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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도식 소고기뭇국
경상도식 소고기뭇국 ⓒ 이정현

결국, 감기 몸살이 왔다. 겨우내 잘 버티던 몸이 잠시 쉬어가란다. 며칠 전 창문을 열고 대청소를 할 때 한기가 들었는지, 온몸에 찬 기운이 서려 온수 매트를 켜고선 이불을 발끝까지 꽁꽁 싸맸다.

평소 잘 먹지 않던 감기약을 먹었더니 약 기운에 취해 내내 멍하고, 글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도 이렇게 꼼짝 못하다니... 연약하고 무상한 몸을 자각하며, 평소 건강하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 간 자다깼다 하며 식구들 끼니만 겨우 챙겼다. 그러다 오늘은 비타민도 잔뜩 먹고, 좀 더 힘을 내 경상도식 소고기뭇국을 끓였다. 외할머니 댁에 갈 때면 큰 솥 가득 끓여 내어주시던 국이었다. 몸이 아플 때는 엄마가, 엄마의 엄마가 해주던 음식이 더욱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경상도식 소고기뭇국
경상도식 소고기뭇국 ⓒ 이정현

추억의 레시피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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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기름을 두른 큰 솥에 소고기와 무를 볶다가 고춧가루, 국간장, 멸치액젓을 넣는다.
2. 무가 투명해지면 물과 코인 육수 넣고, 팔팔 끓으면 대파, 콩나물, 버섯 등을 넣는다.
3. 다진마늘, 국간장, 천일염으로 간을 한다.

갓 지은 흰 쌀밥에 연기가 펄펄나는 '뜨겁고, 맵싹하고, 칼칼하고도 시원한'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땀과 콧물을 닦고 나니, 몸 안의 한기가 빠져나간 듯 한결 개운하고 따스한 느낌이 든다. 따가웠던 목구멍도 한결 편안해진다.

문득, '감기'는 '기운이 감해지는 것', '몸살'은 '몸이 살려고 신호를 주는 것'이라는 어원 풀이가 떠올랐다. 제 때 잘 알아차리고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을 때, 나는 좀 더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다. 내 자신이 내게 다정한 엄마가 되어줄 때, 남에게 바라거나 의지하는 마음에서 자유로워짐을 경험한다.

국에 말아 밥 한 공기 뚝딱 비우고 나니 움츠러들었던 몸 속 구석구석 온기가 번진다. 그러고 보니, 어제가 입춘이었다. 나는 두 손바닥을 모아 하늘 위로 뻗으며, 얼었던 땅을 밀어내는 새싹처럼 활짝 기지개를 켜본다. 뜨거운 국밥 안에 담긴 대를 이은 사랑이, 기어코, 나를 일으키는 날이다.

 경상도식 소고기뭇국
경상도식 소고기뭇국 ⓒ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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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dalia35) 내방

일상예술가로 살아가며 교육, 예술, 심리에 관한 기사를 씁니다. @school_d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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