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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분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 들고 잠시 말을 잃었다. 11월분에 비해 11만 원 가량이 더 나왔다. 유난히 추웠고, 집 안을 조금 따뜻하게 유지하긴 했지만,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논의한 끝에 우리는 방마다 보일러 밸브를 반씩 잠갔다. 온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밸브를 조절했고, 보일러 설정 온도를 1도 낮췄다. 지난해 겨울에도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1도 낮췄는데, 올해 또다시 1도를 낮춰 21도로 맞추었다.
오래된 아파트의 1층이고 끝 라인이라 그런가 싶어 이사를 고민해 보기도 했지만, 집값과 이사 비용을 생각하면 결론은 늘 같았다. 버티고, 아끼고, 견디는 수밖에. 좀 더 두터운 카디건 하나를 어깨에 걸치면서 어서 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만을 바라던 중에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잘생긴 외모로 유명한 연예인 차은우가 국세청으로부터 200억 원의 세금을 추징 당했다는 소식이었다(역대 연예인 대상으로는 유례 없는). 차씨가 모친이 운영하는 법인과 매니지먼트 용역 계약을 맺고 개인 소득세율 보다 낮은 법인 세율을 적용 받으려 했다는 것이 논란의 쟁점이다.
이 소식은 글쓰기를 함께하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었다. '차은우 탈세 의혹을 보며 드는 나의 생각'이라는 주제로 동료들의 글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오갔지만, 대체로 씁쓸한 정서가 바탕에 깔려 있었다.
이번 일로 그를 애정하고 응원하던 이들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대체 '왜 그랬냐'라는 질문이 반복되는 걸 보며, 이번 사안이 단순한 개인의 세금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의 관심을 통해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고, 그 덕분에 많은 부를 축적했다면, 적어도 그 대중들의 마음에 상처 주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현재 군 복무 중인 그는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입장문을 올렸다. 내용을 보면, 불거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차은우 인스타그램 입장문 일부 ⓒ 차은우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의 사과가 팬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세금 징수, 원활한 추징 과정과 반성의 태도가 뒤따라야 하겠지만. 더불어, 기꺼이 사랑해준 팬들에게 비수를 꽂는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통 사람들의 마음에 허탈감을 안기는 일도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성실하게 세금을 내며 겨울마다 보일러 온도를 낮추는 사람들에게, 이런 소식은 유난히 차갑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면서도 손끝이 시려 호호 입김을 불었다. 겨울이라 추운가 했는데, 어쩌면 정말로 우리의 마음에 찬 바람을 일으키는 건 이처럼 씁쓸한 소식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