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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에 도전하는 수영 선수들/ ? 완주를 향해 수영하는 사람들 ⓒ 우재인
지난 1일, 1년 만에 다시 그곳을 찾았다. '제 9회 안양시철인3종협회장 전국장거리수영대회'가 열린 안양수영장이었다. 완주는 했으나, 꼴찌의 설욕을 씻고자 지난해에 이어 다시 도전장을 낸 배우자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딸과 함께 응원석에 앉아 작년처럼 도전자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촉촉한 도전의 습기가 모락모락 내 안경을 덮쳐 시야를 가리기도 했지만, 정신만은 점점 또렷해졌다. 도전자들의 열기와 연대가 삶의 철학이 되어 심장을 몽글몽글하게 했다.
'제8회 안양시철인3종협회장배 전국장거리수영대회'에 참가했던 내용을 <오마이뉴스>기사로 쓴 적이 있다. 1년 만에 같은 수영장에서 같은 각도로 사진을 찍고 다시 기사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도전하는 배우자와 함께 으쌰으쌰 하는 이들을 보니 쓰고 싶어졌다. 남편은 지난해에 꼴찌로 완주했다. 완주한 것도 대단하다고 칭찬을 받았지만, 본인은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함께 응원하는 연대로 이룬 남편의 성장
출근 전 아침 수영과 주말 수영, 마라톤, 등산 동호회 활동을 하며 운동을 열심히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한 걸 알기에 응원하고 싶었다. 붉은색, 흰색 수모색으로 팀을 나눠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을 보고 특정 모임에서 단체로 참가했나 싶어 남편에게 나중에 물어보았다.
"혹시 저 분들은 동호회 사람들이야?"
"아니, 그냥 오늘 경기 함께 하는 사람들."
처음 본 사람끼리였지만, 함께 도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연대는 끈끈해 보였다. 그들의 도전에 누군가 함께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응원했다.
출발을 알리는 '사랑의 뿅망치' 주인이 낯익다. 지난해 기사를 확인하니 동일인이었다(관련 기사 :
나이 50에 철인3종, 꼴찌했는데 들은 놀라운 말). 2년 연속 같은 자리에서 도전을 응원하는 멋있는 분이다. 자신만의 목표에 도전하는 이를 모두가 응원하는 모습에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아빠를 응원하는 어린아이들, 남편을 응원하는 부인, 여자친구를 응원하는 남자친구, 엄마를 응원하는 딸들의 모습, 행사를 지켜보는 진행요원들까지 무언으로 말하고 있었다.

▲선수들을 응원하는 가족, 지인들 모습/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모습 ⓒ 우재인
'당신의 도전은 아름다워요. 끝까지 함께 할게요.'
나도 그들처럼 남편의 모습을 찍고 마지막 골인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남편이 환하게 웃으며 레인 밖으로 나왔다. 작년보다 훨씬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기록지를 받고 비교해 보니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지난해에는 1.5km에 42분 30초였는데, 올해는 35분 13초였다. 엄청난 성장이다. 아침에 눈 비벼가며 함께 물살을 가르며 운동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레인에서 옆을 지켜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힘이 아니었을까?

▲2년 연속 수영대회 참가한 기록증 /땀 흘린 운동의 결과 ⓒ 우재인
모두를 살게 하는 '연결'의 힘
2025년 1월 말, 책 <널 보낼 용기> 북토크에 참여했다. 송지영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 책을 펼치고 다 읽어내기까지 독자로서도 용기가 필요했다. 단지 한 개인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면에서 '자살 문제'를 다루고 싶었기에 용기냈다는 작가의 말이 궁금해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그 자리가 많은 이에게 '잘 살아갈 용기'를 담아갈 수 있는 북토크이기를 기대하며 파주의 한 책방으로 들어갔다.
송지영 작가의 입에서 "내가 그 분야(슬픔)의 전문가잖아요"라는 말을 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많은 전문가를 들어봤지만, 슬픔에도 전문가가 있다니. 그녀는 용기 있게 할 말을 이어갔다. 사랑하는 딸을 잃은 슬픔을 수면 위로, 세상 밖으로 끄집어낼 때는 얼마나 깊은 아픔과 고통을 감내했을까?

▲널 보낼 용기/ 딸을 잃은 자살 사별자 엄마의 기록 ⓒ 우재인
그녀는 딸아이가 유서에 남긴 것처럼 자신을 그리워만 말고 추억해달라는 말에 응답하기 위해, 슬픔으로 좋았던 기억을 다 덮어버리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죽고자 몸부림치는 이와 살고자 몸부림치는 이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많은 이들의 대나무숲이 되고 있었다. 부모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청소년의 고민들을 들어주는 존재가 되어있었다. 그들에게 그녀의 존재는 연대 그 자체다.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깊은 연대가 있다.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힘이다. 북토크에서 자신을 '산송장'이라고 표현한 한 분에게 송 작가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슬픔'을 아낌없이 이야기하며 그녀를 지옥에서 구하려 애썼다. 그 모습에 함께 있던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 그건 공감이 아닌 연대였다. 그녀를 살게 하는 힘이자 우리 모두를 살게 하는 '우리는 연결되어있다'는 힘 말이다.
너는 엄마의 끝없는 슬픔이어서는 안 돼. 끝없이 번져가는 사랑이었으면 해. 어디서든, 너의 빛과 나의 빛이 서로를 향해 비출 수 있기를.
- '널 보낼 용기 중에서' -

▲'널 보낼 용기' 파주 북콘서트 /북콘서트장에서의 공감과 연대 ⓒ 우재인
또래들과 나누는 마음
2025년 한 해 동안 학부모 독서 모임에 참여해 꾸준히 책을 읽고 토론했다. 그 경험이 너무 좋아서 함께 했던 엄마들과 방학 동안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독서 토론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다. 서툴 수는 있지만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일일 진행자가 되어 아이들을 이끌어보자고 했다. 먼저 사춘기 중학생들의 의견을 물어야 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하는 독서토론 모임에 참여한다고 해주어 우리는 주 1회 독서 토론을 시작했다.
엄마 마음으로 '중학생 필독서'로 책을 선택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책 선택권을 아이들에게 주었다. 재미 위주의 책만 고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전이었다. 자신들 수준보다 높거나 평소 보지 않을 법한 책들을 골랐다. 소극적이고 말없이 눈치만 볼 것으로 예상한 독서토론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아이들은 적극적이었고 많이 성숙했다. 오히려 긴장한 쪽은 엄마들이었지, 아이들은 즉문즉답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을 읽으며 자기 생각을 정리해 왔다.

▲엄마와 함께하는 중학생 독서토론/ 학생과 부모의 즐거운 방학생활 ⓒ 우재인
엄마들은 아이들이 평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저렇게 말을 잘하는 아이였는지 놀라는 눈치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 친분이 없던 아이들이었지만,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개학 후에도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은 중학생 또래라는 그 공통분모 속에서 연대했고, 엄마들도 또래를 키우는 또래 엄마로 같은 길 위에서 연대했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꼰대 마인드'를 내려놓고, '나 때'의 과거의 추억을 들려주니 아이들도 '엄마들의 그때'에 공감의 시선을 보냈다. 연대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다 문득 그 대사가 떠올랐다.
"산다는 게 대체 뭣이간디."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임철우 작가님의 <사평역>에 나오는 말이다. 산다는 게 무엇인지는 우리는 잘 모르겠지만, 각자의 삶의 공허함을 연대로 메꿔간다면 그래도 살만한 게 '삶'이 아닐까 싶다.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의 뿅망치'가 되고,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의 뿅망치'를 받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