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6.02.04 14:43최종 업데이트 26.02.04 14:43

젊은 날 괴롭히던 편두통, 느슨해지자 바뀌었다

힘을 빼야 느슨한 삶이 시작된다고 전하는 <어른의 느슨함>

  • 본문듣기
30~40대엔 편두통을 달고 살았다. 오와 열이 틀어진 일이나 계획에 차질이 생긴 일, 거슬리는 냄새나 지하 강의실 등에 노출되면 편두통이 일었다. 갈수록 통증이 심해 검사받으러 갔을 때 뇌파검사를 담당했던 분이 말했다.

"자세한 결과는 담당의가 설명하겠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여요. 환자분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살면 두통이 완화될 것 같은데요."

이 말은 '느슨하게 살아도 돼. 완벽해지려고고 애쓰지 마'라며 생면부지 타인이 나의 내면을 쓰다듬는 것 같았다. 검사 결과 뇌 기능엔 이상 없었고 편두통 원인(호르몬, 유전적 영향)이 워낙 다양해 여러 검사를 거쳐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느슨한 삶

AD
뇌 기능에 이상 없단 말에 느슨하게 살아보란 충고는 뒷전인 채 내일 해도 될 일을 오늘의 자투리 시간에 끼워 맞추며 일사불란한 삶을 다시 이어갔다. 몸이 편두통으로 반응하는데도 힘 줄 때와 뺄 때를 구분하지 못하고 전부 잘하려 힘을 쏟았다.

​​​​​일에서 좀 벗어난 오십 중반부터 편두통의 강도는 약해지고 빈도도 차츰 줄었다. 바짝 조인 삶을 느슨하게 풀어보라는 뇌파검사 담당의 귀띔을 마음으로 들었더라면 편두통에서 좀 더 빨리 해방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육십이 된 지금에서야 느슨한 삶의 의미를 알아가며 힘 조절을 실천하는 중이다.

도서관 원데이 수업에 갔다가 이달의 책 코너에 전시된 <어른의 느슨함>(와다 히데키)이란 책이 눈에 들었다. 요즘 내 관심과 일치하는 '느슨함'이란 말에 삶의 방식과 방향을 점검할 유용한 답이 있을까 해 빌렸다.

<어른의 느슨함>은 노인정신의학 전문의인 저자가 다양한 중장년 환자를 만나면서 느슨하게 사는 사람이 따지고 재며 사는 사람보다 나이 들어도 내면의 불안을 잘 관리하는 걸 발견하고 '느슨함'의 필요성을 제언하는 책이다. 완벽과 경쟁 사이에서 살아온 중장년에게 돈·일·관계·건강 면에서 힘을 빼야 비로소 느슨한 삶이 시작된다고 넌지시 건네며 생각할 겨를을 주기도 한다.

 느슨하게 살아갈 때 삶도 맘도 건강하다고 전하는 <어른의 느슨함> 와다 히데키 지음. 윌마 출판.
느슨하게 살아갈 때 삶도 맘도 건강하다고 전하는 <어른의 느슨함> 와다 히데키 지음. 윌마 출판. ⓒ 오순미

자발적 의사에 먼저 반응

느슨한 삶을 살아가려면 타인의 시선에 얽매일 게 아니라 자발적 의사에 먼저 반응하라고 저자는 제시한다. 이 말에 갈등하며 주저하는 건 관계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면허를 자진 반납한 사람들은 자기 행동이 마치 정의인 양 말합니다. 그런데 차가 없으면 생활 반경이 좁아지는 사람들은 그러면 밖에 나가지 않는 고령자가 됩니다.'(57쪽)

타인의 눈치, 사회적 풍조에 휩쓸리지 않으려 해도 자진 반납했다고 의기양양 말하는 사람들 틈에서 무언의 압박을 견디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초 팔순을 맞은 첫째 아주버님은 면허증 반납 후 불편을 토로했다. 집안 대소사로 장 볼 때도 아쉽고, 외출하고 싶을 때도 미적대며 못 갈 때가 잦아 갑갑하다고 털어놓았다. 식구들은 대중교통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한 마디씩 거들었지만 반납의 상실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팔순 직전까지도 일할 만큼 노익장의 대명사인데 팔십이라는 나이의 중압감과 주변 동료들의 이른 참여와 권유, 사회적 동조 압력에 밀려 반납을 선택하면서 갑자기 좁아진 생활 반경으로 무력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자진 반납이라곤 하나 자주적인 결정이 아니어서 후회가 더 큰 듯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게 잘못이 아닌데도 우린 때때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회적 분위기에 떠밀리곤 한다. 관계의 목적을 편해지기가 아니라 인정받기에 두다 보니 피로감이 따라도 '거짓 자기'를 누른 채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 행동이 정당하다고 확신하는 이들이 다른 이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도, 타인의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분위기에 따르는 것도 느슨한 삶을 방해하는 요인에 해당한다. 지나친 권유도, 필요 이상으로 지키려는 규범이나 예의도 내려놓아야 삶이 느긋해진다.

새로운 시도는 느슨하게

저자는 나이 들수록 새로운 시도에 대해 느슨하게 생각해야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우리 나이에는 시작했으니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사회에 관한 좋은 경험이라고 여기며 자꾸자꾸 도전해 봐도 괜찮습니다. 재미있으면 계속하고, 싫으면 그만둔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안 가도 된다. 그런 식으로 느슨하게 생각하며 새로운 생활을 즐겨보세요.'(224쪽)

퇴직하고 사회와 단절되면 관계도 차츰 정리되기 마련이다. 그때부터는 공통의 취미로 친해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도 부천시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에 참여해 새로운 인연도 맺고 보조강사 일자리도 얻었다. 학교나 직장 외에선 사람 사귀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는 마음 열기가 어렵지 않았다.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면서 나만의 리듬이 생기자 삶이 한결 풍요로웠다.

새로운 관계를 위해선 웅크리지 말고 시도해야 한다. 아니다 싶으면 다른 관심사를 찾아 나서면 되니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시작한 일이니 끝을 봐야 한다며 스스로 족쇄를 찰 필요도 없다. '부족해도 괜찮아, 자유롭게 해 보자'며 느슨한 자세로 나서야 새로운 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

'일하는 나, 회사 소속의 나, 직함이 있는 나에게 가치를 두고 살아온 사람'(47쪽)일수록 퇴직 후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럴 때 '겨우 해방됐어, 편안해져서 좋네, 나답게 살 수 있다'(47쪽)며 생각을 바꿔야 노후의 삶을 느슨하게 꾸릴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전언이다.

느슨한 사고방식은 '나'를 엄격하게 다루지 않아 자유하고 편안하다. 그런 줄 알면서도 자신을 깐깐하게 대하는 건 지나친 성실함 때문이다. 그래도 일에 치여 바쁘게 살던 한창때보다는 대열이 좀 흐트러지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도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줄지 않았나.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의미다. 긴장감을 덜어낸 그 마음이라면 느슨한 삶으로 들어가기가 수월할 듯하다. '나'를 지탱하는 느슨한 삶의 자세를 정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중장년이라면 <어른의 느슨함>을 읽어보길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어른의 느슨함 - 돈, 일,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품위 있는 삶의 태도

와다 히데키 (지은이), 박여원 (옮긴이), 윌마(2025)


#느슨함#어른의느슨함#자가계발#처세술#와다히데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순미 (smfive5) 내방

배우고 싶었던 분야 공부하며 새로운 길을 찾는 중에 있습니다.





독자의견1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