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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10 10:58최종 업데이트 26.02.10 10:58

전기가 끊긴 날, 그는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서평] 죽은 자의 집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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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언론 보도를 통해 특수 청소업자에게 예약 메일을 남긴 채 생을 마감한 사람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특수 청소업자가 공개한 예약 메일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자신은 오랫동안 앓아온 우울증으로 더 이상 살 의지가 없어 삶을 내려놓으려 한다는 것, 자신이 떠난 뒤 반려동물들이 방치될 것을 염려해 좋은 곳으로 입양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이웃 주민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도록 조용히 수습해 달라는 당부도 담겨 있었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비용을 넉넉히 지불할 수는 없지만, 안방 화장대 위에 놓아두었다는 말도 함께였다.

이 유서와도 같은 예약 메일이 작성된 날짜는 2026년 2월 1일. 불과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유서와 같은 이 글을 읽어 내려가며 슬픈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어디까지 몰려야 삶을 내려 놓는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그 선택은 정말 개인의 몫이기만 할까.

죽은 자의 집 청소 책표지
죽은 자의 집 청소책표지 ⓒ 김영사

그 순간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2020년 5월 30일 출간)가 떠올랐다. 이 책은 특수 청소업자가 죽은 이들의 집을 정리하며 마주한 현장과 그 과정을 기록한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사후 처리를 위한 과정이 아니라, 죽은 이들이 남긴 집이라는 공간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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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본래 차갑고 냉정한 세상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 책 속에서 많은 이들은 바로 그 집에서 생을 마감한다.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될 만큼 몰린 끝에서, 한 사람을 끝내 그 지점까지 밀어 넣은 사회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도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는 '가난한 자의 죽음'이었다. 이 에피소드에는 '전기공급 제한 예정 알림'이라는 문구가 찍힌 사진이 함께 등장한다. 나는 그 사진 앞에서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참담함'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날짜를 보자 문득 머릿속에 무엇가 희붐하게 떠올랐다. 건물관리 회사 직원이 내게 일러준 주검 수습 날짜를 놓고 셈해보니, 전기공급 중단 예정일과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이 겹친다... (중략)

이 비정한 도시에서는 전기가 끊어지면 삶도 끝나는 것일까? 독촉이 이어지다 마침내 전기가 끊긴 날, 그는 사람 키보다 높은 냉장고 앞에서 목을 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중략)

이 죽음을 순수한 자살로 받아들여야 할까? 목숨을 끊은 것은 분명 자신이겠지만, 이 도시에서 전기를 끊는 행위는 결국 죽어서 해결하라는 무언의 권유 타살은 아닐까.

체납요금을 회수하기 위해 마침내 전기를 끊는 방법, 정녕 국가는 유지와 번영을 위해 그런 시스템을 용인할 수 밖에 없는가?(46쪽)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아 넉넉히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는 유서의 내용과 책 속 이야기가 맞물리며, 슬픔이 날개죽지 안쪽까지 밀려들어왔다.

삶과 죽음은 하늘과 땅처럼 멀리 떨어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삶의 지척에 죽음이 있고, 죽음의 지척에 삶이 있다. 누군가는 그 경계에서 끝내 삶 쪽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죽음들을 끝내 개인의 선택으로만 돌려도 되는 것일까.

통계청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전국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4872명,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다. 이 숫자들은 책 속의 이야기가 결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님을 보여준다. 무엇이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누군가가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그 곁에서 우리가 외면해 온 것은 무엇이었는지 묻게 된다.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은이), 김영사(2020)


#죽은자의집청소#김완#김영사#특수청소부#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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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좋아합니다. 자연에서 만난 찰나를 기록합니다. 그 찰나에서 느낀 것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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