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기사 보강 : 오후 7시 10분]
2022년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불법 원정도박' 의혹과 관련해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경찰관이 "대통령실에도 첩보가 보고됐지만, 정식 사건으로 배당되지 않았다"고 법정 증언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정원주 전 총재비서실장 등에 대한 1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오전 재판 증인으로 나선 A씨는 춘천경찰서 소속이던 2022년 5~7월 세 차례에 걸쳐 통일교 내부자로부터 한 총재 관련 비위 첩보를 받았다. 해당 첩보는 '한 총재가 신도들의 헌금을 갖고 해외 원정도박을 자주 하며, 주변 참모들이 제지하지 않아 통일교 자체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였다.
A씨는 해당 첩보 내용과 2012년경 한 총재의 미국 국세청 제출 자료를 토대로 한 총재와 정원주 당시 총재 비서실장 등 통일교 고위 간부 7명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업무상 횡령, 상습 도박 등 혐의를 명시한 첩보 보고서를 작성해 경찰 내부 시스템에 등록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보고서가 최고 등급인 '별보'를 받았다"며 "해당 등급의 경우, 대통령실까지 보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청이 추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당 보고서를 정식 사건으로 배당하지 않고 '보관' 처리했다는 것이 A씨의 증언이다. 그는 "정식 사건으로 배당되고 경찰에서 신변을 보호하면 통일교 내부자가 '추가 자료를 내겠다'고 밝혔다"며 "별보 등급까지 받고도 사건 배당조차 되지 않은 이 상황은 이례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사건 전후 맥락을 두고 우인성 재판장은 "해당 사건 이후에도 (다른 건의 첩보를) 보고한 적 있냐"는 구체적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A씨는 "다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통일교 관련) 첩보 이후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꼈다"며 "이후에도 (다른 첩보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 총재는 2022년 10월경 해당 사건 관련 수사 정보를 취득한 후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 수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윤 전 본부장에게 연락해 "한 총재님이 카지노 하시냐", "세계본부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 있으니 대비하라"며 수사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학자 총재, 증거인멸 우려 없다" 재차 보석 호소
구속 중인 한 총재는 "낙상 사고"를 사유로 최근 연이어 법정에 불출석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11차 공판 때 "(한 총재의) 건강 상태를 알고 싶으니, 건강검진을 예약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총재 측은 이날 "고령에 여러 복합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단순한 일반 검진만으로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가올 12~13일과 19~20일 4일에 걸쳐 입원 검진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총재 측은 오전 재판 종료 직전 "재판부에 한 총재의 보석 신청에 관한 의견을 올리고 싶다"며 말문을 열기도 했다. 한 총재 측은 "내일 당장 (한 총재가) 생을 마감해도 하나 이상할 것 없다"며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피고인이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서 최소한의 건강을 회복하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 총재 측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제 피고인이 구치소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더 이상 인멸할 증거나 증인도 남아있지 않다"며 "통일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증인들에 대한 변호인 사전 면담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한 총재는 지난해 11월 초 건강 악화와 입원 치료 필요성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1일 보석 심문을 진행했으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공판에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 측은 남도현·박기태·박예주 검사가 출석했다. 한 총재의 변호인으로는 권오석·류재훈·서경원·송우철·이혁·임은지(이하 법무법인 태평양)·강찬우·심규홍·이남균(이하 법무법인 LKB 평산) 등 총 9명이 출석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5일에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