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 곳곳에서 '광역 행정통합' 이야기가 뜨겁다.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현실이 되면서, 각 지역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행정통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부울경까지 광역시가 포함되어 있는 광역자치단체는 앞다투어 행정통합을 외치고 있다. 물론 인천이 포함되어 있는 수도권은 예외다.
또한 통합 논의가 본격화될수록, 행정통합 이후의 명칭에 대한 논의도 뜨거워진다. 행정조직에서 '명칭'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라 정체성, 권한, 체계의 선언이기 때문이다. 행정명칭은 결국 국민이 "이 지역은 어떤 지위를 가진 곳인지"를 한눈에 판단하는 공적 언어다. 하지만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지역들은 많아도 그에 따른 명칭은 모두 제각각이다.
'도(道)'라는 이름, 생각보다 오래된 틀
한국의 광역지자체 명칭은 대체로 '도(道)'를 기본 단위로 삼아왔다. 강원도, 경기도, 경상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같은 이름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행정구역 운영의 단위로 축적돼 온 것이다. '경기(京畿)'처럼 수도권을 뜻하는 말도 있었고, '경상·전라'처럼 조선시대 행정체계와 연결된 이름도 있다. 그래서 '도'라는 단위는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익숙한 행정 질서였다.
문제는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도 안에 있던 큰 도시들이 따로 떨어져 나가면서 생겼다. 과거에는 '직할시'라는 이름이 있었고, 이후 제도가 바뀌면서 '광역시'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 도시들은 '도'에서 빠져나와 독립된 광역자치단체가 됐고, 그 결과 한국의 광역단위는 '도'와 '시'가 섞인 형태로 굳어졌다. 지금은 광역지자체를 한눈에 봐도 어떤 곳은 ○○도, 어떤 곳은 ○○광역시로 존재하는 구조로 정리되었다.
지방 소멸 시대, 다시 "통합"이 등장했다

▲광주전남 행정 통합 특별법 검토를 위한 제3차 간담회. 2026. 1. 25 ⓒ 광주광역시
최근 통합 논의는 예전의 행정개편과는 결이 다르다. 예전이 "도시가 커져서 분리되는 흐름"이었다면, 지금은 "지역이 줄어들어서 합치는 흐름"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 25일 간담회에서 통합 명칭을 '광주전남특별시'로 잠정 합의했고, 주청사는 무안 전남도청에 두는 방향으로 협의했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특별법을 1월 중 국회에 발의할 계획이다.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논의 과정에서는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기관명칭을 두고 온라인 선호도 조사까지 진행했고, 후보가 10개나 쏟아졌다.
이런 행정통합과는 별도로 '특별자치도'라는 새 지위가 현실화한 사례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대표적이고, 강원도는 강원특별자치도, 전라북도는 2024년 1월 18일부터 전북특별자치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지방은 이제 "나눠 가지는 시대"가 아니라 "합쳐서 버티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지방분권이 아니라 지방생존의 시대가 온 것이다.
통합의 취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명칭은 너무 산만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광주·전남은 '광주전남특별시', 대구·경북은 '대구경북특별시', 부울경은 별도 기구 명칭 후보가 '광역청' '메가시티' '특별자치시' 등으로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 다.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광역단위도 광역시, 특별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처럼 용어가 다양하게 섞여 있다.
이 상황은 단순히 "이름이 많다" 수준이 아니다. 행정명칭이 이렇게 되면 현실에서 세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 국민이 행정체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특별시'는 서울을 떠올리고, '광역시'는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을 떠올리고, '특별자치도'는 제주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통합단체가 갑자기 '특별시'라는 이름을 쓰면, 시민들은 이렇게 묻게 된다.
"광주전남특별시는 광역시보다 큰 건가?"
"도(道)가 없어지고 시(市)가 되는 건가?"
"특별자치도랑 뭐가 다른 거지?"
이런 혼란이 생기면, 통합이 왜 필요한지라는 본질보다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가 먼저 남는다. 통합의 취지가 오히려 전달되지 않는 구조가 되어 버린다.
둘째, 명칭이 곧 '정치적 상징 싸움'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통합은 본래 권한·재정·행정 효율을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름이 산만해지면, 논의가 자꾸 "우리가 중심이다", "우리가 앞에 와야 한다" 같은 감정적 프레임으로 흐를 수 있다. 통합이라는 구조 자체가 이해관계가 큰 사안인데, 명칭이 그 갈등의 표적이 되면 통합 논의가 통합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우려가 있다. 통합의 이름이 장애물이 되어 버리는 의도하지 않은 역설이 벌어질 수 있다.
셋째, 제도 정착 이후에도 계속 설명 비용이 발생한다.
기관명칭, 법령표기, 공문서, 주소체계, 공공기관 명칭 정비 등은 모두 행정비용이다. 쉽게 말해 명칭 변경이 이루어지면 안내를 위한 광고비용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 든다. 광고만 하면 끝이 아니고, 간판은 물론 연계되는 도로표지판까지 다 교체하고 수정해야 한다. 이 비용은 단체장 임기 동안만 드는 게 아니라 통합 이후 수년간 누적되는 비용이 된다.
결국 새로 출범한 통합 행정구역의 이름을 붙이기 위해, 주민들과 해당 공무원들은 오랜 시간 행정적 번거로움과 설명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어떤 곳은 '시', 어떤 곳은 '도'… 통일성이 없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오후 경북도청에서 만나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중단없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 경북도
광역지자체는 대한민국 행정 체계에서 최상위 지방정부다. 그런데 최상위 단위의 명칭이 어떤 곳은 시(市)이고 어떤 곳은 도(道)이고, 어떤 곳은 특별자치도이고, 또 새로 생길 곳은 특별시라고 한다면, 이건 행정체계 관점에서 상당히 부자연스럽고 혼란스럽다.
특히 이번 통합 논의에서 '특별시'가 남발되기 시작하면 문제가 커진다. '특별시'는 본래 단순 지명이 아니라 국가 운영상 특례를 부여하는 상징 단어인데, 그걸 통합을 추진하는 곳마다 각자 붙이는 순간 '특별함'은 인플레처럼 희석되고, 체계는 더 흐트러진다.
통합은 지방이 추진하는 것이 맞지만 통합단체의 '명칭'은 국가 행정체계와 연결되는 공적 언어다. 국민이 그 이름만 보고도 "여기가 어떤 지위인지, 어떤 권한을 갖는지"를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예측가능성과 확실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최소한 아래의 원칙을 정립하고 통합 논의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1. 지방이 통합을 논의한다
2. 중앙정부가 권한·재정·사무특례를 설계한다
3. 국회가 "통합 광역지자체 명칭 규칙"을 표준화한다
4. 그 표준에 따라 지역이 명칭을 선택한다
지금처럼 지역별로 "특별시로 하자", "특별자치시가 낫다", "광역청이 어떠냐"를 제각각 논의하면, 결국 대한민국 지도 위에 각자도생식 명칭이 남게 된다. 이건 지방분권이 아니라, 말 그대로 행정용어의 분권이다. 통합이라는 제도는 튼튼한데, 그 제도를 부르는 이름은 전국적으로 제멋대로인 아이러니가 되는 셈이다.
통합 추진은 이해하지만 '이름의 질서'가 먼저다
광역 통합의 방향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줄어드는 인구, 빠져나가는 청년, 축소되는 산업 기반 앞에서 지역이 버티려면 더 큰 단위로 힘을 모으는 선택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그런데 통합이 성공하려면, 통합 이후 주민들이 "우리가 무엇이 되었는지"를 한눈에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바로 명칭이다.
통합지자체 명칭은 구호가 아니라 제도다. 그에 따라 통합의 '명칭'은 지역의 취향이나 지역민의 자존심이 아니라 국가 행정체계의 규칙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떤 이름이 멋있냐"가 아니라, "어떤 이름이 대한민국 행정체계에서 질서를 만들 수 있느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