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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 빨리 사. 지금 막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고 있어. 지금이 타이밍이야."
부침개를 굽다 말고 A언니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하면서 휴대폰 주식 앱을 열어 허겁지겁 추천 받은 종목을 검색해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 사이 부침개는 탔고 종목은 매수하자마자 더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뿔싸. 부침개도 투자도 타이밍을 다 놓쳤다. 지난 2일 오후 3시쯤, 한창 치솟던 코스피가 10% 이상 급락하던 시점이었다.
돈 좀 벌어보겠다고 주식하는 A언니와 요즘 통화를 자주 한다. 언니와 통화를 하다 보면 언니는 참 용감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언니보다 주식을 한 지 훨씬 오래됐지만 할수록 겁이 많아져 조심하고 조금씩만, 그것도 아는 종목에만 투자한다. 반면 언니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종목도 겁 없이 매매한다. 가끔은 나한테도 종목을 추천한다. 원래는 종목을 추천해도 잘 안 사는데 그날은 언니가 추천한 종목을 덜컥 매수했다. 알아볼 틈도 없이.
이성보다 앞선 마음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 ⓒ jsnbrsc on Unsplash
A언니는 요즘 수익률이 좋았고 내 마음은 급했다. 수익률 12%를 찍던 종목들이 하루 아침에 떨어졌고 신규 편입한 종목은 마이너스 8%를 넘어가고 있었다. 손절을 고민하기도 했으니 손실을 만회하려는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평정심을 잃었다. 주식할 때 조급함 만큼은 경계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누굴 탓하랴. 급하다 보니 수익을 내려는 욕심에 마음이 흐려졌다.
요즘 같은 시대에 주식을 하지 않으면 뒤처진 사람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주위에는 여전히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수익을 냈더라도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가 제자리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코스피 5000'이라는 뉴스만 보고 나에게 "요즘 돈 많이 벌었겠네"라며 인사처럼 말을 건넨다.
물론 수익률만 놓고 보면 나는 꽤 성공한 투자자처럼 보일지 모른다. 나 역시 최근 수익률이 80%까지 올랐던 종목이 있었다. 몇 달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였다. 수익률만 보면 어마어마한 숫자지만 실제로 내 계좌의 수익금은 60만 원에 불과했다. 원금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디냐'고 하지만 사람 심리는 참 묘하다. 수익 60만 원은 생각보다 작아 보이는데, 손실 10만 원은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이익을 키우는 일보다 손실을 피하는 데 훨씬 더 예민해진다. 그날, 내가 바로 그런 상태였다. 손실을 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이성보다 앞섰고 결국 흔들렸다.
코스피가 떨어질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서둘러 팔고, 누군가는 기회라며 사고, 또 누군가는 묵묵히 버틴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건, 그 선택들에는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불안의 크기와 욕심의 모양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불안 앞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투자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식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코스피가 크게 출렁이던 그날, 나는 수익률과 손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타인이 추천한 종목을 별다른 의심 없이 매수했다. 평소의 나라면 추천 종목을 꼼꼼히 살펴보고 스스로 납득한 뒤에 판단하고 결정했을 것이다. 종목 평가와는 별개로 그날 나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급할수록 신중하게
주식 앞에서 흔들린 것은 계좌가 아니라 내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오래 주식을 해왔다고 해서 결코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이 흔들림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과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오늘도 많은 사람이 주식창을 들여다보며 저마다의 마음과 씨름하고 있을 테니까.
어쩌면 주식은 돈을 버는 수단이기 이전에, 나 자신의 욕심과 불안을 가장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용감해 보이는 언니도, 조심스러워진 나도 각자의 방식으로 불안한 시대를 건너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날의 실수도 흔들림도 결국은 이 시간을 살아가는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언니에게 "언니 내일 ○○ 떨어지면 바로 손절할 거야"라고 말했더니 " 그래, 그런데 올라간다고 하니까 지켜보자"라고 했다.
요즘 내 목표는 종목에 '물리지 않기'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정한 '손절 시간'이다. 주식에서는 이익을 내는 것 만큼 더 중요한 것은 손실을 키우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 종종 아주 작은 손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해 버티다가 그 선택이 더 큰 손실로 돌아오곤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고 여전히 몇 년째 물린 종목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수익을 얼마나 냈는지 보다 감당할 수 없는 손실 앞에서 제때 멈췄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주식에서 목표는 더 많이 버는 것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마음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용감하고 명랑한 A언니와 오늘도 통화를 한다.
"나 그동안 잃은 거 이제 다 복구 됐어. 그런데 또 물렸어. 어떡하면 좋니. 아 짜증나."
"언니, 나는 그래서 요즘 정찰병 보내듯이 한 주 한 주 사고 있어. 주식은 재밌게 해야지 짜증내면 어떡해."
사실 그 말은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언니처럼 대담 하지 않고 여전히 조금씩 배우면서 하고 있다. 주식창 앞에서 마음이 먼저 흔들릴 때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때론, 용기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음을 지키는 선택일 수도 있다는 것을.
다행히 A언니가 추천했던 종목은 반등을 시작했고 코스피도 다시 올랐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파도는 늘 밀려오고, 흔들리고 급할수록 신중하게 결정하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큰 자산임을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