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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지원 구간이 산정되었습니다."

지난 1월 30일 오후, 한국장학재단에서 휴대전화로 알림이 왔다. 곧바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확인한 내용은 2026년 봄학기에 적용되는 국가장학금 결과였다. 나는 '국가장학금 I '유형에 신청했고, 이번에도 가장 높은 지원 구간인 1구간에 산정되었다.

'국가장학금 I '유형은 소득 수준에 따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도록 설계된 제도다. 대한민국 국적의 국내 대학 재학생 가운데 학자금 지원 구간 9구간 이하이면서 성적 기준을 충족하고, 가구원 동의와 서류 제출 등 신청 절차를 마친 학생이 대상이다. 제도 설명만 놓고 보면 간단하다. 그러나 나에게 이 장학금이 갖는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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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SBS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한 적이 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잘 알려진 배우 윤시윤과 그의 어머니 이야기였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졸업식이 있지만, 그날 본 졸업식은 유독 특별했다. 윤시윤의 어머니는 무려 44년 만에 중학교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졸업을 단 3개월 앞두고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고작 3개월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이 44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내가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이다. 윤시윤의 어머니는 그 말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 늦게나마 교실에 앉는 용기를 냈고, 결국 꿈에도 그리던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졸업식장에서 자꾸만 번지던 그녀의 미소를 보며, 나 역시 함께 미소 짓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공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든든한 지원군인 아들 윤시윤도 곁에 있으니, 걱정보다는 응원이 먼저 떠올랐다. 마음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당신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나는 2024년 9월, 예순의 나이에 사이버대학교에 입학했다. 고수리 작가의 책을 읽고 깊이 감동하였고, 나도 그 작가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 올랐다. 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지원하게 된 계기였다. 입학하고 보니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작가가 실제로 그 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인연이 필연으로 바뀌는 순간일까? 혼자 생각해 본 적도 많았다. 지난 가을 학기에는 담당 교수로 강의를 듣게 되었다. 언젠가 글을 쓰며 살아가는 작가가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정말 필연이라면, 언젠가 직접 만날 기회도 오리라 믿게 되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 imkirk on Unsplash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학교 생활은 어느덧 세 학기를 지나고 있다. 다행히 무리 없이 공부를 이어왔고, 글을 쓰는 기쁨과 행운도 함께 알게 되었다. 재미있게 공부하다 보니 이번 학기까지 포함해 네 학기 연속 국가장학금을 받으며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등록금을 한 번도 내지 않고 학교에 다닌 셈이니, 이보다 더 실속 있는 선택이 있을까 싶다.

만약 경제적 여유가 충분했다면 성적에 조금 소홀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남편의 홑벌이로 가계를 꾸리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부담하며 대학에 다니는 일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정 경제에 미세한 금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늦깎이 공부이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었고, 실제로 많은 시간을 공부에 쏟았다. 덕분에 그 '금'은 생기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일은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두 시간만 강의를 듣고 나면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줌으로 듣는 실시간 강의는 흥미로우면서도 부담스러웠고, PC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크고 작은 문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금은 제법 능숙해졌지만,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버거웠다.

첫 학기에 치른 시험은 아직도 선명하다. 사이버대학 시험은 오픈북이라는 말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시험에 임했다. 문제는 교안 순서대로 나올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던 점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6강에서 한 문제, 1강에서 한 문제, 예측불허의 문제가 쏟아졌다. 질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교안을 뒤적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험 시간이 10분 남았습니다."

알림이 뜨는 순간, 머릿속이 종잇장처럼 하얘졌다. 땀은 목 뒤로 뚝뚝 떨어지고, 마우스를 쥔 손은 떨려 패드 위에서 미끄러졌다. 교안은 뒤죽박죽이 되었고, 결국 답을 찾지 못한 채 시험은 끝나버렸다. 다행히 결과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국가장학금 I 유형 1구간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날의 시험은 이후 나를 훨씬 성실한 학생으로 만들었다. 녹음 강의를 들을 때도 이전보다 훨씬 꼼꼼하게 필기하기 시작했다.

지난 봄 학기에는 태어나 처음으로 청심환까지 먹고 시험을 치렀다. 물론 공부도 훨씬 열심히 했고, 나만의 예상 문제를 만들어가며 준비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때부터 비로소 나만의 공부 방법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몇 학기를 지나며 나만의 비법이 생겼고, 이제는 청심환에 기대지 않는다. 불안은 불안으로 두되, 내가 통제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 방법은 내가 선택한 학습 방식과 투자한 시간, 그리고 노력에 정확히 비례한다는 사실을 여러 학기를 거치며 확인했다.

이제 3월이면 또다시 봄학기가 시작된다. 어떤 과목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수강 신청 창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남은 다섯 학기도 지금처럼 성실하게 공부하며, 국가장학금을 놓치지 않는 늦깎이 대학생으로 수업에 임하고 싶다. 배움이 허락된 이 시간을 가능한 한 오래 붙잡고 싶다.

#사이버대학교#국가장학금#늦깎이대학생#배움에는나이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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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늦깎이 대학생의 좌충우돌 신나는 대학 생활

세종사이버대 문예 창작학과 재학 중, 브런치 스토리 작가,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마음을 다해 정성껏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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