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 동안 중국 윈난성의 자연 유산과 문화유산을 탐사했다. 강의 협곡과 길을 따라 차마고도가 형성되어 있고, 옛길 주변으로 그들이 만들어낸 역사와 문화유산이 잘 남아 있다. 이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 차마고도 지역 소수민족이 남긴 문화와 예술, 티베트 불교의 특징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인천에서 윈난성 성도 쿤밍으로 들어가 따리, 리장, 샹그릴라를 답사하고 쿤밍으로 나왔다.

▲구향동굴 입구 협곡: 음취협 ⓒ 이상기
구향동굴로 알려진 구향풍경구는 이량(宜良)현에 있다. 석회암 동굴인 구향동굴 안으로 표고차가 150m 정도 되는 시냇물이 흐르며, 협곡과 폭포, 마을과 광장, 기기묘묘한 종유석을 만들어 놓았다.
구향풍경구는 음취협(蔭翠峽)과 양혼협(惊魂峽), 구향동굴, 장구동(張口洞) 리프트로 이루어져 있다. 구향동굴 안에는 커다란 지하광장으로 이루어진 웅사대청(雄獅大廳), 선녀들이 춤을 추는 것 같은 신녀궁(神女宮), 두 개의 폭포가 만나는 자웅폭(雌雄瀑), 다랭이논 형태의 신전(神田), 동굴 속 마을 임음채(林蔭寨), 종유석이 마치 박쥐가 매달린 모양이어서 박쥐동굴로 이름 붙여진 편복동(蝙蝠洞) 등이 있다.
구향풍경구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음취협에서 9인승 유람선을 타게 된다. 어둡고 좁은 협곡 사이로 시냇물이 흐르는데, 600m 정도 되는 거리를 잠시 왕복하면서 동굴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다. 배는 깎아지른 검푸른 절벽 사이를 지나간다. 이곳 역시 원래 동굴이었으나, 윗부분의 석회암이 녹아내려 협곡이 되었다고 한다. 음취협에는 이족 젊은이와 용왕의 셋째 딸 사이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연인의 골짜기(情人谷)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구향동굴: 동굴 안으로 시내가 흐른다. ⓒ 이상기
양혼협은 양심동혼(惊心動魂)에서 나온 말로, 마음 속으로 놀라고 혼이 쏙 빠지는 협곡이라는 뜻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잔도를 걸어가면서 깊은 협곡으로 빠져 들어가는데, 그때 웅장한 경치에 놀라 감탄하게 된다. 잔도 아래로는 에메랄드빛 시냇물이 흘러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하늘로부터는 한 줄기 밝은 빛이 협곡으로 쏟아져 내린다. 조명을 받은 바위는 붉은색으로 빛난다. 그 때문에 협곡이 마치 용궁처럼 느껴진다. 협곡을 지나 동굴에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커다란 광장이 웅사대청이다.
변화무쌍한 종유석

▲다양한 형상의 종유석 ⓒ 이상기
웅사는 수사자를 말하고 대청은 넓은 공간을 말한다. 그 넓이가 15제곱킬로미터나 된다고 하니 동굴 속 운동장이다. 이곳에는 휴게소와 편의시설, 공연시설 등을 만날 수 있다. 웅사청을 지나 올라가야 하는 곳이 신녀궁이다.
신녀궁 올라가는 길에 불진(拂塵)이라는 두 글자가 보이는데, 속세의 티끌을 떨쳐버리고 선계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신녀는 선녀의 다른 이름이다. 선녀처럼 아름다운 종유석이 영롱하고 투명하고 정교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들 종유석이 화려한 조명 속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다. 신녀궁을 내려오면 다시 속세로 돌아와 구불구불 종유동굴을 따라 내려간다.
바닥에는 석순과 석주가 자라고 천정에서는 종유석이 고드름처럼 걸려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기묘묘한 형상에 넋을 잃을 정도다. 구향동굴은 종유석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잔도를 잘 만들어놨다. 이들을 보고 나서 다시 시냇물을 건너게 되는데, 이곳에 첩홍교(疊虹橋)가 놓여 있다. 쌍무지개 다리라는 뜻인데, 위로부터 빛이 내려와 쌍다리에 비치기 때문이다.

▲자웅쌍폭 ⓒ 이상기
다리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건너편에서 나란히 떨어지면서 합쳐지는 두 개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이 폭포가 암수 한 쌍 같다고 해서 자웅쌍폭(雌雄雙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 겨울이라 수량이 적을 텐데도 물줄기가 힘차게 쏟아져 내린다.
쌍폭을 지나면 신전(神田)이 나온다. 석회암이 녹아내리는 과정에서 계단식 밭 모양을 만들었다. 그런데 밭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으니 마치 논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들 논에 조명이 비쳐 물빛이 화려한 색으로 빛난다. 구향동굴의 기이하고 경이로운 경관은 국제 동굴학회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다. 이들 신전을 지나면 이제 길은 다시 오르막이다. 힘에 겨운 사람들은 가마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조금 올라가면 5000제곱미터 정도의 비교적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임음채라 불리는 이가족(彛家族) 마을이다.

▲억년의 키스(億年之吻) ⓒ 이상기
가운데 넓은 공간이 있고, 사방으로 종유석 석순 석주가 잘 발달해 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종유석이 '억년의 키스(億年之吻)'와 세상지(洗象池)다. 억년에 걸쳐 물이 돌과 키스하며 생겨난 석주라는 뜻이다. 세상지는 코끼리 목욕시키는 연못이라는 뜻이다. 코끼리 코처럼 생긴 가늘고 긴 석주가 물속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곳은 또한 종유석 동굴을 활용해 지심탐비(地心探秘)라는 위락 시설을 만들어놨다. 땅속 세상으로 들어가 화석을 만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가면 박쥐동에 이르게 된다. 길 양옆으로 종유석이 끝없이 이어진다. 특별한 모양으로 생긴 종유석에는 이름이 붙어있다. 개구리, 포도, 횃불 모양이라는 설명이 보인다. 이들을 보며 올라가면 서서히 빛이 들어옴을 느낄 수 있다. 출구가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구향동굴은 입구에서 3분의2 구간 정도가 내리막이고, 여기서 3분의1 구간 정도를 올라가면 출구를 만날 수 있다. 그 거리가 3km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출구에 관광용 리프트가 기다리고 있다.
구향동굴에서 촬영한 영화 <신화>

▲김희선이 주연한 영화 <신화> ⓒ 이상기
구향풍경구가 일반 사람들에게 개방된 것은 1989년이고, 삭도가 만들어진 것은 1994년이다. 삭도를 타고 구향동굴 입구로 넘어가면서 장구동 고인류(古人類) 거주지, 첩홍교를 볼 수 있다. 국가지질공원인 구향풍경구 중 우리가 관광할 수 있는 구간은 36.85제곱킬로머티의 첩홍교 공원구역(園區)이다. 이곳에서 지난 30년간 10여 편의 영화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1989년 <구향의 사랑(九鄕之戀)>, 1990년 <구향의 영웅과 열사>, 2004년 <신화(神話)>, 2009년 <서유기>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안내판에 보니 <신화>가 성룡과 김희선 주연의 영화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스틸 사진도 여러 장 붙어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신화>는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 영화라고 나온다. 중국 진(秦)나라 때 대장군 몽의(성룡)와 조선의 옥수(김희선) 공주 사이의 수천 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 진시황이 조선의 공주를 비로 맞이하기 위해 대장군 몽의를 조선으로 파견한다. 몽의 장군은 옥소 공주를 모시고 돌아오는 길에 승상 조고가 파견한 반란군의 매복 공격을 받는다. 옥소 공주를 지키기 위해 몽의 장군은 공주의 손을 꼭 잡고 전차와 함께 만장 폭포 아래로 떨어진다. 폭포로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 이곳 구향 동굴이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장구동 상참(윗역) ⓒ 이상기
고고학자 걸극(성룡)은 수년 동안 똑같은 악몽에 시달린다. 꿈속에서 흰 옷을 입은 신비로운 여인 옥수 공주가 그를 사로잡았고, 진나라 유물에 대한 그의 관심은 점점 커진다. 걸극은 진나라의 수도이던 시안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헬리콥터를 타고 여산 상공으로 올라가 협곡의 폭포로 뛰어내린다. 그런데 폭포에서 걸극이 꿈에서 보았던 옥수 공주를 만난다. 옥수 공주는 그곳에서 수천 년 동안 몽의 장군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판타지다.
우리도 영화처럼 구향동굴의 판타지 속에서 한나절을 놀다 나왔다. 동굴 속의 세계가 오색영롱한 지하 궁전이었다면, 동굴 밖 세상은 지수화풍으로 이루어진 현실 세계다. 산에는 홍매화와 목련꽃이 피어 있고, 장구동 윗 역으로 리프트가 끊임없이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역에는 식당과 기념품점이 있다. 이곳 이족식당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는다. 이족은 인구 천만 명에 달하는 중국에서 6번째로 큰 소수민족이다. 중국 서남부 윈난성, 쓰촨성, 구이저우성 지역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