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전남 진도군수 ⓒ 진도군
광주와 전남의 미래를 논의하는 행정통합 타운홀 미팅 현장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인구 소멸 위기를 극복하자며 현직 군수가 내놓은 해법이 다름 아닌 '외국인 처녀 수입'이었기 때문입니다. 여성을, 그것도 외국인 여성을 마치 물건처럼 '수입'하자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에 행사의 취지마저 무색해졌습니다.
지난 4일 전남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는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위한 전남 서부권 타운홀 미팅'이 열렸습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직접 참석해 시도민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희수 진도군수는 "전국 89개 인구 소멸 지역 중 20%가 우리 전남에 있다. 통합을 빌미로 소멸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2000년대부터 인구 절벽이 예견됐을 텐데 정부도, 학자도, 국회의원이셨던 두 분도 가만히 계셨다"며 "시군의 열악한 형편으로는 자구책을 하려 해도 될 수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방소멸의 절박함을 호소하고 정치권의 안일함을 지적하는 것까지는 고개를 끄덕일 만했습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해법'이 문제였습니다. 김 군수는 "광주·전남이 통합을 할 때 인구 소멸에 대한 것도 법제화해서, 정 뭣하면 스리랑카나 베트남 젊은 처녀들 수입해 갖고 농촌 총각 장가도 보내고,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사람도 없는데 산업만 살리면 뭐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외국인 여성을 '수입'해 농촌 총각과 결혼시키자는 발언이었습니다.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2024년 대한민국 공직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운, 낮은 인권 감수성을 드러내는 말이었습니다.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이주 여성을 수입 가능한 물품으로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행히 답변에 나선 강기정 광주시장이 즉각 제동을 걸었습니다. 강 시장은 손사래를 치며 만류했습니다. 그는 "제가 국회의원 하던 2004년 처음으로 저출생 고령사회기본법이 만들어져, 수십 년간 돈은 돈대로 꼬라박았는데 잘 안됐다"고 인정하면서도 김 군수의 발언은 정정했습니다.
강 시장은 "여러 해법이 있을 수 있는데 외국인, 결혼·수입 이건 잘못된 이야기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지역에 산업이 있어야 출생률도 인구도 늘어난다. 결국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지방 소멸은 분명 생존이 걸린 위기입니다. 하지만 급하다고 해서 반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까지 용인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면서 정작 사람을 '수입품' 취급하는 모순, 광주·전남 통합 논의에 앞서 올바른 인권 의식부터 갖춰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