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나는 날마다 파혼한다
- 임효빈
헤르만 헤세는 세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다고 한다
첫 번째 부인은 사랑의 병에 걸려 죽고 두 번째 부인의 사랑은 헤세답게 식었지만 늙은 헤세는 세 번째에도 사랑을 걸었단다
그는 사랑을 만나기 위해 헤어지고 검은 원피스를 입은 그녀들의 사랑은 하얀 드레스에 있었단다
헤세의 사랑은 슬픔에 잠겼고 오래된 사랑은 자정을 위해 스스로 불타버렸단다
나비 날갯짓처럼 사랑을 위해 이혼한 헤세
나비와 헤세는 사랑을 모았지만 꽃술에 걸린 그녀들의 사랑은 꽃만을 기억했단다
꽃이 궁금한 사람들이 헤세에게 물으면 헤세는 주저 없이 어떤 사랑도 첫사랑이라 말했단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 어제의 나와 파혼했지만 언제까지 파혼해야 나를 만날 수 있을지
헤세에게는 묻지 않았다
출처_시집 <우리의 커튼콜은 코끼리와 반반>, 여우난골, 2022
시인_임효빈: 202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우리의 커튼콜은 코끼리와 반반> 이 있다.

▲어제의 나와 파혼해, 나를 처음 사랑한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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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제와 절연하고 첫사랑처럼 시작하면 나를 만나 기꺼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해답이 있는 질문이라기보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의 설파이다. 헤세의 사랑과 이별을 바탕으로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새에게 알은 세계다"처럼 나도 나의 세계를 깨고 나와야 즉 시인의 말을 빌리면 "어제의 나와 파혼"해야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것이다. 지난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이다. 이제 나를 보듬어 주고 아껴주며 귀하게 여기겠다는 자아 성찰이자 다짐이다. 알을 깨고 나와야 새가 되듯 나도 어제의 나를 깨고 나와야 온전한 '나'가 될 수 있다. 나를 사랑하는 설이 되기를 바란다.(이지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