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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은 돈이다. 슬프지만 진실이다. 홍세화 선생의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보면 저자가 프랑스 망명 후 임차 택시를 몰며 생계를 유지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택시 영업을 하면서 제일 고민하는 건 다름 아닌 휴식이다. 졸음운전을 예방하고 손님에게 친절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한데, 하루를 쉬면 그만큼 사납금 납부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택시 운전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업자 번호를 달고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하는 고민이다. 여기서 그 비용이란 비단 나의 인건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날 사라질 하루 치 매출 전부다. 이날 쉬면 다음 날 매출로 공과금과 월세를 내야 한다.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이면 일주일은 700만 원이다. 여기서 하루를 쉬면 600만 원이다.

벌써 느낌이 다르다. 단지 하루 쉬었을 뿐인데 매출이 14.3%가 줄어든다. 내 수입도 그만큼 줄어든다.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여러분의 이번 달 월급이 14%씩 줄어들면 어떨까? 아마도, 좀 많이 곤란할 것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설 연휴가 골치 아픈 이유

 자영업자들의 2월.
자영업자들의 2월. ⓒ chrisliverani on Unsplash

특히 겨울철 명절인 설 연휴, 그 중에서도 2월 설은 머리가 아프다. 평년 기준 2월은 28일 밖에 없다. 해서 월 매출 정산에서 이틀 가량이 빠진다. 여기에 설 연휴를 전부 쉬면, 총 5일치 매출이 줄어든다. 28분의 5는 17.9%. 게다가 겨울은 그 자체로 비수기다. 여기에 직원들 설 격려금까지 지급하고 나면, 쉬고 싶다는 생각은 쑥 들어간다. 많은 가게들이 이틀 이상 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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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도 과거엔 그랬다. 공휴일 따위, 월급 노동자들의 잔치일 뿐 '놀긴 뭘 놀아, 일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특히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엄마의 집념은 이길 자가 없어서 명절에 부대에서 돈가스 도시락 단체주문 문의가 들어오면 "빼지 말고 무조건 받는다고 해!"라며 새벽 같이 나가곤 했다.

사실 사장이 과하게 성실하면 직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그때는 형제들까지 가게로 튀어 와야 했다. 직원들이 거절하면, 가족들이 뛰어든다. 이게 우리 가족의 문제 해결 방식이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번 돈으로 살림을 키우고, 빚을 갚았다. 물론 여기엔 대가가 있었다.

휴식을 일상에서 지운 대가다. 부모님은 5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나와 동생은 그 무렵에 찍은 가족사진이 한 장도 없다. 두 사람의 헌신 덕에 우리 형제가 가난으로 서러울 일은 없었지만, 그 대가는 가족의 역사에 도넛 같은 공백을 남겼다.

넉넉하지 못할 땐 모든 것이 담보를 잡힌 듯 살아야 한다. 돈을 벌 때도, 돈을 쓸 때도, 항상 그만한 대가가 따라온다. 하지만 뭘 하든 결국 대가를 피할 수 없다면, 때로는 과감히 지를 때도 있어야 하더라. 사안의 경중을 나누는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후회는 돈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한 것', '가족들과 같이 보내지 못한 시간'에서 오기 때문이다.

쉼으로 인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돌이켜 보면 나는 이 사실을 고등학생 때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무렵 친구들과 한 달에 한두 번씩 떡볶이를 사 먹었다. 각자 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PC게임에서 꼴찌를 한 사람이 사주는 식이었다. 그 중 한 친구가 우리에게 떡볶이를 사주면서 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괜찮아, 며칠 굶지 뭐!"

나를 포함한 친구들 모두 그 녀석의 말을 들으면서 깔깔대곤 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야 그 친구의 가정 형편이 실제로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특유의 자조적 개그와 밝은 성격 때문에 우리 중 그 누구도 그의 곤궁함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안 이후에도 우리는 서로 돌아가며 떡볶이를 사 먹었다. 우리가 사 준다는 걸 기어이 마다하면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친구는 "괜찮아, 며칠 굶지 뭐!"라는 농담을 즐겨 했다. 그건 마치 '너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그 정도 곤란함은 감수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느껴졌다(그릇이 좁은 나는 그 돈이 아쉬워 정말 열심히 게임을 했다).

요즘 그때가 부쩍 생각난다. 때로는 내가 치러야 할 대가를 과감히 감수할 때, 그제야 쟁취할 수 있는 게 있다. 그 친구도 그 사실을 알기에 우리에게 떡볶이를 사 줬겠지. 돈은 언제든 벌면 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그래서 우리 가게는 이번 설에 3일을 쉰다. 말일에 정산할 것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지만.

#자영업#설연휴#설날#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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