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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초순, 6학년 학생들 졸업식에 다녀왔다. 혹시나 졸업식에 아무도 못 오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120 송이의 장미 비누꽃을 준비해갔다. 모두가 축하 받아야 하는 자리에 누구도 외롭지 않길 바랐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아이들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싶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졸업 가운을 정리하며 서 있었더니, 어떤 아이는 어린 아이처럼 안겼고, 어떤 아이는 울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쑥스러운 듯 고개만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 떠났다. 서둘러 떠나 얼굴을 보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 인사를 마치고 빈 강당을 바라보니, 여러 감정들이 밀려왔다.

지난 날들을 돌아보니 대체로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을 했지만 때때로 힘든 순간들도 있었다. 꽃밭에 물을 주듯 같은 사랑을 골고루 전하려 애썼지만, 봄날의 꽃처럼 기다렸다는 듯 피어나는 아이도 있었고, 자신만의 껍질 속으로 더 들어가는 아이도 있었다. 아쉬움과 그리움에 마음이 출렁거리기 시작했을 때, 문득 떠오르는 글귀가 있어 찾아서 읽었다.

 게슈탈트 기도문(AI로 이미지 제작)
게슈탈트 기도문(AI로 이미지 제작) ⓒ 이정현

이 기도문을 읽고 보니 가르쳤던 모든 아이들을 품고,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마음은 어쩌면 너무나 큰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 뿐 아니라 인연이라는 것이 본디 그런 것 같다. 가까이 가고 싶어도 멀어지는 이가 있고, 원치 않는 오해와 갈등이 생기고, 서로 다른 생각으로 괴롭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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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기에 인간으로서 지닌 편견과 무지와 상처와 결핍과 한계를 넘어서고자 매일 기도를 하며 구하는 게 아닐까. 보다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나보다 더 큰 존재에게 내려놓고 맡길 때 전보다 더 많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품이 생기니 말이다.

그 품으로 나의 실수와 부족을 탓하는 자책으로부터 벗어나, 어딘가 깨지고 부서진 나부터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그저 내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해야지'라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럴 때면 상대방이 내 마음 같지 않다 해도 흔들림이 적어진다.

오랜만에 게슈탈트 기도문을 찾아 읽고 그 의미를 새기며, 이 지구별에서 잠시나마 함께 인연이 되었던 모든 학생들이 자신만의 삶의 길을 잘 걸어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와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졸업식#졸업식축사#졸업식의미#졸업선물#삶이사랑한다는걸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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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dalia35) 내방

일상예술가로 살아가며 교육, 예술, 심리에 관한 기사를 씁니다. @school_d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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