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실용, 이재명 대통령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실질적인 쓸모를 뜻합니다. 이 대통령 취임사의 첫 번째 약속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였습니다. 주인이란 단어가 9번이나 등장하는 성남시장 취임사 제목은 "성남의 주인은 시민"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대통령의 핵심 참모 인터뷰와 현장 취재를 통해 '주인'에게 쓸모 있는 대통령의 의미를 전하고자 합니다.
* [대통령의 쓸모 3편] "나무위키 내용은 검찰 프레임, 내가 대통령과 친해진 건..." (https://omn.kr/2gp2o)에서 이어집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대리인, 과거식으로 표현하면 머슴이죠, 머슴. 주인의 일을 대신하는 머슴이기 때문에, 주인이 일을 맡긴 취지에 따라서, 또 주인의 이익에 최대한 부합하게 또 일을 해야 되고, 그 과정 자체를 또 주인에게 잘 보여 줘야 합니다."

2025년 12월 23일, 이 대통령이 업무보고 시행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과정에서 했던 말이다. '머슴', 사실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취임사에도 이미 등장했던 말이다.

"머슴이 주인에게 큰절을 드리는 것으로 제 5기 민선시장의 첫 일정을 시작하겠습니다." (2010년 7월 1일)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다. 수반, 으뜸가는 자리에 있는 사람, 대통령은 결국 "주인의 일을 대신하는 머슴" 중 으뜸 머슴이다.

[첫째 - 취사선택] 해병대 준 4군체제 개편 논의 과정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대통령 정책특보 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꼽은 이 대통령의 장점에 주목할 만하다. 그는 2021년 7월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30년 넘게 정치적 동반자로서 지켜본 이재명의 장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세 가지를 꼽았다. "총명하다", "상황 판단이 빠르다" 그리고 "참모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AD
무슨 뜻일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참모에게 휘둘리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이렇게 강조했다.

"그 말을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자기 주장이 강하다', 최근 이런 식의 말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대통령님은 일단 경청합니다. 그리고 아닌 건 아니라고 바로잡고, 꼭 해야 하는 건 강조합니다. 자기 중심이 있는 상태에서 취사선택이 분명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경기지사 시절보다 전문가 이야기를 확실히 더 많이 들으시는 것 같더군요."

취사선택, 실용이란 단어와 부합하는 말이다. 김 전 부원장 말대로 "자기 중심이 있는 상태에서" 쓸 것은 쓰고 버릴 것은 버린다는 뜻이다. 2025년 12월 18일 국방부 업무보고는 대통령의 취사 선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잘 보여준다. 그 날의 화두는 해병대의 준 4군체제 개편.

먼저 이 대통령은 주일석 해병대 사령관에게 "핵심 요구 내용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주 사령관이 "해병대 1·2 사단 작전통제권이 육군에게 넘어간 상황이 52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곧바로 이 대통령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의견을 물었다. 안 장관은 "(해병대) 1사단은 이전이 가능하도록 돼 있으나 2사단은 전력구조, 무기체계 등을 갖춘 후에 고려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좀 이르다?"

안규백 "예, 군 구조 개편을 한 연후에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해병대에서도 원하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놓고 머슴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릴 때 '으뜸 머슴'이 해야 할 역할이 취사선택, 즉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해주는 것이다. 그 날 이 대통령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가 될 수 있지만, 작전권을 해병대에 넘겨주는 걸 기본으로 하자"라는 선택을 했고, "부족한 무기체계 등은 최대한 신속하게 채워주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걸 고민해보자"라고 제안했다.

[둘째 - 경청] 3분 이상 계속됐던 김정관 장관의 이 발언

 2025년 12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년 12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2025년 12월 17일 산업통상부 업무보고 상황은 "대통령이 일단 경청한다"는 김 전 부원장 의견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프 네고시에이터(강력한 협상가)'로 호평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그 날 '30% 가짜 일 줄이기' 제안 설명을 했다. 인상적인 의견이 여러 번 나왔다.

김정관 "정말 너무 불필요한 보고서들이 많이 작성됩니다. 간단하게 텔레그램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들도, 국민들이 준 노트북을 쓰고, 전기를 쓰고, 종이를 써서 굳이 그렇게 만들어서 보고하는 경우를 봅니다. 아니, 이걸 왜 굳이 종이로 만들어서 보고를 하는지, 그냥 텔레그램이나 전화로 하면 될 것들이 있는데.

또 하나는 대통령님께서도 '보여주기식 행사,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저희들 업종이 많고 하다 보니까, 정말 행사가, 이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행사가 많습니다. 그 행사가 있으면, 또 꼭 장관을 초청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그런 행사는 안 가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다 국민들의 세금을 이용해서 만드는 건데, 행사 자체를 안 만들어야 정상인 것 같습니다.

그래야 공직자들이 일할 수 있는 시간도 나오고 할 수 있는데... (중략), 저희들이 내년에 새로운 일들을 해 나가야 되는데, 기존에 하고 있던 일들을 줄이지 않고서는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대통령,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난 달 말에 타운홀 미팅을 직원들하고 한 번 했었습니다."

그리고 김 장관은 타운 홀 미팅 결과를 전하면서 "TF를 구성해서 '국민과 국가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일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일종의 협약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의 발언은 약 3분 이상 이어졌는데 그동안 이 대통령은 간간이 추임새만 섞어가며 그의 말을 끊지 않았다. 발언이 끝나자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주 단순했다.

이재명 "이거 산업부가 (TF)해 가지고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다른 부처들도 바로 동시에 진행하라고 하시죠?"

"송 장관 평가절하된 측면 있어..." 여야 모두 인정했던 전문가

그동안 국무회의나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의 일종의 '티키타카'로 여러 차례 주목받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김정관 장관처럼 전문가에 속한다.

잘 알려진 대로 송 장관은 계엄 이후 국회에 출석해 "계엄은 잘못된 것"이란 소신을 분명히 밝혔다. 송 장관 유임에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보도가 더해지면서 정치적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통령실에서 나왔던 반응은 "송 장관이 평가절하된 측면이 있는데, 실제로는 26년 농정 전문가로 일했고 현장에 많이 나가서 현장 상황도 누구보다 잘 안다"라는 것이었다.

송 장관은 학자 출신 행정가로 농업·농촌 정책 싱크탱크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한국농촌경제원)에서 26년 동안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이었던 2023년 12월 18일 인사청문회를 보면, 그 전문성에 있어서는 일정 부분 인정하는 발언들이 여야 가릴 것 없이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정훈 의원은 "농촌 현장 또 농업 분야에 있어서 전문 연구가로서, 특히 농촌정책 전문가로서 굉장히 기대하는 바가 크다"라고 말했다. 안호영 의원도 "기왕이면 연구자로서 또 전문적 식견이 있는 분이 장관 후보자가 되셨으니, 그런 전문적 식견을 갖고 공직자들과 협력하면서 소신껏 이끌어 가는 장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윤준병 의원은 "장관에 취임이 되면 농업·농촌 전문가로서 그 전문성을 살려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의원들의 평가도 후했다.

이양수 의원은 "한국농촌경제원 출신으로 제가 보기에는 농촌 현실과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계신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정희용 의원은 "한국농촌경제원 출신 장관이 역대 두 분이 있었는데, 그중 이동필 장관 재임기간이 3년 6개월로 역대 최장기간이었다"라며 "농림부 출신이 아니어도 연구원 출신으로 그 실력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안병길 의원은 "26년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근무하면서 여러 많은 업적이 있었다"라면서 "농림축산식품부 첫 여성 장관 후보자라는 의미가 상당히 크다"라고 평했다.

[셋째 - 토론] 한덕수 공판에서 나왔던 송 장관의 증언

 2025년 7월 29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국무위원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년 7월 29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국무위원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송 장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해서 했던 증언은 "대통령이 전문가 말을 많이 듣는 것 같다"라는 김 전 부원장의 의견이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2025년 11월 10일이었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 성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때와 국무회의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 송 장관에게 물었다. 송 장관이 "많이 다르다"라고 답하자 이 부장판사는 다시 "전에는 어땠냐"고 물었다.

송미령 "전에는 이미 실무자부터 차관회의를 거쳐서 각 부처별로 정리된 그 안건들이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뭐, 이미, 최소한 1주 전부터 국무회의 의안에 대해 다 세팅이 다 돼 있고 그래서 상황을 다 알고 있고, 어떤 논의가 오갈지도 미리 다 준비를 해서 오는 거구요... (중략) 의사봉을 두들기는 것으로 국무회의 개의가 되고, 모두말씀을 하고, 의안 심의에 들어가고, 그리고 당연히 마무리 말씀하고 의사봉을 세 번 쳐야 국무회의가 끝나는 상황으로 진행됩니다. 굉장히 정해져 있고, 모든 게 다 결정돼 있는 형태로 국무회의가 진행이 됩니다."

이어, 지금은, '머슴'들이 어떻게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는지가 나온다.

송미령 "그런데 현재의 국무회의는 국민들한테 좀 더 그 과정들을 공개하고자 하는 취지도 있기 때문에, 토의 과제를 정해놓고, 물론 토의 과제에 대해서는 미리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당면한 현안에 대해 즉석에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을 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합니다."

이진관 "그럼 기존에 전 정권의 국무회의는 사실상 사전에 논의가 정리 된 상태에서... (송미령, '다, 예'라고 답함) 진행되기 때문에 회의 자체에서 이렇게 의견을 내고 토론하고 이런 게 사실 많지 않았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송 장관의 비교적 단호한 답이 이어졌다.

송미령 "저같은 경우엔 거의 없었습니다."

토론은 전문가로서의 쓸모를 높인다. 그런 쓸모를 높이는 책임이 '으뜸 머슴'에게 있다. 이 대통령이 언제 귀를 기울이고 토론 과정에서 어떻게 취사선택을 하는지가 국무회의와 업무보고 등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결국 '주인'에게는 자신들의 대리인, 즉 '으뜸 머슴'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 [대통령의 쓸모 5편]으로 이어집니다.

#이재명#송미령#김정관#김용#머슴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정환 (bangzza) 내방

재미가 의미를 만든다.

이주연 (ld84) 내방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독자의견4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