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동화 합평으로 조금씩 자라나 성장이라는 열매를 맺고 싶다. 합평이란 여러 사람이 모여 한 편의 글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나는 문화센터 글쓰기 교실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합평을 경험했다. 3개월 단위로 학기를 끊어 1년에 4학기로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이태 전, 예순에 딱 접어들었을 때 뭔가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이 밀려와 문화센터 문을 두드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영어회화반도 있고, 명리학, 그림 등 많은 수업이 있었지만 내가 선택한 반은 '에세이 서재'였다. 겨울 학기를 시작한 지 2주일이 지난 반이었는데 자리가 남아 있어 등록할 수 있었다. 첫 수업에 무얼 준비해야 할지 몰라 수업 전날, 문화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에세이 서재' 등록한 사람인데요. 준비물이 따로 있습니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마음만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도대체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기에 그런 대답을 할까 의아했다. 마음만 가지고 오라니, 그래도 노트와 볼펜을 가방에 넣고 돋보기도 챙겼다. 수업 진행은 매주 유명한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감상평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게 합평인지도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합평이 늘 부담이었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졌다. 한 학기가 마무리될 즈음엔 수강생이 한 편의 에세이를 써서 합평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쓴 글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일은 평가처럼 느껴져 그 시간이 싫었다. 살 떨리는 두려움 같았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몇 년이 쌓이다 보니 어느 정도 '맷집'이 생기게 되었다.

▲합평을 하며 자라는 나. ⓒ nickmorrison on Unsplash
지난 가을 학기, 사이버대 동화창작 수업을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라이브 강의를 여러 차례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동화를 써서 학우들과 합평을 하게 되었다. 봄 학기 그림책 동화 수업에서도 이미 합평 경험이 있었지만, 그땐 A4용지 한 장에만 쓰는 일이라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가을 학기 때는 단편동화를 써서 학우들과 함께 고치는 과정이 있었다. 단편동화는 원고지 30매 분량으로, A4로는 5~6장에 달한다. 교수님과 학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과제를 하면서 동화의 매력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겨우 두 편의 동화만 써 본 왕초보인 내가 무모하게 신춘문예에 응모했다. 누가 하라고 부추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도전해보고 싶었다. 결과를 떠나 도전한다는 것은 동화를 한 편 완성한다는 것이니 그 자체가 내게 큰 공부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결과는 예상한 것처럼 당연히 낙방이었지만 크게 낙심하지 않았다.
지난 9일부터 동화창작 교수님이 주관하는 특강에 참여했다. 12명의 학우가 모였다. 첫 수업은 '2026 신춘문예' 당선작 15편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을 다 읽어보니 내가 떨어진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내가 썼던 동화를 다시 읽어보니 정말 유치찬란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당선작을 읽으면서 내가 범한 실수가 무엇인지 알았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배운 것은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었다. 인물의 시선 하나, 문장 하나가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기도 하고, 힘없이 가라앉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당선 소감에는 대부분 몇 년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여 얻어낸 결과라고 하였다. 나 같은 초보가 도전했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덕분에 많이 배웠으니 그만하면 좋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매주 금요일에는 동화 줌 수업이 있다. 달반과 별반으로 나누어 여섯 명이 같은 반이다. 나는 달반이다. 지난 23일에는 생활동화로 함께 의견을 나누는 날이었다. 내가 쓴 동화와 두 학우가 쓴 동화로 합평을 하였다.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교수님은 인격을 상하게 하는 말은 하지 못하게 하셨고, 수정하면 좋을 점은 가장 나중에 말하라는 원칙을 세웠다. 다섯 학우가 낸 의견은 다른 점도 있었고, 같은 점도 있었다. 초고를 쓰면서도, 퇴고할 때도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기가 막힌 의견이었다.
'어머, 그렇게 좋은 방법도 있구나, 저렇게 바꾸면 동화가 확 살겠는데.'
다음 날 컴퓨터를 켜고 폴더를 열었다. 학우들의 조언을 떠올리며 동화를 수정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합평의 시간이 딱 그 말 같았다. 나는 지난 가을 학기 때부터 동화 작가의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 부족함을 알면서도 공모전에 내 본 것은 어쩌면 나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혼자일 때는 나무만 보였지만, 여러 학우와 함께라면 숲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합평은 분명 긴장되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오늘도 조금 자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