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 시대'를 관람하기 위해 상영관으로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 제명이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내 소장파와 중진들 만류에도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강행하려는 것은 지방선거 후 후환이 될 수 있는 당내 정적 제거와 강성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무 복귀한 장동혁, 한동훈 제명 초읽기
장 대표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 종합상황실을 찾아 농수산물 물가 점검 및 관계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단식 중단 및 병원 퇴원 이후 첫 공식 행보였다.
장 대표는 간담회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한 전 대표 제명 의결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중요한 건 국민의 삶과 경제, 민생"이라면서도 "절차에 따라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당내 문제는) 절차에 따라 진행하도록 하겠다"라며 사실상 제명 강행을 시사했다.
한 전 대표에게 재심 청구 기회를 줬지만 그가 재심에 나서지 않으면서 지도부의 최종 결정만 남은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 제명 안건이 의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 사정에 밝고 장동혁 대표와 가까운 당권파 인사는 <오마이뉴스>에 "29일 최고위에서 한 전 대표 제명 안건이 의결될 가능성을 100%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반대하는 의원도 대부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장 대표가 오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의 제명 안건을 의결할 것 같다"라고 입을 모았다.
친한계 반발... "장동혁, 당내 경쟁자 제거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물가를 살펴보며 미소 짓고 있다. ⓒ 연합뉴스
당내에서는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들이 당내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한 전 대표를 몰아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전 대표를 그대로 남겨두면 지방선거 이후 장동혁 대표 체제 흔들기가 본격화될 것이고, 설상가상으로 당권이 한 전 대표 측으로 넘어갈 경우 당권파들의 당내 정치적 입지가 쪼그라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권을 쥐고 있는 지금 한 전 대표를 제거하고 지지층을 결집해 당권을 더 강화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제명하는 것은 본인이 생각하는 경쟁자(한 전 대표)를 제거하고, 지지층 결집을 통해 지도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함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작금의 상황은 '윤어게인'으로 대표되는 반민주 세력 대 상식을 가지고 정치를 하려는 사람 간 갈등"이라면서 "한 전 대표라는 인물에 대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를 제명하더라도 당내 상식 있는 사람들의 정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동훈 찍어내기' 이후 당이 더 큰 수렁으로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한 전 대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 만약 지도부가 제명을 강행할 경우 당은 더 몰락하게 될 것이다. 민주적이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라며 "장 대표는 어떤 결정이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내 소장파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으로 활동하지만, 친한계로 분류되지 않는 한 의원도 "계엄 해제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탄핵을 찬성했던 한 전 대표는 잘라내면서 주요 당직에 앉아 윤어게인적 발언을 일삼는 이들은 자르지 않는다면, 우리 당은 자칫 완전한 윤어게인당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에 하나 한 전 대표를 제명한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노력이 동시에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 입장에서 새로운 출발로 이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중진 의원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한 전 대표 제명하는 순간 지방 선거 치를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장 대표 쪽에서는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 방문하지 않고, 단식 중단 후 지지자들이 당 지도부 규탄 집회를 개최하고 나서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장 대표와 가까운 당권파 인사는 "기존에 절충안, 중재안을 이야기하던 최고위원들도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 나타나지 않은 점과 지난 주말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이) 지도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한 것을 보며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그는 "한 전 대표를 제명하더라도 당 내분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도부가 한 전 대표에게 재심 기간을 열흘 주면서 '대안과 미래' 등 제명을 재고하라고 주장하던 의원들의 입장도 들어줄 만큼 들어준 셈"이라며 "당 내분으로 격화되려면 한 전 대표 제명 시 그를 따라 당을 나가겠다는 의원들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없잖나"라고 반문했다.
'제명 임박' 한동훈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 시대'를 관람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남소연
제명 기로에 놓인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잊혀진 대통령-김영삼의 개혁 시대>를 관람하는 등 지지층 결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내일 제명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저는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를 꼭 해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라면서 "부당한 제명을 당하면서도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 말씀처럼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국민을 믿고 계속 갈 것"이라고 답했다.
한 전 대표는 최고위에서 제명이 확정되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 달 8일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세 과시에 나서면서 장외 여론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치적 재기를 위해 당내 대구지역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비게 되는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에서 당선해 국회로 돌아올 경우 장 대표를 압박할 수 있는 정치적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