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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카시아 프라이덱의 성장이 멈추었다. 누렇게 변한 잎을 하나씩 잘라내다가 지난 1월 가장 큰 잎을 자르고 난 뒤였다. 워낙 폭풍성장하고 있던 아이라 걱정이 없었는데 잎이 더 이상 나오지 않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이러다가 죽는 건가. 아니겠지? 아침마다 들여다보지만 새 잎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 개의 작은 잎이 조화처럼 매일 같은 모습이다.
아무래도 이번에 큰 잎을 제거한 것이 타격이 컸나 보다. 노란빛이 보여도 놔둬야 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알로카시아 프라이덱은 물은 좋아하면서 과습을 피해야 하는 모순덩어리 식물이다.
좋아할 만한 게 뭔지 몰라서, 물을 듬뿍 줘 보기도 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옮겼다가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놓아 보기도 하고, 전전긍긍하다가 내린 결론은 그냥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예전에 재스민 나무에 해충을 제거하려고 가지치기를 했다가 몇 년 만에 꽃이 피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상처가 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일지 모른다. 돌봄과 보살핌 같은 외부로부터 무언가가 더해지기보다 내면에서 스스로를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새 잎이 나오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기다리는 것은 할 수 있다. 지금은 프라이텍이 숨을 고르는 시간을 지켜봐 주는 것. 성장보다는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어제 지인과 통화를 하는데 비슷한 얘기를 했다. 누군가 나에게 마음이 상한 것 같은데 연락을 해야 하는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나의 생각은 어떤지 물었다. 때로는 서로에게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억지로 관계를 해결하려고 하면 감정적이 되기 쉬우니 감정이 좀 누그러지면 그때 편하게 만나서 마음을 얘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음이 상한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좋은 말도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 때로는 시간이 가장 좋은 치료제가 되기도 한다. 관계회복을 위해 의지적으로 해결해야 할 때도 있지만 지켜봐야 할 때도 있다.
알로카시아 프라이탁의 새 잎이 나오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성장이 멈춘 것 같이 보여도 스스로 준비하는 시간임을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내면이 회복되고 단단해지면 예상치 못한 그 어느 날 새 잎을 내놓을 것이라고.
지금은 에너지 소모를 줄이며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노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듯이 중얼거린다. 알로카시아 프라이텍처럼 안쪽에서 끊임없이 상처를 감싸고 성장을 준비하고 있을 모습을 상상해 보면서 조금 넉넉한 마음이 되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