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가운데 가수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이었던 2025년 12월 3일 광주지검은 공무원 신분으로 대통령 탄핵집회에 참석한 중학교 교사 백모씨에 대한 항소심 무죄 판결에 대해 불복해 상고했습니다. 그에 앞서 11월 26일 항소심 재판부는 백씨에게 내려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을 진행하며 계속 윤석열 탄핵 집회가 열렸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떠올랐습니다. 수많은 인파와 외침 속에서도 아직까지 가장 또렷하게 기억나는 구호는 이것이었습니다.
"윤석열을(선창) 참수하라(후창)."
제가 이 장면이 계속 떠올랐던 이유는, 이 사건에서 문제 된 피고인의 행위 역시 바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단절된 채 이해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탄핵 집회였지만 거리에서는 '탄핵하라'는 구호뿐만 아니라 '참수하라'는 다소 거친 외침까지 함께 울려 퍼졌습니다.
아마도 윤석열의 당무 개입 의혹, 배우자 김건희, 장모 최은순을 둘러싼 각종 범죄 의혹, 해병대 사건 외압 의혹 등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소상히 밝혀줄 것을 요구해왔던 그간 국민적 요청이 제도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쌓여 온 좌절감과 분노가 사회적 온도를 끓어오르게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과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피고인은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을 참수하라"고 외치는 것 대신 민요 '뱃노래'를 개사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통령과 그 부인, 국정 운영 전반 등 당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던 여러 사안들에 대해 비판적·풍자적으로 표현하는 공연을 했고, 이를 이유로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을 비판하면 정치적 목적이 인정된다?

▲지난 15일 서울고법 법원청사 이미지 ⓒ 연합뉴스
당시 피고인의 신분이 중학교 교사였고,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할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집회에 참가하였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수사기관의 인식은 그대로 원심 판단으로 이어졌습니다. 원심 법원은 현 대한민국 정치의 구조를 보수와 진보, 이른바 양 정치세력의 대립 구도로 전제한 뒤, 대통령과 그 부인에 대한 비판,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는 곧 현 정권과 그 소속 정당을 반대하는 정치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요컨대, 대통령을 비판하면 결국 그 소속 정당을 반대하는 정치적 목적이 인정된다는 논리였습니다.
항소심은 바로 이 지점에서 판단을 달리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판결문에서, 만약 특정 정당 소속 정치인의 정책이나 행실, 범죄나 불법 행위에 대한 의혹 제기만으로 곧바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할 정치적 목적을 인정한다면, 공무원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처럼 당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맞습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우리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권자들 대다수는 당적을 가진 자들로서 이들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필수적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정책, 행실을 비판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 자체를 곧바로 정치적 목적의 발현으로 평가한다면, 공무원은 공적 사안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혹을 제기하면 범죄가 되고, 풍자를 하면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결국 공무원에게 남는 선택지는 하나 뿐입니다. 부정의에 순응하고 침묵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약 117만 명의 공무원이 있습니다. 117만 개의 생각이고, 117만 개의 입이며, 117만 명의 주권자입니다. 이들에게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침묵 만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주권 재민의 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는 어렵습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탄핵하라"는 구호와 함께 "참수하라"는 거친 외침까지 등장했던 이유 또한 실제로 윤석열의 참수를 원해서가 아니라 쓴소리 하는 자의 입을 틀어 막고 정상적인 비판과 문제 제기가 공론의 장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험이 쌓인 끝에 나타난 주권자들의 엄중한 경고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이 사건에 대해 상고를 제기하였습니다. 즉, 검사가 바라는 것은 117만 명의 주권자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대한민국인 셈입니다. 이제 판단은 대법원의 몫이 되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정치적 목적'의 해석을 경계한 이유
사실 이제 마무리 문단을 작성하려고 했는데, 상고 이야기를 하니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만 덧붙이겠습니다. 이 사건은 대리인단을 통해 항소심 재판부가 굳이 '정치적 목적'의 해석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쟁점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무죄에 이를 수 있는 여러 법리적 주장들이 개진된 상황이었습니다.
예로, 해당 국가공무원법은 '시위운동'을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임에도, 원심은 집회와 시위를 사실상 구별 없이 동일하게 평가하였는데, 법률상 개념을 엄격히 구별할 경우 애초에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하였고, 피고인의 행위가 판소리를 개사한 예술적·풍자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예술행위, 즉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도 충분하다는 점도 함께 제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는 재판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이러한 논리들만으로도 이 사건을 무죄로 정리하는 판결문을 작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항소심 재판부가 '정치적 목적'의 해석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쟁점으로 원심을 파기한 것은 구성요건 해당성이나 위법성 논리는 이 사건 한 건을 무죄로 끝낼 수는 있지만, 동일한 유형의 사건이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막아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다른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행위에 행진이 동반되었다는 이유로 다시 처벌이 가능해질 수도 있고, 예술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으로 흐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구태여 상대적으로 어려운 길을 선택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공무원 또한 정치인 앞에서 무조건 침묵하는 존재가 아니라 합리적 비판은 할 수 있는 주권자로서 대우해야만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와 정말 마지막 문단을 적습니다. 이 사건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의 족쇄가 씌워져 포괄적으로 금기시 되어왔던 공무원의 공적 사안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헌법 제1조 제2항 대원칙 아래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지 묻는 사건입니다. 대법원이 민주주의 작동을 위해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다시는 거리에서 "윤석열을 참수하라"와 같은 언어가 등장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향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다 같이 기대하며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백금렬 교사 무죄! 검찰 상고 포기 촉구 서명전달 기자회견(2025. 12. 1.)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재헌 변호사 (민변 광주전남지부)
덧붙이는 글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016년 4월 21일 민변 변호사들의 공익인권변론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월간변론 편집팀의 '시선'은 민변 회원들에게 매월 발송되고 있는 '월간변론'에 편집위원들이 기고하는 글입니다. '시선'은 최근 판례와 주요 인권 현안에 대한 편집위원들의 단상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