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청주시 흥덕구 미호강에서 뜻밖의 장면을 마주했다. 100여 마리의 황오리 무리가 동시에 날아올라 흰꼬리수리를 공격했고, 끈질긴 추격 끝에 흰꼬리수리는 하천을 벗어났다. 이후 황오리들은 다시 모래톱에 착륙했다.
30년 넘게 탐조를 해왔지만, 황오리가 대형 맹금류를 상대로 이 정도 규모의 집단 대응 행동을 보이는 장면은 처음이었다. 다시 돌아보면 우발적이라기보다는 목적을 지닌 집단 행동으로 보였다.

▲흰꼬리수리를 압박하는 황오리 ⓒ 이경호
새들이 맹금류나 포식자를 향해 집단으로 접근하며 위협하는 행동은 '모빙(mobbing)'이라 불린다. 국내에서는 주로 까치, 까마귀, 직박구리 등 비교적 소형 조류에서 자주 관찰되는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물새류, 특히 오리과 조류에서 이러한 집단적 대응이 뚜렷하게 관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리들의 경우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회피하는 경향을 택하며, 실제 야생조류를 탐조하다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황오리 역시 공격성보다는 회피 행동이 두드러지는 종으로 평가된다. 번식지에서의 황오리 하루 활동은 대부분 먹이활동과 휴식, 유영, 깃털 손질에 집중되어 있으며, 구애나 공격적이고 대립적 행동은 전체 행동에서 극히 낮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호강에서 목격한 장면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흰꼬리수리를 직접적으로 추적하며 압박한 개체들이 대부분 수컷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야생에서 수컷이 수행하는 역할의 맥락 속에서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게 전부일 듯 하다. 오리과 조류에서 수컷은 번식기뿐 아니라 번식기 이전 시기에도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다시 반추해 보면 실제로 흰꼬리수리를 추적하며 압박한 개체는 제한적이었고, 그 역할을 주로 수컷이 담당했다는 점은 일정한 역할 분담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30년간 철새를 관찰해 온 탐조인의 입장에서, 이 장면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황오리가 용맹해 보였디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회피를 기본 전략으로 삼는 종이, 특정 조건 아래에서 집단과 역할을 통해 예외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 때문이다. 자연은 늘 고정된 성격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개체에 따라, 그리고 집단의 구조에 따라 행동은 달라진다. 야생을 관찰하다보면 절대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이번 사건 역시 그런 점을 다시 깨닫는 과정이 되었다.

▲마지막까지 흰꼬리수리를 공격하는 황오리 ⓒ 이경호
현재 미호천에는 800여마리의 황오리들이 월동중에 있다. 황오리는 몸 전체가 주황색에서 갈색을 띠는 큰 오리로, 머리와 엉덩이 부분은 크림색이나 흰색으로 보인다. 날개에는 검은색 비행깃과 흰색 덮깃이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아시아와 중동, 동유럽, 에티오피아, 북서 아프리카에 널리 분포하며, 최근에는 서유럽과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까지 번식지를 확장했다. 해안 저지대부터 해발 4800미터에 이르는 고산 지대에까지 서식할 만큼 적응력이 뛰어나고, 강과 하천, 늪과 연못, 호수는 물론 담수·기수·염수 습지까지 가리지 않는다. 저수지와 같은 인공 습지에도 빠르게 적응해 번성하는 종이다.
황오리는 일부일처제로, 짝짓기 관계가 수년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둥지는 나무 구멍이나 바위 틈, 여우 굴, 심지어 건물의 다락방까지 선택하며, 한 배에 8~13개의 알을 낳는다. 알이 많을 경우 동족의 탁란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컷은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둥지 근처를 지키고, 암수 모두 새끼를 적극적으로 보호한다. 이런 서식 행동이 수컷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황오리를 관심 필요성이 가장 낮은 종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전 세계 개체 수는 약 22만 마리로 추정된다. 번식력이 풍부하고 인공 서식지에도 잘 적응해 비교적 안정적인 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불법 사냥으로 개체군이 감소하고 있고, 또 어딘가에선 외래종 고양이와 개의 포식피해로 개체수 감소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미호천에서 관찰된 황오리들이 흰꼬리수리를 향해 날아오르던 그 순간은 집단으로 살아가는 생명체의 놀라운 선택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 기록이 황오리의 행동 생태를 이해하는 데 작은 단서로 남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