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토가 다르면 농법도 다르다'(농사직설, 1429년). 한국 날씨와 토질에 맞춰 유기농 텃밭 농사법을 안내합니다.

▲50여가지 작물을 키우며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유기농사를 짓습니다. 다양한 작물을 심고 가꾸는 농장 풍경. ⓒ 조계환
텃밭 농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속에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 농사일이 주는 마음의 평안과 건강한 생활이 많은 사람을 농부의 길로 안내합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 농사법을 배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농사 관련 콘텐츠는 많지만 실질적인 농사법, 특히 환경과 건강에 좋은 유기농사법을 안내하는 내용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화학 농법이나 외국에서 들어온 농법이 온라인에 많이 올라와 있지만 따라 하다 보면 농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턱대고 유기농은 어렵다는 내용도 많고요.
저는 2005년 귀농해서 제철 꾸러미 농사를 짓는 농부입니다. 전북 장수군에서 농사를 짓다가 8년 전 울주군으로 이사해 유기농사만으로 자립해 생활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젊은이들에게 농사를 안내하는 농부 학교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차분하게 잘 준비하면 됩니다
농부학교를 하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농사짓다 보니 시기 별로 비슷한 질문들을 받습니다. 조금만 안내해드려도 금방 습득해 자신만의 유기농 농사를 잘 가꿔나가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물론 유기농이 어렵다며 화학 농법으로 돌아서는 분도 계셨지만요.
유기농사를 짓는 실용적인 농사법 안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기농 텃밭 농사 길잡이를 연재 기사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안내하는 농사법은 한국 전통 유기농법과 친환경 육성법 유기농 인증 기준을 기반으로 합니다.
먼저 유기농은 어렵다, 불가능하다, '왜 꼭 유기농으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습니다. 쉽진 않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시작하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유기농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땅에 잡아주어 환경을 보호합니다.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고요. 가능하다면 유기농으로 텃밭 농사를 짓는 것이 당연히 가장 좋습니다.

▲돌려짓기와 섞어짓기가 유기농의 기본 원칙입니다. 왼쪽부터 가지, 로메인상추, 근대, 공심채, 바질. ⓒ 조계환
유기농 텃밭 준비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농약이 날아올 수 있으니 관행 농사 짓는 땅에 바로 붙어 있지 않은 땅을 찾아야 합니다.
2. 농사법을 선택해서 공부합니다.
3. 농사 계획을 만들고 밭 지도를 그립니다.
4. 땅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유기물을 넣고 밭갈이 합니다.
5. 병충해 방제를 위해 작물별 특성을 공부하고 이해합니다.
6. 시기별로 해야할 일을 정리하고 미리미리 대비합니다.
7. 날씨에 맞춰 일정 계획표를 세웁니다.
귀농하기 전에 농사를 책으로 배웠습니다. 시중에는 대체로 외국 농법을 소개하는 농업 지식인들의 책이 많았습니다. 경운도 안 하고, 퇴비도 안 넣고, 풀을 안 뽑아도 자연이 알아서 소득을 준다는 일본 정령신앙 종교 단체의 농법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배워간 돌려 짓기와 섞어 짓기를 바탕으로 농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호주의 농법 등이었습니다.
귀농해서 이런 외국 농법을 시도해보니 대실패였습니다. 친환경적인 이념은 의미 없지 않지만, 본격적인 농사법으로는 현실 가능하지 않았지요. 모두 기본적으로 게으른 농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농사짓기 어려운 기후와 토질을 가진 한국 농사에서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땅과 기후에 맞는 농사법
책으로 배운 농사법을 버리고 유기농 선배들이나 어르신들한테 농사를 현장에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은 오랜 유기농 역사를 가지고 있는 농업 강국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좋은 유기농사법이 있는데 굳이 외국 농법을 따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조선 시대 농사법을 잘 정리해 놓은 <농사직설>(1429년). 지금 그대로 따라해도 될 정도로 상세하게 농사법을 정리했습니다. ⓒ 아카넷
1429년 세종대왕 시절에 쓰인 <농사직설>에는 한국 전통 농사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후 정조대왕 때 <농사직설>에 더 풍부하게 농사법을 채워 넣은 새로운 책을 발간하려 했습니다. 전국 67개 지역의 학자들이 지역별 고수 농부들의 노하우를 정리하여 왕에게 올렸으나, 정조대왕이 1800년 사망하면서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조선 시대 얼마나 농업을 중요시 여기며 열심히 농사지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국의 전통 유기농은 협동하는 공동체 정신, 자연과의 조화, 자원의 순환, 재활용 등 환경을 보호하며 지속 가능하게 농사짓고자 하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농사짓기 어려운 기후와 나쁜 토질을 극복하며 유기농사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시기별 농사법과 지역별로 어떤 병충해가 있는지까지 정부에서 조사해 농민들에게 알렸습니다. 악 조건을 극복하고 열심히 사는 한국인의 생활 태도도 농사로부터 나온 것 같습니다.

▲농사일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육체노동이 힘들지만 보람도 있고, 성취감도 강합니다. ⓒ 조계환
농사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배우기 어려운 일입니다. 저도 처음 귀농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인근에서 유기농 선배들과 농사 고수 어르신들을 만나 많이 배웠습니다. 해마다 달라지는 날씨에 대응하면서 또 많이 배우고 채워가고 있습니다.
한국 전통 유기농법은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최대한 효율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작은 텃밭이라도 부지런히, 열심히 농사 지어야 하고요. 유기농이면서도 최대한 노력해서 상품성도 좋고, 수확량이 많이 나오게 해야 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유기농 텃밭 농사에 도전하시기를 바랍니다. 농사 짓는 재미도 느끼면서 수확의 기쁨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연재기사를 통해 현장에서 배운 농사 노하우를 공유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