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으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사람들의 폭로와 고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 소비자, 판매자 모두 각자의 불만과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죠. 그중에서도 쿠팡이츠 배달 라이더들이 쿠팡이츠에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사항들이 있어 이를 소개해 봅니다.
과거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021년 11월 쿠팡이츠에서는 라이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쿠팡이츠는 라이더 약 13만 5천 명의 이름, 전화번호, 위치정보를 음식점과 외부 POS 업체에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문제는 사고 이후의 대응이었습니다. 쿠팡이츠는 라이더들에게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자 내용이 법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11월 26일 배달 파트너님의 개인정보 일부(이름, 전화번호, 위치정보)가 외부 결제시스템(POS) 플랫폼 제공업체에 의해 쿠팡이츠에 입점한 일부 음식점에 노출된 사실을 인지하였습니다.
(중략)
배달 파트너님께서 별도로 취해야 하는 후속 조치는 없습니다."
- 당시 쿠팡이츠가 라이더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일부
개인정보보호법 제34조에 따르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기업은 정보 주체에게 ▲ 유출된 개인정보의 항목 ▲ 유출 시점과 발생 경위 ▲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보 주체가 할 수 있는 방법 ▲ 개인정보처리자의 대응 조치와 피해 구제 절차 ▲ 피해 신고를 접수할 수 있는 담당 부서와 연락처 등 다섯 가지 사항을 반드시 안내해야 합니다.
하지만 쿠팡이츠가 보낸 문자에는 피해 최소화할 방법 대신 "별도로 취해야 할 후속 조치는 없습니다"라는 문구만 포함돼 있었고, 피해 구제 절차에 대한 안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 문제는 사건 발생 이후 약 3년이 지난 뒤에야 행정 제재로 이어졌습니다. 2024년 11월 2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이츠 라이더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쿠팡 판매자 정보시스템에서 발생한 또 다른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함께 판단해 총 15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2024년 11월 2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다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과징금은 국가에 납부하는 행정처분일 뿐,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은 라이더들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과는 별개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라이더들은 쿠팡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법무법인 여는과 함께 쿠팡이츠 라이더 개인정보 유출 1차 집단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이번 소송에는 총 66명이 참여했으며, 1인당 1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금전 보상을 넘어 '플랫폼 기업이 라이더의 개인정보를 이렇게 취급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사회에 던지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노동자와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쿠팡은 정보 관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여 정확한 사고 요인을 분석하고, 비용을 투입해서 정보 유출 방지 조치를 해야 합니다." -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
불필요한 라이더 개인정보 수집 중단하라
라이더들이 쿠팡에 요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항은 업무와 무관한 시간대의 위치정보 수집을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아침, 구교현 지부장은 배달 업무를 하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전 8시 무렵부터 휴대전화에 6~8번 정도 알림이 떴습니다.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앱이 배달을 위해 사용자 위치를 사용하고 있다'는 알림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5일 오전, 구교현 지부장의 휴대폰 알림 미리보기 화면. ⓒ 라이더유니온
라이더유니온은 이러한 사례를 근거로 라이더가 앱을 직접 구동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위치정보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럼 쿠팡이츠는 약관 등을 통해 라이더들의 동의는 받은 걸까요? 이 질문에 구교현 지부장은 지난 4일,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위치정보 접근을 '항상 허용'하지 않으면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앱 구동이 아예 안 됩니다. 쿠팡에서는 앱이 구동하는 상태일 때만 정보 수집을 한다고 말하지만, 이번에 제가 받은 알림만 해도 앱이 구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위치정보에 접근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죠."
현재 쿠팡이츠는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라이더들에게 대기 시간이나 퇴근 이후에도 위치정보 접근 권한을 '항상 허용'으로 설정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루 중 일부 시간만 배달 업무를 하는 라이더 역시 사실상 24시간 위치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결국 배달 일을 하기 위해서는 위치정보 접근을 항상 허용할 수밖에 없지만, 해당 정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는지는 라이더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33레터는 라이더의 위치정보 24시간 수집에 대한 쿠팡이츠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10일 오후 7시 30분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쿠팡이츠와 같은 배달 플랫폼이 라이더의 위치정보를 '콜 수락 시점부터 배달 완료 시점까지'로 한정해 활용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위치정보 수집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앱 알고리즘에 대한 권리 보장하라
라이더들이 제기하는 마지막 요구는 앱 알고리즘에 대한 권리 보장입니다.
배달 라이더가 일을 하려면 반드시 앱을 켜야 합니다. 콜 배정 기준, 배달 기본료, 할증 여부 등 노동조건과 임금 전반이 앱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됩니다. 즉, 라이더의 노동조건이 알고리즘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라이더들이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거리, 시간, 수요, 평가 점수 등 여러 변수가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각 요소에 어떤 가중치가 적용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해당 시스템은 흔히 '깜깜이 알고리즘' 또는 '블랙박스 알고리즘'이라고 불립니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현장에서는 배차 차별, 과도한 노동 유도, 임금 예측의 어려움 등 각종 불공정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라이더유니온과 플랫폼노동 활동가들은 ▲ 노동조합이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권리 ▲ 노동조합이 알고리즘을 두고 협상할 권리 ▲ 알고리즘 기반 배차 시스템에 대한 위험성 평가
▲ 알고리즘과 미션을 근로감독·산업안전감독 대상에 포함 ▲ 배달 안전운임제 도입 등 요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라이더들은 '충성도를 높여야 나에게 더 좋은 일감이 배정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결국 자발적 착취로 이어집니다." -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
알고리즘을 근로감독 대상으로 삼자는 요구는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가본 적 없는 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취지는 분명합니다. 알고리즘은 최소한 설명 가능해야 합니다. 어떤 변수들이 사용되고, 어디에 가중치가 실리는지를 알아야 노동강도와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알고리즘 공개가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라이더유니온은 완전 공개가 아닌, 공적 감독을 통한 검증이라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노동부 근로감독에 알고리즘을 포함시켜서 노동부라도 (알고리즘을) 들여다보게 하자는 겁니다. 그렇게라도 시작해야 견제가 가능해요." -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을 지금처럼 아무 규제 없이 방치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실제로 배달앱 운영사인 우아한청년들과 쿠팡이츠는 산업재해 발생 건수 상위 사업장에 포함된 바 있습니다.
과제는 분명합니다. 국회에서는 플랫폼 독과점 방지법과 플랫폼 공정화법이 신속히 논의·통과돼야 하고, 고용노동부 역시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감독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과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the삶에서 제작하는 노동 뉴스레터인 33레터를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