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코로나19 민원을 보기 위해 신갈동행정복지센터에 줄지어 선 민원인들 ⓒ 용인시민신문
용인시가 해마다 하는 사회조사는 도시의 성장 지표가 아니라 시민의 생활감각을 수치로 남긴다. 출퇴근길의 체감 교통, 아이를 키울 때 느끼는 교육·보육의 질, 병원을 찾을 때의 심리적 안정감, 월말에 닥치는 생활비 압박, 동네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정도, 주말의 문화·여가 접근성까지 '생활의 결'이 항목으로 쪼개져 기록된다.
지난 1월 26일 용인시가 공개한 '2025년 제19회 용인시 사회조사 보고서'는 지난해 8월 20일부터 9월 3일까지 용인시 표본 1,590가구(만 15세 이상 가구원)를 대상으로 면접조사 및 인터넷조사로 실시한 결과다.
이번 기획은 용인시 사회조사 결과를 2022년과 2023년, 2024년과 2025년 두 시기로 나눴다. 2022, 2023년은 코로나 팬데믹 충격이 잔존하고 사회가 회복을 모색하던 시기다. 2024, 2025년은 방역 체계가 일상으로 흡수되고 경제·산업·교육 등 각 시스템이 정상 운영으로 복귀한 뒤의 시간이다. 같은 도시, 같은 시민이지만 '불안의 기준'이 달라지면 만족의 기준도 달라진다.
핵심은 단순한 만족도 등락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용인의 일상은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안전, 건강·복지처럼 '불안 관리' 성격의 영역은 개선 조짐이 보인다. 반면 경제·고용과 주거, 교통처럼 '생활비와 시간'이 직결된 영역은 체감 만족이 정체하거나 낮아졌다. 도시가 정상화됐다고 해서 시민의 체감이 자동으로 좋아지지 않는 이유다.
사회조사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주거, 경제·고용, 가족·사회적 관계를 한 번에 보여준다. 2022년과 2025년을 비교하면 대비가 선명하다. 주거 만족(매우 만족+만족)은 2022년 50.3%에서 2025년 43.7%로 낮아졌다. 경제·고용 만족은 2022년 40.8%에서 2025년 23.3%로 크게 꺾였다. 가족·사회적 관계 만족도는 2022년 52.9%에서 2025년 44.8%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반적인 만족도'에서 안전과 건강·복지는 반대로 움직인다.
이 구조는 코로나19 이후의 생활을 설명한다. 감염병 자체의 공포가 누그러진 자리에는 물가, 이자, 고용 불안 같은 '경제적 압박'이 들어왔다. 불안의 성격이 바뀌면 만족의 분포도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 '정상화' 뒤에 남은 비용

▲한 재래시장 식당에 대기하고 있는 시민들 ⓒ 용인시민신문
팬데믹의 충격보다 '물가·주거비·고용 안정'이 생활을 더 세게 흔든다. 2022년 시민의 불편은 '중단'에서 왔다. 가게 운영, 학원, 돌봄, 각종 모임이 끊기면서 생활이 멈췄다. 2024, 2025년 시민의 불편은 '지속'에서 온다. 출근은 하고 수업은 돌아가지만 월말 고지서가 무겁고 미래가 불안하다.
그 변화는 경제·고용 만족도에서 확인된다. 2022년 경제·고용 만족이 40%대였던 반면 2025년에는 '만족' 응답이 20%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단순히 '경기가 나빠졌다'로 설명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경제 활동이 재개됐고 도시의 개발·산업 계획도 확대됐다. 그런데도 체감 만족이 떨어진다. 이 지점에 '정상화의 역설'이 있다.
팬데믹 시기에는 소비가 줄어든 대신 불확실성이 컸다. 이후 시기에는 소비가 늘어도 체감 여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하다. 주거비와 생활물가가 동시에 뛰면 소득이 조금 늘어도 체감은 악화된다. 사회조사에서 경제·고용 만족이 내려간 흐름은 '소득 자체'보다 '지출 구조'가 시민의 체감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한다.
주거 만족은 2022년 50.3%에서 2025년 43.7%로 낮아졌다. 주거는 시민 생활에서 가장 큰 비용 항목이다. 전세·월세, 대출 이자, 관리비 부담은 단순한 '주거 문제'가 아니라 곧바로 경제 체감으로 연결된다. 주거 만족이 떨어지면 경제·고용 만족이 함께 내려갈 가능성이 커진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집'이 불안하면 일상은 회복되지 않는다.
의료·건강, '아프면 안 된다'→'돌봄이 필요하다'

▲기흥구보건소 관계자들이 지역 내 소독업소를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팬데믹의 의료 공포가 지나간 자리, 일상 의료와 돌봄 체계가 평가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시기 의료는 '감염' 그 자체였다. 병원에 가는 행위가 부담이었고, 확진·격리·동선 문제는 개인의 생활 전체를 멈추게 했다.
2024, 2025년의 의료는 감염병이 아니라 만성질환, 노인 돌봄, 정신건강, 생활 속 예방 중심으로 주제가 이동한다. 이 변화는 건강·복지 만족도의 개선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다만 만족도가 올랐다는 사실이 곧 '문제가 해결됐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의료·복지는 '기대 수준이 달라진' 영역이다. 대도시에서 의료 불편은 '병원이 없어서'보다 '빨리 못 가서' 생긴다. 예약 대기, 진료 동선, 퇴근 후 이용 가능성 같은 생활 조건이 중요해진다. 팬데믹 이후 시민이 의료를 평가하는 눈은 더 일상적으로 바뀐다. 건강·복지 만족이 개선됐다면 시민이 체감하는 기본 접근성이 일정 부분 복구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교육, 팬데믹이 남긴 긴 그림자
'수업은 정상화됐다' 다음에 오는 질문은 학습격차와 돌봄 격차다. 교육은 팬데믹 때 가장 크게 흔들린 시스템이다. 2022년은 원격수업의 흔적이 남아 있던 시기다. 2023년은 학교가 정상화됐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가 표면화됐다. 2024, 2025년은 정상 운영 속에서 '교육 만족'이 재평가되는 시간이다.
전반적인 만족도에서 교육·보육은 2022년, 2023년, 2024년, 2025년 모두 '보통' 응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5년 교육·보육은 '보통'이 62.4%로 높다. 이 구조는 교육·보육이 '좋다‧나쁘다'로 양극화되기보다 대다수 시민이 '크게 불만은 아니지만 만족스럽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태에 있다는 뜻이 더 담겼다고 볼 수 있다.
교육·보육에서 불만족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도, 이는 교육 문제가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교육은 가정마다 체감의 편차가 크다. 자녀 연령, 학교 유형, 돌봄 필요, 사교육 의존 정도가 모두 다르다. 평균값은 '보통'으로 수렴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격차가 존재한다.

▲숭전중학교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대신해 각종 스포츠 활동을 하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팬데믹이 남긴 공백은 학습 결손만이 아니다. 학교가 제공하던 돌봄, 급식, 생활지도, 상담 기능이 흔들렸고 그 여파가 가정으로 전가됐다. 정상화 이후에도 맞벌이·한부모·취약가정의 돌봄 부담은 쉽게 줄지 않는다. 교육·보육을 분리해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교통, '정상'으로 돌아온 출퇴근이 만든 피로
교통 만족의 핵심은 도로가 아니라 시간이다. 교통은 코로나19 때 잠시 좋아진 영역이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외출 자제로 통행량이 줄면서 막힘이 완화됐다. 2024, 2025년은 반대다. 이동이 돌아오면 체증도 돌아온다. 시민이 느끼는 교통은 대개 '길이 좋아졌다'가 아니라 '시간이 줄었나'로 평가된다.
2025년 교통은 '보통' 45.0%가 가장 크고, 만족하지 않는 응답(만족하지 않는다+전혀 만족하지 않는다)도 19%대가 된다. 교통 만족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도시가 커지면 통행량은 구조적으로 늘고, 교통 투자는 효과가 나도 체감까지 시간이 걸린다. 특히 용인은 생활권이 넓고 외부 광역 이동이 많은 도시다. 기흥·수지의 광역 출퇴근, 처인의 산업·물류 이동이 함께 얽힌다. 시민이 느끼는 교통 문제는 '동네길'과 '광역망'이 동시에 작동해야 풀린다.
환경, '생활권' 단위의 체감으로 이동
공기와 공원보다 '생활환경의 균질성'이 만족을 좌우한다. 환경 만족은 2025년 '만족' 34.0%, '보통' 51.0%로 나타난다. 환경은 코로나19 이후 시민이 다시 동네로 돌아오면서 중요해진 항목이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남긴 변화는 '집 주변에서 보내는 시간의 증가'다. 집 근처 공원, 산책로, 소음, 쓰레기 처리, 미세먼지 같은 요소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
팬데믹을 지나며 시민은 도시 전체보다 '생활권' 단위로 만족을 평가하는 경향이 커졌다. 같은 용인이라도 체감 환경은 다르다. 생활권별 격차가 커질수록 평균값은 '보통'으로 남고 정책은 더 정밀해져야 한다.
안전, 감염병 불안 줄고 생활 안전 다시 보기 시작

▲용인시 유입인구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중 교통분야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진은 용인경전철 역사 인근 버스정류장 모습 ⓒ 용인시민신문
안전은 코로나19 시기 '방역'이라는 의미로 확장됐다. 2024, 2025년의 안전은 다시 교통사고, 범죄, 재난 대응, 생활 인프라로 돌아왔다. 사회조사에서 안전 만족이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개선 흐름을 보이며 방역 불안이 잦아들었다. 도시 일상 안전체계가 다시 평가받는 국면으로 들어갔다는 의미다.
다만 안전은 사고가 터지면 체감이 한 번에 무너지는 영역이다. 만족 수치가 올랐더라도 시민이 요구하는 수준은 더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사건이 적다'가 아니라 '사건이 났을 때 빨리 움직인다'가 평가 기준이 된다.
문화·여가는 2022년에는 모임 제한과 시설 운영 차질로 타격이 컸다. 2024, 2025년은 운영이 정상화됐다. 그럼에도 문화·여가 만족이 급상승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문화는 공급이 늘어도 체감이 늦고, 접근성의 지역 격차가 크게 남기 때문이다. 시민이 문화·여가를 '충분하다'고 느끼려면 단순히 공연장·도서관 숫자가 아니라, 예약·이동·비용·동선이 함께 맞아야 한다.
가족·사회적 관계 만족은 2022년 52.9%에서 2025년 44.8%로 낮아졌다. 팬데믹은 관계를 줄였고, 이후의 경제 압박은 관계를 더 줄였다. 모임이 가능해져도 회복되지 않는 이유는 '시간과 비용' 때문이다.
시민의 '일상 위기' 형태 바꿨다
2022, 2023년 용인의 과제는 회복이었다. 2024, 2025년 용인의 과제는 재구조화다. 일상이 정상화된 지금 시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감염병이 아니라 생활비와 시간, 주거 불안, 돌봄 부담이다. 사회조사에서 경제·고용 만족이 뚜렷하게 낮아지고, 주거와 가족·관계 만족도 하락 흐름이 함께 나타난다는 점은 도시의 '생활 기반'이 압박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반면 안전과 건강·복지 영역이 개선 조짐을 보인다면, 용인이 위기 대응체계를 일정 부분 복구하고 있다는 신호도 된다. 이 두 흐름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정책은 '지원 확대'만이 아니라 '체감 경로를 짧게 만드는 정책'이다. 신청이 쉬워야 하고, 이동 시간이 줄어야 하고, 돌봄의 공백이 메워져야 한다. 시민의 하루를 직접 가볍게 만드는 정책이 체감 만족도를 끌어올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