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로켓 배송
- 이동우
혈관 속을 치달리는 로켓
덩달아 나도 할딱이고
잠든 아파트를 깨우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조급한 피돌기
밤이 붓거나 터져도 로켓처럼 움직여야
가능한 새벽 배송
수백개의 택배 상자가 펼치는 아찔한 군무에
잠 설친 계단이 뒤척이고
지친 장딴지마다 악다구니처럼 툭툭 불거진 핏줄
로켓이 로켓을 들이받는다
급한 대로 가쁜 숨 욱여넣으며 뛰어보지만
밤을 헛딛는 소리
송장 주소가 불분명해도 확인 전화를 걸 수 없어
햇발 털어낸 콘크리트 벽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두리번거린다
마감 시간을 알리는 독촉 문자
목구멍은 새벽으로 가는 유일한 길
빈속을 채운 커피믹스가 신물을 밀어 올린다
복도가 스르르 똬리를 푼다
살갗을 스치는 밤 비늘의 한기
수혈 마친 새벽 해가 붉다
출처_시집<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창비, 2023
시인_이동우: 2015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가 있다.

▲숨 막힌 새벽, 살아남기 위해 뛴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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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속도를 의식하지 못할 만큼 속도에 무감해져버린 것은 아닌가. 이제 기다림의 설렘 따위는 사라져버린 지 오래다. 도착의 조급함만이 우리 일상을 채우고 있다. 그런 우리 속도를 위해 우리 삶의 혈관들을 "할딱이"며 "치달리는" 보이지 않는 피톨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던가. "가쁜 숨 욱여넣으며 뛰"는 그들에 대해 무관심한 사이, 우리 삶의 핏줄들이 "툭툭 불거진" 채 과부하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우리는 여실히 목도하고 있다. 이미 우리 삶은 위험 수위에 이르렀는지 모른다. 이 시를 읽으며, "로켓 배송" 노동자의 고단한 내면을 들여다보며 무엇이 인간답게 사는 일인지 새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도, 또 다른 그들인 우리에게도. (김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