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5명 등 고리2호기수명연장백지화시민소송단, 탈핵시민행동, 환경운동연합이 10일 서울행정법원을 찾아 '고리2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처분취소 소송' 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최근 이재명 정부가 지난 윤석열 정부의 신규원전 2기 건설 계획 유지를 확정하면서 사실 소송전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12월부터 시작한 '고리2호기 계속 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처분 취소 소송(고리2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원고 모집이 마무리됐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80㎞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소송단 신청이 이어졌는데, 그 숫자만 1105명에 이른다.
특이한 건 지난 1월 중순부터 참여자가 급증했단 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여론조사와 정책토론회만으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된 2기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에 힘을 싣자 덩달아 소송 동참 대열도 크게 늘었다.
원고 참여자 가운데 한 명인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신규핵발전소에 드라이브를 거니 수명연장 당시보다 더 많은 분이 함께해주셨다. 폐기해야 할 지난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 게 결국 소송단 숫자를 늘린 셈"이라고 말했다.
"완전히 통제 가능한 핵위험은 존재하지 않아"
소송단이 천 명 넘게 모이자 전국의 탈핵·환경단체는 이날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단계인 소장 접수에 들어갔다. 규제기관의 고리2호기 계속운전 승인 위법성을 재판으로 확인해 이를 원점으로 되돌리겠단 내용이다.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설계수명이 다해 영구 정지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오른쪽)와 재가동을 위해 계속운전 절차를 밟고 있는 고리2호기의 모습. ⓒ 김보성
피고로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소장에 명시됐다. 지난해 11월 원안위는 224차 회의에서 고리2호기의 구조물·계통·기기의 수명평가, 설비 교체 계획 등에서 충분한 안전여유도를 확보하는 등 기준을 충족했다며 계속운전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전체 위원 9명 중 3명이 공석인데도 안건 처리를 강행해 논란을 불렀다.
소송에 참여한 1105명은 여러 면에서 당시 의결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1년이나 늦게 제출한 주기적안전성평가 보고서 무효 ▲사고관리계획서 심사 시 대기확산 인자 50% 규정 등 방사선피폭정도 과소평가 ▲최신 기술 미적용과 다수호기 사고 영향평가 누락 등을 위법성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소송대리인단의 법무법인 동화 이정일 변호사는 "체르노빌·후쿠시마 사고 등을 계기로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있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지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제대로 심사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라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부실함, 중대사고 관리 대책과 안전기준 미비 등의 문제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시민들은 너나없이 안전을 내세웠다. 서울행정법원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현지씨는 "완전히 통제 가능한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어린이와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소송에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라고 답답함을 표시했다. 부산시청 앞 기자회견에 나온 정선욱씨는 "10년만 지나도 재건축하자고 얘기하는데 정해진 기간인 40년이 지났는데도 더 쓰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안전 때문에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라고 말했다.
원안위를 상대로 한 법적 싸움을 지원할 여러 단체는 정부의 정책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고리2호기 수명연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 정치적 판단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된 결정"이라며 "위험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선택은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부산의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활동가도 "졸속 심사, 핵 폭주를 멈춰 세우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목청을 키웠다.

▲1105명 등 고리2호기수명연장백지화시민소송단이 10일 서울행정법원에 '고리2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처분취소 소송' 소장을 접수한 가운데, 부산시청 앞에서도 탈핵부산시민연대 주최로 "낡은 원전 수명연장 무효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김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