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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탁신 전 총리
태국 탁신 전 총리 ⓒ 탁신 총리 페이스북

태국 정치의 상징적 가문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일가가 다시 권좌를 향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가문의 수장은 감옥에 있고, 직전 총리였던 딸은 해임되는 등 위기 속에서도, 탁신 계열 정당은 오는 2026년 2월 8일로 예정된 조기 총선에서 혈통을 총리 후보로 내세우며 정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번 총선은 태국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2월 의회를 해산하면서 시행이 확정됐다. 사전 투표는 이미 2월 1일에 실시되었으며, 유권자들은 500석의 하원 의원(지역구 400석, 정당 명부 100석)을 선출한다. 새 의회는 결과 발표 후 최대 15일 안에 새 총리를 선출할 예정이다. 전체 유권수는 약 5천3백만 명이다.

탁신 가문의 선택, 조카 '욧차난 웡사왓' 총리 후보

 총선 유세중인 욧차난 웡사왓 프아타이당 후보(오른쪽)와 패통찬 전 총리(가운데). 두사람은 이종 사촌지간이다.
총선 유세중인 욧차난 웡사왓 프아타이당 후보(오른쪽)와 패통찬 전 총리(가운데). 두사람은 이종 사촌지간이다. ⓒ 욧차난 웡사왓 페이스북

탁신 가문이 이번 총선에서 내세운 '비밀 병기'는 욧차난 웡사왓(46) 후보다. 그는 탁신 전 총리의 조카이자 솜차이 웡사왓 전 총리의 아들로, 태국 북부 출신이다. 미국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연구와 교육 분야에서 활동했으며, 2025년 디지털정부개발청 자문위원으로도 참여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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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아타이당(태국을 위한 당)은 탁신 전 총리의 조카인 욧차난을 총리 후보 최우선 명부 1번으로 지명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2001~2006년)는 통신·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저가 의료와 농촌 금융 정책을 통해 서민층의 지지를 받았다. 여동생 잉락 전 총리(2011~2014년)는 탁신과 유사한 경제·사회 정책을 추진했지만, 군부 쿠데타로 임기 중 해임됐다. 매제인 솜차이 웡사왓 전 총리(2008년)는 단기 임기였음에도 군과 민간 사이의 조정 역할을 수행했다.

딸 패통탄 전 총리(2022~2025년)는 청년·디지털 경제 정책을 강조했으나, 2025년 8월 캄보디아 실권자 훈센 상원의장과의 통화 내용 유출 사건이 공직자 윤리 위반으로 판단되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임됐다. 해당 통화에는 태국군 사령관을 비하하는 발언이 포함돼 보수 진영과 군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태국은 지난해 캄보디아와 군사적 충돌까지 경험했다.

2026년 현재, 탁신 가문은 이번 총선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욧차난을 통해 다섯 번째 총리 배출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가문의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탁신 전 총리는 2025년 9월, 과거 집권 시절 권한 남용과 이해충돌 관련 유죄 판결로 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이다. 해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으나, 일부 감형 후에도 형 집행이 재개됐다.

탁신 가문이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승부수는 '매일 백만장자 9명 만들기'라는 파격 공약이다. 프아타이당 유세 현장에서 발표된 정책은 매일 9명에게 각각 100만 바트(약 4600만 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농민과 고령층, 공공 봉사자 4명, 나머지 5명은 물품 구매 영수증 인증 소비자 중 추첨한다. 당측은 이를 통해 매년 3240명, 8년 집권 시 2만6000명의 백만장자를 배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국가 예산이 경품? "현대판 매표행위" 비판

 2월 8일(현지시각) 태국 총선을 앞두고 유세장에 모인 태국 유권자들.
2월 8일(현지시각) 태국 총선을 앞두고 유세장에 모인 태국 유권자들. ⓒ 욧차난 웡사왓 페이스북

이 같은 공약은 즉각적인 논란을 불러왔다. 국가 예산을 경품처럼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비판이 거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현대판 매표 행위'이자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며 재정 지속 가능성과 공정성 문제를 지적한다. 야권과 경쟁 정당들도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프아타이당은 공약의 경제적 명분을 강조한다. 당 지도부는 태국 경제의 비공식 부문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비공식 경제가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통계에 따라 약 40~50% 수준까지 추정된다. 프아타이당은 이를 공식 영수증 체계로 끌어들여 합법적 경제 시스템으로 편입시키면 세수 기반을 확대하고 경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민심 반응은 엇갈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프아타이당 지지율은 일부 상승세를 보였다. <로이터 > 등 외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탁신 전 총리가 과거 저가 의료 서비스와 농촌 자금 지원으로 서민 지지를 얻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현금 지급 공약이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총선 판도는 복잡하다. 현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이 이끄는 보수 성향의 품짜이타이당, 진보 성향의 국민당, 탁신 계열의 프아타이당이 격돌하는 3파전 구도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당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아누틴과 프아타이당이 뒤를 잇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채널 뉴스 아시아>(CNA)는 2026년 총선에서 탁신 가문과 프아타이당이 여전히 전통적 인기를 유지하지만, 현실적 제약과 변화하는 정치 환경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총선 이후에는 탁신 가문의 재도전과 군부·보수 세력의 견제가 맞물리며, 태국 정치의 향배가 새롭게 형성될 전망이다.

#태국총선#욧차난웡사왓후보#탁신가문#태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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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planet4u) 내방

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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