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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으로 봐 드릴게요."

이 말을 의심 없이 믿은 대가는 가혹했다. 1년 전에 보이스피싱 앱이 깔렸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내 손으로 보이스피싱 앱을 설치했다. 왜? 시작은 아주 단순했다.

"카드 배송하러 갑니다."

카드를 신청하지 않았으니 그냥 통화를 멈추면 되는데, 하필 카드 배송 주소가 나와 무관하지 않았다. 카드 사고를 접수하려고 그 사람이 안내한 카드 회사 번호로 전화를 했다. 그것이 두 번째 실수였다. '해외에서 결재가 가능한 카드'라서 잘못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원격으로 봐 드릴게요. 앱 설치를 하세요"라고 했고 나는 그렇게 내 손으로 악성 앱을 설치했다.

전화 가로채기까지 당할 줄은

 그들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들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 stevenwei on Unsplash

고개를 갸우뚱한 순간도 있었다. 앱 설치를 할 때 보통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만 입력하는데 전체를 입력하라고 해서다. '악성 앱인가?' 의심했지만 '카드 발급 관련이라 전체를 원하는구나' 판단했다.
그후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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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은행 문래동 지점에서 내 이름으로 통장이 발급되었고 그 통장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이용했는데, 돈을 받고 상품을 지급하지 않아 내가 사기죄로 수사 대상'이라고. 문래동은 여행길에 하루를 보낸 지역이고 몇 달 전에 카드 분실 신고를 해서 또 속아 넘어갔다. '분실한 카드로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그들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문제는 그런 내용이 단순한 대화로 끝나지 않았다는 거였다. A4 용지에 출력된, 은행거래명세를 문자로 받았다.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정확하게 명시된 채로. 검찰청에서 발급된 서류에도 피의자 OOO라고 써 있었다. 내가 피의자라고? 참고인도 아니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앱 설치할 때 입력한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가짜 서류를 만든 것 같다. 금융감독원에 전화해서 자산 보호 신청을 하라고 한다. 검찰청 OOO 검사라는 사람과 통화도 했다.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정신을 차리고 '혹시 보이스피싱인가' 의심하고 금융감독원, 검찰청 홈페이지에서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모두 일치했다. 몇 번을 확인했지만 전화번호가 확실했다. 함정은 여기에 있었다. 경찰서 사이버 범죄 수사팀에서 설명을 듣고 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카드회사, 금융감독원 등에 전화한 것을 당겨 받기, 소위 전화를 가로채기해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받은 것이다. 이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두 시간 이상을 통화하며 시달렸다. 등장 인물이 바뀌면서. 그들이 내 전화기에 담긴 모든 정보를 가져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주에 검찰청에 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윽박지르던 사칭 검사, "어쩌다 그런 피해를 당하셨어요?"라고 위로하던, 친절하고 세련된 가짜 금융감독원 직원. 그들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도대체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사기일까?'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검찰 조사 받을 두려움에 허둥대는 나에게 퇴근해서 집에 온 남편이 무슨 일인지 물었고, 설명을 들은 후에 "전화금융사기가 확실하다"라며 카드 회사에 전화했다. 그런데 카드 피해 신고 사실이 없다고 한다. 내가 이미 신고했는데. 내가 한 전화를 당겨 받기로 했으니 당연히 접수되지 못한 것이다. 보이스피싱이 확인되는 순간 머릿속은 먹통이 되어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늦은 밤, 바보가 되어버린 나를 대신해서 남편은 많은 것을 했다. 은행 지급 정지 신청을 하고, 경찰서에 신고하고, 명의도용 방지서비스인 엠세이퍼에 가입해서 휴대폰 개통을 막았다. 내 명의의 핸드폰이 개통되어 상품권 구입, 소액 결제를 막기 위함이다. 뜬 눈으로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경찰서로 향했다.

보이스피싱 이후 다양한 피해 사례를 듣고 가장 두려운 것은 대부업체의 대출이었다. 20개 업체에서 500만 원씩만 받아도 1억 원이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그런데 내 전화기를 꼼꼼하게 살펴보던 경찰관으로부터 실낱같은 희망의 소리를 들었다.

"별로 가져갈 게 없어 보입니다."

갤러리에 신분증이 없고, 핸드폰으로 한 것이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퇴직자가 되어 시간이 있었고, 나이 들어 노안이라서 인터넷쇼핑을 PC로 했으며, 결재 방법도 귀찮지만 카드 대신 무통장 입금을 이용했다. 그런 습관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다니.

보이스피싱 의심되면 꼭 확인할 것

안도의 숨을 쉬고 돌아왔지만 사건 6개월 동안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혹시 대출 이자 미납, 연체 등 원치 않는 연락을 받게 될까 봐. 다행히 지금까지 1년이 무사히 지나갔다.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1년 전 상황이 떠오른다. 피해 받은 건 없지만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오랫동안 힘들었는데 실제로 많은 금액을 빼앗긴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힘들까?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꼭 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전화기의 전원을 끄고 집 전화나 가족, 친구의 전화기를 이용해야 당겨 받기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또 보이스피싱이 확실하면 전화기를 초기화 해야 한다.

둘째,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인 엠세이퍼에 가입한다. 그리고 경찰청에서 배포하는 시티즌코난 앱을 설치하면 악성앱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시티즌코난과 비슷한 앱을 만들어 배포하는 악성앱을 조심해야 한다. 헷갈리면 안 된니 이름을 꼭 확인하자.

이번에 은행 지급 정지 신청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나도 잊고 있었던 휴면계좌가 4개나 있었고, 휴면계좌를 정리해 9만 8천원을 찾았다. 과거에는 은행 창구에서만 거래를 했기 때문에 거주지가 바뀌면서 소액이라 잊은 것 같다. 휴면계좌 정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계좌정보 통합관리서비스( www.payinfo.or.kr)에서 내계좌 한눈에 → 계좌통합조회 → 비활동성 계좌 조회 → 계좌 상세 내역 → 계좌해지 잔고이전 신청을 클릭하여 원하는 계좌로 이체 할 수 있다. 단, 은행 업무 시간에만 신청할 수 있고 은행에 문의하라고 안내하는 것은 은행 창구에서 찾을 수 있다.

 계좌 통합 조회
계좌 통합 조회 ⓒ 이지현
 계좌 해지 잔고 이전
계좌 해지 잔고 이전 ⓒ 이지현

휴면 계좌 정리 마지막 단계에서는 서민 금융 진흥원에 전화 확인을 하면 좋다. 혹시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실효된 것이 있으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국번없이 1397로 전화하면 본인 확인하고 중지된 계좌여부를 알 수 있다.

 서민 금융 진흥원 국번없이 1397
서민 금융 진흥원 국번없이 1397 ⓒ 이지현

지난해 10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말 기준 19개 은행에 1년 이상 입출금 거래가 없는 미거래 예금규모가 총 19조 2654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오랫동안 방치된 계좌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잠자고 있는 돈을 찾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잦은 개인 정보 유출 사고 때문에 불안하지만, 안전 장치를 통해 피해를 막고 나 같은 바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끄러운 고백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보이스피싱#시티즌코난#휴면계좌정리#계좌해지잔고이전#엠세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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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농부가 된 퇴직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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