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가 지난 1월 29일, ‘2025-2026 대한민국 좋은 채용 기업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교육의봄
출신학교를 차별하지 않은 '좋은 채용 기업상'을 받은 회사 대표가 신규 직원에게 "고졸이냐?"라고 캐물은 경험을 얘기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월 29일,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이 단체 사무실에서 연 '2025-2026 대한민국 좋은 채용 기업 시상식'에서 벌어진 일이다.
손봉호 교육의봄 이사장 "좋은 대학 출신이 반드시 능력 있는 사람 뜻하지 않아"
구독자 수 150만 명을 갖고 있는 뉴스레더 중견 기업인 A사 대표는 이날 상패를 거머쥔 채 다음처럼 말했다.
"제가 엊그제 나라에서 고졸 직원에게 지원금을 주는 '일자리 도약 장려금'이 있어서 그 대상자를 알아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저희 회사에 그 조건에 해당하는 인재가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신규 입사자분들께 직접 '고졸이세요?'라고 물어봤어요."
이 기업은 응시자가 마음대로 양식과 내용을 구성하는 자유 양식 채용 이력서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직무별 과제는 받는다. 그런 뒤 과제 결과에 대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응시자의 인성과 능력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A사 대표는 과거 교육의봄과 인터뷰에서 "채용 과정에서 응시자의 학벌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라면서 "그냥 안 본다"라고 말한 바 있다.
출신학교가 아닌 직무 역량에 따른 채용 운동을 펼쳐온 교육의봄은 이날, A사를 비롯해 12개 기업에 좋은 채용 기업상을 줬다. 출신학교와 학벌을 보고 직원을 뽑는 관행을 없앤 기업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이날 상을 받은 B기업 대표는 "좋은 채용 기업이 교육을 바꾼다는 것을 되게 많이 느끼고 있다"라면서 "(학벌) 스펙이 아닌 진짜 의미 있는 사람들을 우리가 찾는 과정에서 우리 교육의 꿈도 같이 응원하는 관계가 잘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상을 받은 C기업 관계자도 "좋은 채용은 기업도 살리고 교육도 살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급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역시 상을 받은 D기업 이사는 "최근의 여러 직원 선발 도구들은 학벌 자체를 보지 않고 볼 수도 없다"라면서 "서류에는 없지만 일부 면접관들이 학벌을 물어보기도 하는 것이 문제다. 이제 이런 학벌 의존은 자연스럽게 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대적인 흐름 때문에라도 학벌 채용 관행이 없어질 것 같다"라고도 했다. 이 기업은 '인공지능 면접 시스템'을 개발해 우리나라 주요 기업에 공급해 온 곳이다.

▲교육의봄이 지난 1월 29일에 연 ‘2025-2026 대한민국 좋은 채용 기업 시상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교육의봄
이날 손봉호 교육의봄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좋은 대학 출신이 반드시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부모가 돈이 많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라면서 "(출신학교에 차별을 두지 않고) 아주 합리적으로 직원을 채용하면 반드시 회사에도 이익이 되고, 우리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도 "우리 학부모님들이 사교육비를 줄이지 않는 이유는 기업에 취업할 때 출신학교가 중요한 스펙이 되는 채용 관행 때문"이라면서 "이런 잘못된 채용 관행을 고쳐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가 6년 전부터 좋은 채용을 위한 여러 일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출신학교 보고 이재명 대통령 뽑은 거 아냐, 학벌 채용 없애자" https://omn.kr/2fxit)
상 받은 기업 관계자 "몇 년 뒤에 이런 상 준다는 게 우스운 사례 되길"
교육의봄을 비롯한 전국 311개 단체가 모인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 국민운동은 지난 1월 20일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제정 추진 국민대회'를 열고 "사교육 걱정을 줄이고 학벌주의 청산을 위해서는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 출신학교에 대한 정보 수집을 금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 기사:
"괴수 학벌에 쏜 화살", "소년공 대통령 시대의 선물"...이 법안 뭐기에? https://omn.kr/2grhc)
지난달 29일 '좋은 채용 기업상'을 받은 F기업 관계자는 다음처럼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몇 년 뒤에, 이런 좋은 채용 기업상을 준다는 것이 우스운 사례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 옛날에 역량 중심으로 직원을 채용한 기업들을 모아놓고 상을 줬대'라고 말하면 '그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런 걸 갖고 상을 줬다고?' 하는 이런 대답이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