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 전 조국혁신당과의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정청래 대표가 사사건건 대통령 발목을 잡고 계속 충돌하며 혼란을 만드니..."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6월 지방선거 전 합당이 무산된 이후, '당내 경선 1인 1표제' 확정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정청래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비관적인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합당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제때 수습되지 못하고 2차 특검 추천 논란 등 여러 인사 문제까지 엮이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이 중상을 입어 쉽게 회복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합당 논란이 여권 내 권력 투쟁으로 비화한 만큼 향후 당 운영 방식의 변화와 지방선거 성적표가 당대표 연임 가능성을 좌우할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원들의 자조... "이렇게 자충수를 두면 어떻게 돕나"
이번 합당 논의가 중단되기까지 과정을 돌아보면 정 대표의 거칠고 일방적인 리더십이 당내에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옛날 같았으면 대표를 그만둬야 하는 정도"라며 "정 대표가 놓는 수마다 무리수였고 오해가 생겼다. 이런 큰 실수가 더 있으면 연임에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합당을 강행했다면 의원들 사이에서 퇴진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을 것"이라며 "나는 정청래가 무너지는 걸 원치 않는다. 그런데 소통이 너무 거칠어서 이렇게 자충수를 두면 어떻게 도와드리냐"라고 덧붙였다.
사석에서 만난 의원들도 "정 대표 리더십이 손상됐다", "지금으로선 연임이 어렵다고 본다", "본인이 연임을 안 하려 하지 않겠냐"라며 부정적이었다. 한 초선 의원은 그동안 당청 엇박자로 정 대표에 누적된 불만이 이번 합당 이슈를 계기로 터져 나왔다며 정 대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전까진 정 대표에 대한 의심과 걱정이 있어도 표명을 안 했는데, 이번엔 결과가 너무 최악이라 '이러면 안 되는데?', '선을 넘었네?', '당을 왜 이렇게 만들지?'라며 당 안팎에서 들고 일어났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원들이나 국민들 입장에선 정 대표가 사사건건 대통령 발목을 잡고 계속 충돌하며 혼란을 만드니, 연임에 도전할 순 있겠지만 녹록지 않을 것 같다."
"전준철·서민석·이진련 건이 치명적이었다"

▲6·3 지방선거 전 조국혁신당과의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언주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손을 잡고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정 대표는 앞서 1월 22일 최고위원들과 사전 협의 없이 합당 제안을 발표했고 곧바로 절차적 정당성 시비가 불거졌다. 반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이 합당 절차를 문제 삼으며 정 대표를 공개 비판한 데 이어, 합당 추진에 반대하는 당내 의원들의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 등으로 민주당은 내홍에 직면했다. 정 대표는 결국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 중단'이 중론이었던 의원총회를 거쳐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합당 제안을 19일 만에 거둬들였다.
이와 함께 당내에서 불거진 인사 논란이 정 대표의 리더십에 추가 타격을 입혔다. 정 대표와 가까운 이성윤 최고위원은 2차 종합특검 후보자로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했으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변호인을 맡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여기에 당대표 법률특보로 임명됐던 서민석 변호사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를 맡아 이 대통령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자진 사퇴했다.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 국면에서 이 대통령 공격에 앞장 선 친이낙연계 이진련 전 대구시의원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임명한 것도 역풍을 맞고 결국 임명을 취소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전준철·서민석·이진련 건이 치명적이었다"라며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정 대표가 대통령에 대한 존중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심어준 게 합당을 철회하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합당에 반대했다는 한 의원도 "의원들의 가열찬 반발과 특검 후보 추천 문제가 겹치면서 당대표가 상당히 곤혹스러운 위치에 처했고 합당 동력을 잃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합당 좌초에 결정타가 된 여러 차례의 인사 논란으로 인해 정 대표의 본심과는 관계없이 그가 이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이미지를 얻은 것은 정권 초기 큰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향후 당 운영과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 대표의 리더십 동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팔로우십은 대의와 명분이 분명하면 다 따르는 것"이라며 "정 대표 연임이 어려워졌다는 건 섣부른 예단"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합당 이슈가 정 대표에게) 위기였는지 기회였는지는 더 봐야 한다. 6월 지방선거 성과를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석에서 만난 한 초선 의원은 "정 대표 지지 당원은 여전히 과반이라고 본다"라면서도 "다만 정 대표 지지세는 점점 내려가지만 김민석 국무총리는 당에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고 지지세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두 지지세가 교차하면서 (정 대표가 김 총리에 뒤지게 되는) 데드크로스가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더 공고화 될 친청 대 반청 구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13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시민들을 만나 설 명절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합당 이슈로 조기 점화된 차기 당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은 친청(친정청래) 대 반청(반정청래) 구도를 더 공고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2일 민주당 의원 87명이 참여한 가운데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은 반청 세결집용이라는 평가에는 손사래를 쳤지만, 박수현(수석대변인)·한민수(대표 비서실장) 등 정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출범일 기준으로 배제되면서 의심은 계속되고 있다.(
관련 기사: '이 대통령 공소취소 모임' 출범, '친정청래' 인사들 빠져 뒷말 https://omn.kr/2h1bw).
이 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이건태 의원이 13일 정 대표가 2차 특검 후보에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한 당사자인 이성윤 최고위원을 당내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하자 "당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정 대표를 저격하면서 당내 충돌이 또다시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이번 합당 추진 과정에서 민주당 당원들에게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방송인 김어준씨와 유시민 작가 등이 정 대표를 외곽에서 지원사격 했는데도 갈수록 합당 반대 여론이 높아진 점 등은 정 대표에게 녹록지 않은 당내 여론지형 변화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