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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황혼 육아가 대세다. 65세인 나도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를 7년째 하고 있다. 5개월부터 주말 육아 하였는데 벌써 초등학교 1학년을 수료하였다. 주말에 오는 쌍둥이 손자와의 달콤쌉쌀한 육아 이야기로 저출산 시대에 아이가 주는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
길게만 느껴지던 초등학교 겨울방학이 이제 2월 한 달 정도 남았다. 어쩌면 아직도 한 달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거다. 지난주 주말에도 작은아들이 회사 일로 늦어 금요일 저녁에 쌍둥이 손자를 데리러 갔다. 주차장에서 인터폰을 하니 쌍둥이 손자가 외할머니 손을 잡고 내려왔다. 보자마자 "할머니!" 하고 뛰어와서 안기는 손자들이 예쁘다.

"사부인, 방학이라 힘드시지요?"
"다른 것은 괜찮은데 아이들이 뛰어서 아랫집에 죄송하네요."

돌보는 손주는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쌍둥이라 늘 활기가 넘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우리 집에 와도 "뛰지 마!"가 저절로 나오니 사부인 마음이 이해된다. 주중에는 외할머니가, 주말에는 내가 쌍둥이 손자를 돌보는데,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고 바통 터치를 하듯 쌍둥이 손자를 데려왔다. 저녁 먹고 설거지까지 마쳤는데 연우가 물놀이가 하고 싶은지 목욕하고 싶다고 할아버지를 졸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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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오늘 태권도에서 땀을 많이 흘려서 목욕할래요."
"지우도 할 거야?"
"네, 목욕하고 싶어요."

할아버지가 거절 못하게 말도 잘한다. 아기 때부터 할아버지가 손자들을 목욕을 시켜서 목욕은 늘 할아버지 담당이다. 날씨가 추워서 욕조에 물을 받아 욕실 온도를 높이고 손자들을 들여보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손자들이라 욕조에서 물장난치며 한바탕 즐겁게 놀았다. 남자아이 둘 목욕시키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즐겁게 한다.

손자들은 보통 밤 9시 30분경 자러 들어간다. 잘 때는 내가 가운데서 자고 오른쪽에는 지우가, 왼쪽에는 연우가 자는데 늘 내 손을 하나씩 잡고 잔다. 대신 애착 인형은 없다. 자리에 누워도 금방 잠들지 않고 '나라 이름 대기, 우리나라 도시 이름 대기' 등을 하다가 잠드는데, 이날 밤에는 끝말 이어가기까지 하였다. 제법 길게 이어져서 재미있게 했다.

도서관에서 보내는 겨울방학

"지우 연우, 능내 공원에 갈까?"
"가고 싶어요."

"가기 전에 네프론에 페트병 넣어주고, 도서관에 먼저 들러야 해."
"할머니, 페트병을 왜 네프론에 넣어요?"
"지구를 살리려고 그러는 거야."

"도서관에서 오늘은 책 몇 권 읽어야 해요?"
"지우, 연우가 읽고 싶은 만큼 읽으면 돼."

네프론에 투명 페트병 넣는 손자 쌍둥이 손자가 교대로 투명 페트병을 넣으며 환경 보호를 경험하였다.
네프론에 투명 페트병 넣는 손자쌍둥이 손자가 교대로 투명 페트병을 넣으며 환경 보호를 경험하였다. ⓒ 유영숙

공원에 가는 목적은 도서관에 다녀오려는 거다. 도서관 옆 복지 회관에 네프론(투명 페트병을 수거하는 자원순환 로봇)이 있어서 가는 김에 모아둔 투명 페트병을 들고 갔다. 페트병 하나에 10원씩 적립금을 주지만, 돈을 벌기 위한 것보다는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려는 것이 목적이다. 귀찮아도 투명 페트병은 늘 따로 모아서 네프론에 넣는다. 쌍둥이 손자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손자들이 제법 키가 커서 페트병을 넣을 수 있어 하나씩 교대로 넣었다. 페트병이 들어가면 압축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신기한가 보다. 어려서부터 환경 보호의 중요성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자라면서 환경보호에도 관심을 가지리라 기대한다.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어서 어린이 열람실인 자람터로 들어갔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시립 도서관과 구립 도서관이 있는데 이날 방문한 곳은 규모가 조금 작은 구립 도서관이다. 토요일인데 생각보다 어린이가 많지 않았다. 손자들이 읽고 싶은 책을 꺼내와서 읽는 모습이 대견하다. 방학 동안 도서관에 자주 오려고 한다.

독서는 문해력도 길러 주고, 간접 경험도 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길러 준다. 물론 집중력도 길러 주고, 지식도 얻는다. 요즘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많아서 주기적으로 도서관을 찾는 것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TV 방송 프로그램 중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좋아한다. 지난주(329회)에는 현직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EBS 국어 일타 강사로 불리는 윤혜정 선생님이 나왔다. 이야기 중에 "요즘 열 명 중 한 명이 '국포자'라는데"라는 사회자(유재석) 말에 깜짝 놀랐다. '수포자(수학 포기자), 영포자(영어 포기자)'라는 말은 들었지만 '국포자'란 말은 처음 들었다. 한글이 모국어라 읽고 쓸 수 있는데도 '국포자'(국어를 포기한 자)가 늘고 있다니 걱정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대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우리 말에 한자어가 많은데 한자 세대가 아닌 것, 독서를 많이 하지 않는 점,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언어 습관 변화 등이 떠오른다. 요즘 아이들이 책보다 숏폼(15초, 30초짜리 짧은 영상) 콘텐츠에 빠지다 보니 긴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집중력까지 떨어지고 있다.

끝말 이어가기 놀이로 키우는 문해력

끝말 이어가기 놀이하는 쌍둥이 손자 포스트잇에 낱말을 써서 놀이처럼 끝말 이어가기를 하였다.
끝말 이어가기 놀이하는 쌍둥이 손자포스트잇에 낱말을 써서 놀이처럼 끝말 이어가기를 하였다. ⓒ 유영숙

방송 중 유아기나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문해력을 기르는 놀이로 '끝말 이어가기'가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다. 끝말 이어가기 놀이에서 중요한 것은 늘 사용하는 어휘가 아니라 다양한 어휘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쌍둥이 손자와 자기 전에 가끔 끝말 이어가기를 하는데, 이젠 자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끝말 이어가기 놀이는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자동차에서도 할 수 있고, 걸어가면서도 할 수 있고, 집에서도 할 수 있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말로도 할 수 있으나 이날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놀이처럼 해 보았다. 쌍둥이 손자가 오는 3월에 2학년이 되니 정확하게 낱말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포스트잇에 돌아가며 낱말을 써서 이어 붙이는 놀이다. 나와 쌍둥이 손자 세 명이 돌아가며 낱말을 이어 써서 붙이는데 주로 쌍둥이 손자가 하고 나는 가끔 참여하였다. 공부도 놀이처럼 하면 더 재미있다. 지우는 그림도 그리고 자녀(子女)에는 한자도 쓰고 오선 악보를 그려 음표도 그려 넣으며 즐겁게 했다.

포스트잇을 활용해서 끝말 이어가기 놀이를 하니 놀면서 계속할 수 있어서 좋았다. 떼어서 마루나 벽에 기차처럼 길게 늘어놓고 읽어보며 놀 수도 있다. 아이들은 상상력이 좋으니 놀다 보면 또 다른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거다. 거의 두 달이나 되는 겨울방학이지만, 계획표를 짜서 보내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간다(관련 기사 : 쌍둥이 손자들과 겨울방학 때마다 꼭 가는 곳). 벌써 반 정도가 지났다. 남은 2월도 아이들과 즐겁게 보내는 겨울방학이 되기 바란다.

손자들과 하는 끝말 이어가기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놀이처럼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손자들과 하는 끝말 이어가기포스트잇을 활용하여 놀이처럼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 유영숙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에도 실립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조부모육아#손주육아#국포자#문해력#초등학생겨울방학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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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쌍둥이 손자 육아하는 할머니

교사 출신 할머니로 7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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