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광현 국세청장이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국세청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한국 부유층의 해외 이탈' 보고서를 두고, 국세청이 해외 이민자의 자산 통계 등을 내놓으면서 공개 반박에 나섰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3년간 신고된 해외 이주자에 대한 전수 분석 내용을 공개하고, "(대한상의가) 백만장자의 탈 한국 가속화 원인을 상속세와 결부시켜 국민들께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도 이날 오후 별도의 참고자료를 통해 "일부 외신과 언론에서 확인되지 않은 데이터로 '한국 부유층의 해외 이탈'이 기정사실인 양 보도되고 있다"면서, 재외동포청 등과 내부 보유자료를 공개했다. 국세청이 공개한 공식 통계와 임 청장의 설명을 토대로 한국 부유층 해외이탈의 진실을 5가지 질의응답으로 정리해봤다.
1. 정말 한국의 백만장자(약 14억원)들이 대거 해외로 떠나고 있나?
" 아니다. '대거'라는 표현 자체가 실제 이주 통계와 맞지 않는다. 국세청이 재외동포청 자료 등을 종합해 확인한 결과, 최근 3년간 해외이주 신고자는 연평균 모두 2904명이다. 이 가운데 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는 139명, 전체의 4.8%에 불과하다. 영국의 해외이민컨설팅회사 헨리앤파트너스가 발표한 '한국인 백만장자 순유출 2400명'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
2. '작년 백만장자 2400명 순유출로 1년간 2배 증가'라는 보고서 내용은 어떻게 봐야하나?
" 국세청 통계를 보면, 자산가의 규모와 증가율 자체에서 사실과 사뭇 다르다. 지난 22년부터 24년까지 3년 평균 해외이주 인원은 2904명이다. 이 가운데 10억 원 이상 자산가는 연평균 139명 수준이다. 또 이들 자산가의 해외 이주 증가 추세 역시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산 10억 원 이상 해외이주자의 1인당 평균 자산 규모는 2022년 97억 원에서 2023년 54억6000만 원, 2024년 46억5000만 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내국인 해외이주자 자산규모. 임광현 청장 페이스북 갈무리 ⓒ 임광현페이스북
3. 부유층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해외이민을 간다는 주장도 있는데.
" 이 역시 확인되지 않는 내용이다. 최근 3년 평균 '상속세 없는 국가로 이주한 사람의 비율'도 25%였다. 전체 평균은 39%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이를 다시 고액 자산가 그룹으로 나눠보면, 자산 10억~50억 원이 24%, 50억~100억 원은 21%, 100억 원 이상 구간에서 36%였다.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는 중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호주, 노르웨이 등 66개국 정도다. 국세청 조사를 보면, 자산가들 가운데 상속세가 있는 국가로 이주한 경우가 상속세 없는 국가로 간 이들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돼 있다."
4. 그렇다면 부유층의 해외이주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 세금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 요인이 깔려있다. 앞선 통계처럼 재산이 많다고 상속세 없는 국가로 이주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세청에선 해외이주의 결정 요인으로 ▲주거 여건 ▲교육·의료 환경▲생활 인프라 ▲가족 문제 등을 언급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외이주는 삶의 조건 전반을 고려한 선택이지, 상속세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보유자산이 50억 원 이하인 경우 각종 공제와 제도를 감안하면 상속세 실효세율이 과도하게 높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로 이주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공신력 없는 통계 인용과 이를 토대로 한 '백만장자 탈한국' 오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오전 X(옛 트위터)에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밝혔다.
ⓒ 공동취재사진, 각 언론사 및 대한상의
5. 왜 '부자 탈한국' 이야기는 계속 반복될까?
"이른바 공포 프레임은 감세와 규제완화의 여론 형성에 유리하다. '부자들이 떠난다'는 인식은 향후 상속세 완화나 감세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프레임으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공개적으로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정책을 만드는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 적"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통계에 바탕을 둔 사실적인 숫자보다 분위기가 앞설 때, 정책 논쟁은 사실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에 의해 움직이는 성향을 보인다. 이 대통령을 비롯해 구윤철 부총리, 임광현 국세청장까지 직접 나서 통계를 공개하고 해명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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