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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 ⓒ 연합뉴스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일 산업단지를 넘어, 한국 산업 정책의 향방을 상징하는 사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할 예정인 이 클러스터는 '반도체 초강국'을 향한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소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전력과 용수 논란은, 이 계획이 과연 환경적 조건과 사회적 현실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공장을 짓는 것과,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전력은 어디에서,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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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마주치는 제약은 전력입니다. 반도체 공정은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으로, 첨단 공장이 본격 가동될 경우, 단일 클러스터가 요구하는 전력 수요는 중소도시 하나에 맞먹는 수준에 이릅니다. 현재 수도권 전력 수급 구조는 이미 한계에 가까운 상태이며, 추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외부 전력 조달이 불가피합니다.

이 때문에 호남 지역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 가능성과 사회적 현실을 혼동한 접근입니다. 재생에너지는 생산지와 소비지를 가능한 한 가깝게 연결할 때(지산지소) 효율성과 수용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대규모 전력을 장거리로 송전하려면 초고압 송전선로의 대규모 확충이 필수적인데, 이는 수년의 행정 절차와 막대한 사회적 갈등을 동반합니다.

이미 송전망이 통과하는 지역에서는 경관 훼손, 건강 영향 우려, 토지 이용 제한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수도권 산업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이 지속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에너지 전환은 기후 대응 전략이 아니라 새로운 지역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전력 문제는 단순한 인프라 부족이 아니라, 수도권 중심 산업 배치가 만들어낸 구조적 병목현상입니다.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를 구체적으로 보면 문제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업계와 정부 자료를 종합하면, 첨단 반도체 팹(fab) 하나가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전력은 수백 메가와트(MW) 규모에 이르며, 이는 화력 발전소 한 기의 전력 생산량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용인 클러스터처럼 복수의 대규모 공장이 동시에 가동될 경우, 추가 전력 수요는 수 기의 발전 설비를 새로 확보해야 할 정도로 커집니다.

문제는 이 전력이 수도권 내부에서 생산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결국 전력은 비수도권에서 생산해 장거리 송전을 통해 공급될 수밖에 없고, 이는 송전망 확충과 지역 갈등이라는 동일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낳습니다. 전력 수요가 이렇게 집중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도 '어디에서 생산한 전기를 누가 소비하는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물은 충분한가, 계획은 현실적인가

전력 못지않게 심각한 제약은 용수입니다. 기후환경부가 수립한 '국가수도기본계획'을 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수도권 물 수급 체계에 가하는 부담이 결코 추상적인 우려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계획에 따르면 용인 일대에 조성 중인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는 2030년대 중반 이후 하루 수십만 톤 규모의 공업용수를 필요로 하며, 2040년대 후반에는 하루 100만 톤을 넘는 용수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중소도시 하나가 사용하는 생활·공업용수를 합친 규모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수요 전망이 산업계의 요구나 추정치가 아니라, 정부가 공식적으로 채택한 국가 계획 문서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용수 부족 문제는 '혹시 생길 수 있는 위험'이 아니라, 이미 정책적으로 전제된 조건 위에서 논의되어야 할 현실적 제약입니다.

정부는 하수 재이용수 확대, 기존 광역상수도 연계, 해수담수화 등 다양한 공급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대안은 모두 비용과 시간, 환경 부담이라는 명확한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해수담수화는 플랜트 건설에 수년이 소요되고, 해안에 건설된 담수화 플랜트에서 수송하기 위한 장거리 송수 설비도 필요하므로, 생산된 물의 단가는 기존 수자원보다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물 공급'이라는 조건과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또, 물을 다른 지역에서 더 끌어오는 방식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해법은 집중이 아니라 분산이다

전력과 물이라는 두 개의 병목이 동시에 드러내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문제는 개별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모든 것을 수도권에 집중시키는 성장 전략 그 자체입니다. 이 지점에서 검토해야 할 대안은 단일 초대형 클러스터의 확장이 아니라, 반도체 생산시설의 분산배치 전략입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반도체 산업을 단일 거점에 과도하게 집중시키는 전략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첨단 공정을 특정 지역에 몰아넣기보다는, 전력·용수 여건이 다른 여러 주에 생산시설을 분산 배치하고 있습니다. 애리조나, 텍사스, 오하이오 등이 각기 다른 공정과 역할을 맡는 방식입니다.

유럽연합 역시 반도체 생산을 특정 국가에 집중시키기보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으로 기능을 나누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지역 수용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산업을 '최대한 한곳에 모으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자원 조건에 맞게 배치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 안정성을 높인다는 겁니다.

반도체 산업은 흔히 '집적 산업'으로 인식되지만, 모든 공정이 동일한 장소에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첨단 공정 일부를 제외하면 연구·개발(R&D), 패키징, 후공정 시설은 상대적으로 전력과 용수 부담이 적은 지역으로 분산 배치할 수 있습니다. 하루 100만 톤에 달하는 용수 수요를 하나의 수도권 거점에 집중시키는 대신 이를 3~4개 권역으로 나눌 경우, 권역당 부담은 하루 25만~30만 톤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이는 기존 광역상수도 체계나 지역 내 수자원 확충으로도 단계적 대응이 가능한 규모입니다.

전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생산지 인근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소비를 분산시키는 구조는 송전망 부담을 줄이고 지역 수용성을 높입니다. 분산배치는 수도권의 자원 병목을 완화하는 동시에, 호남·충청·영남 등 비수도권 지역에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지역 안배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리스크관리 전략입니다.

성장 전략을 다시 묻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논란은 특정 기업이나 개별 사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수도권 중심 성장 전략이 기후위기와 자원 한계라는 현실 앞에서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전력과 물은 시장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공공 자원이며, 산업 정책은 이 자원의 물리적 한계를 전제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산업은 전력과 용수 공급이 가능한 경우에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산업단지 계획은 이러한 전제조건이 만족되는 경우에만 수립해야 합니다. 이 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습니다. 선개발 후대책의 방식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면, 이제 질문은 '어디에 더 크게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나누어 배치할 것인가'여야 합니다. 분산배치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 위험을 줄이기 위한 투자입니다. 성장의 속도만을 좇는다면, 우리는 공장을 지어놓고도 전기와 물 앞에서 멈춰 서는 선택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입니다. 이 기사는 굿모낭 충청에도 실립니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전력#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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