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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10 16:14최종 업데이트 26.02.10 16:14

스마트폰 시대, 뻔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이야기

[서평] 이은경 <도파민 가족>

 《도파민 가족》 책 표지
《도파민 가족》 책 표지 ⓒ 흐름출판

자극적인 유튜브의 섬네일처럼 스마트폰을 멀리하라는 이야기, 느리게 살라는 조언이 반복될 때마다 '알아, 나도 그거 알아'라는 생각이 빈번히 일어났다. 저자가 어떨땐 스티커로 보상을 주는 방법을 이야기하다가도, 나중엔 성과 중심의 사회 문제를 꼬집으면서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물론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 책도 그런 뻔한 조언들로 가득할 거라 예상했는데, 적어도 도파민에 대한 설명만큼은 새로웠다.

책 초반은 도파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한다. 우리 뇌는 예측 가능보다 즉각적이고 새로운 자극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짧고 자극적인 영상들을 반복적으로 스크롤하는 행동들도 이에 해당한다. 그래서 '좋아서'가 아니라 어떤게 나올지 모르는 '기대감'에 스마트폰을 드는 것이다.

이 부분은 꽤나 유익했다. 도파민이 단순히 쾌락 호르몬이 아니라 기대와 갈망의 시스템이라는 걸 처음 제대로 알았다. 다만 책이 이 설명을 너무 길게, 또 반복적으로 늘어놓아서 중반부까지는 지루함이 이어진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과도한 도파민을 유도하는 행동들을 제한함으로써 현대 가족의 재정립을 원한다.

사람간의 관계는 지루함(긴 호흡)에서 온다고 하지만, 현대인들은 확실함에서 오는 보상시스템을 좇으며 짧은 영상들로 그 감정들을 채워간다고 한다. 이제는 서로의 앎이 궁금하지 않고 확실하고 바로 도파민 도는 결과에만 치중되는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책의 모든 부분에서 과거의 가족주의적 시대를 그리워하며 그런 가족 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방에 들어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지 않고 가족 모두가 거실에 모여 앉아 시끌벅적 떠드는 이상향을 바라면서도, 한국 사회가 많이 변해버렸다는 것도 인정한다. 개인 견해로 한국은 산업화를 거쳐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도약했고, 그렇게 빨리빨리 문화가 정착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개인의 관계를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되었다고 보고, 현대는 확실하고 검증된 것만을 원하는 사회가 되었다.

 글의 이해를 돕는 이미지
글의 이해를 돕는 이미지 ⓒ Gemini 생성

"동네에 괌 바람이 불던 시절, 나를 붙잡아준 유일한 방패는 '모름'이었다."

모르면 비교도 질투도 할 수 없다는 말. 그런데 스마트폰과 지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비교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남의 집의 화려한 저녁 식탁, 주말 브이로그, 여행기, 감성 홈 카페가 실시간으로 피드에 떠오른다. 멀쩡히 살아가다가도 한 집이 큰맘 먹고 다녀온 가족여행 사진에 마음 속 폭풍을 맞이한다. 무지의 기쁨이 허락되지 않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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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당장 없앨 수도 없고, 외부의 소음을 완전히 차단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내 파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세운 파도를 따라갈 게 아니라, 내가 만든 파도(시스템) 위에서 내가 서핑을 해야 한다. 쉽지 않다는 건 안다. 그래도 해야 한다는 걸 이 책은 계속 말한다.

도파민에 대한 정확한 설명 외엔 이미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답(슬로우 라이프, 불건강한 삶을 지양)들이지만, 알면서도 못하는 것들을 다시 각성시켜줬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고, SNS가 비교를 부추기고, 도파민이 나를 끌고 간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 흐름에서 벗어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책은 그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해야 한다고 조용히 밀어붙인다. 때론 느리게, 가족과 대화하고, 잠깐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변과 연결하라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도파민 가족 - 각자의 알고리즘에 갇힌 가족을 다시 연결하는 법

이은경 (지은이), 흐름출판(2025)


#컬쳐#도파민가족#스마트폰#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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