사업자당 평균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번 제재의 핵심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4년여 동안 8차례(인상 6회·인하 2회)에 걸쳐 설탕 기업간거래(B2B)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미리 합의한 행위다. 특히 코로나 시기와 경기침체로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이들 기업들은 시장의 과점 구조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이미 과거에도 담합에 따른 제재를 받았지만 또 반복됐다"면서 "코로나 시기 국민 고통을 외면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한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원당 값 올릴 땐 즉각, 내릴 땐 지연"... 원가를 방패 삼은 가격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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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 제당 3사는 원당 가격이 오를 때는 인상 시점과 인상률을 사전 조율해 신속히 가격에 반영했다. 가격 인상에 난색을 보이는 음료·제과업체에는 3사가 공동 보조를 맞춰 압박하거나, 점유율이 가장 높은 회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그 경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반대로 원당 가격이 하락할 때는 인하 폭을 최소화하거나 인하 시점을 늦추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공정위는"가격 인상은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고, 가격 인하는 최대한 억제됐다"고 판단했다.

 설탕제조 판매회사들간 원당 가격 등 각종 정보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내부 메일.
설탕제조 판매회사들간 원당 가격 등 각종 정보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내부 메일. ⓒ 공정거래위원회

이들 담합은 해당 회사 대표와 본부장급 모임에서 큰 틀을 정하고, 영업임원과 팀장급이 세부 실행방안을 조율하는 등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많게는 월 9차례까지 접촉하며 거래처별 협상 전략과 대응 방안을 공유했다. 또 지난 2007년 담합 전력 이후 전자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정황도 확인됐다.

이날 제재방안을 직접 발표한 주병기 위원장은 "설탕은 거의 모든 가공식품의 기초 원재료로, 국민이 체감하는 식료품 물가와 직결된 품목"이라며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국민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과점 구조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한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주병기 위원장 "코로나 시기 국민 고통 외면한 중대 위법"

그는 또 "과거 제재를 받고도 다시 담합을 반복한 점, 조사 개시 이후에도 공동 대응을 지속한 점을 엄중하게 고려했다"며 "가격 변경 내역 보고명령 등 강도 높은 시정조치를 통해 카르텔 재발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정위는 ▲3년간 연 2회 가격 변경 현황 보고 ▲임직원 교육 및 자체 조사 의무 ▲담합 가담자 징계 규정 신설 등 구조적 개선 조치를 병행했다. 단순 과징금 부과를 넘어 시장 감시 체계를 상시화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설탕 시장은 3사의 점유율 합계가 약 89%에 이르는 과점 구조다. 기본 관세율 30%의 높은 장벽, 대규모 장치산업 특성상 신규 진입이 어려운 환경이 이들 가격 담합의 바탕이 됐다.

공정위는 "이처럼 진입장벽이 높고 과점 구조가 고착된 시장에서 담합이 장기간 지속된 점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업체는 2007년에도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더욱이 2024년 3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하고, 조사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응을 논의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또 이번 공정위 결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해온 '설탕 분담금' 구상과도 맞물린다. 정부가 건강·사회적 비용을 이유로 당류 관련 부담금 도입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설탕 가격 형성 자체가 경쟁이 아닌 합의에 의해 좌우됐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 위원장은 "생활필수품 분야 담합은 소비자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밀가루·전분당 등 진행 중인 사건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설탕 한 스푼의 가격을 둘러싼 이번 제재는 단순한 기업 일탈을 넘어, 과점 구조와 물가 정책, 건강 재정 논의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경쟁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에서 부담금만 부과하는 정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가격의 투명성' 없이는 어떤 물가·건강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 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설탕 제조사들의 담합사건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 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설탕 제조사들의 담합사건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주병기위원장#설탕담합#씨제이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구조적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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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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