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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우) 천 원내대표가 과거 지식인에 달았던 답변
(좌)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우) 천 원내대표가 과거 지식인에 달았던 답변 ⓒ 페이스북,네이버 화면 갈무리

지난 4일 오후,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에서 예기치 못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습니다. 서비스 업데이트 과정의 오류로 유명인들의 과거 '지식iN(지식인)' 답변 활동이 실명 프로필과 연동되어 공개된 것입니다.

단순한 기술적 해프닝으로 웃어 넘기기엔 드러난 내용의 명암이 뚜렷합니다. 특히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과거에 남긴 답변은 충격적입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2004년 천 원내대표가 작성한 답변입니다. "고려대 남녀차별 심한가요"라는 질문에 그는 자신을 고대생이라 밝히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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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상태에서 여학우 성희롱하는 것은 모든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닌가요?"

귀를 의심케 하는 문장입니다. 그는 "남학우들은 다 욕구불만 변태들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은 성희롱이라는 명백한 범죄 행위를 '술자리에서 으레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 정도로 축소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철없는 시절의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성범죄를 바라보는 안일하고 왜곡된 인식이 무의식중에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한 당의 원내대표이자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된 그가, 과거의 이 위험한 인식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말로 피해자의 고통을 지운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디지털 공간에 남긴 흔적

 일타강사 이지영씨가 과거 지식인 질문에 달았던 답변
일타강사 이지영씨가 과거 지식인 질문에 달았던 답변 ⓒ 네이버 화면 갈무리

천 원내대표의 사례가 대중의 공분을 샀다면, 반대로 익명성 뒤에서도 빛난 '인품'으로 감동을 준 이들도 있습니다.

일타강사 이지영씨는 과거 생활고와 성적 비관으로 "죽고 싶다"는 글을 올린 학생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장문의 위로를 남겼습니다. 이씨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그만큼 자기 삶에 애착이 많아서"라며 한 교수의 '구겨진 10만 원짜리 수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수표가 구겨지고 더러워져도 그 가치는 변하지 않듯, '나'라는 존재의 가치도 상황과 상관없이 소중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어 "상대방에 대한 가장 큰 복수는 성공하는 것"이라며 대학이라는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자신을 먼저 지키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씨는 이번에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저 고민 글을 쓴 학생이 보고 싶습니다. 혹시 본인이라면 꼭 DM 주세요. 같이 식사해요"라는 글을 남기며 다시 한번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HD현대 정기선 회장(당시 인턴기자)은 임금 체불을 호소하는 네티즌에게 "도와드리겠다"며 연락처를 남겼고, 격투기 선수 명현만씨는 '명현만 UFC 가면 1승 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타격은 상당한 편이나 그라운드가 안 좋아 힘들 것"이라며 솔직하고 객관적인 답변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해프닝은 디지털 공간에 남긴 흔적이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 내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의 행동이 진짜 그 사람의 인격입니다. 이번 사태는 누가 가면을 쓰고 있었고, 누가 진심으로 소통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6일 공식 사과했습니다. 최 대표는 "서비스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라며 "피해 확산 방지와 재발 방지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선제적으로 신고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네이버지식인#천하람#이지영#익명#2차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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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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