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주화 전북민언련 사무처장이 발언 하고 있다. ⓒ 손주화 제공
지난해 12월 제50대 전북기자협회장으로 선출된 인물을 두고 지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협회장으로 선출된 정원익 JTV 전주방송 기자에게 과거 성추행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협회장으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현재 전북 시민사회단체들은 정 협회장의 사퇴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원익 협회장은 입장문을 냈다. <전북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정 협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안은 대학 1학년이던 1995년에 발생한 일로, 약 31년 전의 일이다. 당시 상황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학 동기의 문제 제기에 응한 뒤 해결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후 2018년 미투운동 과정에서 관련 문제가 다시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사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성실히 대응했으며 상대 측 요청에 따라 회사 차원의 징계위원회도 개최됐다"라며 "해당 위원회는 사안의 발생 시점이 대학 재학 시절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징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면서 두 달간 자발적으로 휴직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졌으며, 시민단체와 소속 회사,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합의문 작성을 시도했으나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같은 사안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판단은 존경하는 지회장님들과 회원 여러분의 뜻에 모두 맡기겠다"고 했다.
전북민언련은 지난 7일 전북여성폭력상담소시설협의회, 전북여성단체연합 등 지역 단체들과 함께 비판 성명을 냈고, 19일엔 전북도의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지난 21일 전주의 한 커피숍에서 손주화 전북민언련 사무처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원익 전북기자협회장에 대한 과거 성추행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섰어요.
"일단 (시민단체가) 두 차례에 걸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 했어요. 그 사이에 전북기자협회장이 입장문과 함께 지회장 회의 통해 기자협회장 재신임 여부를 묻는 과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협회장 입장문 봤는데 이번 일이 다시 거론돼서 '유감스럽다'는 말과 함께 '존경하는 지회장님과 회원들의 뜻을 물어서 다시 직을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어요. 그러니까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미안함 이런 것들은 전혀 없는 입장문이 나온 거죠."
- 해당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JTV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현재 협회장에 대한 미투였습니다. 현 협회장과 피해자는 대학교 동기인데요. 대학교 1학년 때 MT에서 발생한 준강제추행에 대한 미투였습니다. 31년 전 발생한 사건이죠. 당시에 피해자는 준강제추행 당했고 해당 사건 이후 학내에서 부적절한 소문에 시달리는 2차 피해를 당하며 휴학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2018년 미투로 사안이 불거질 때까지 가해자의 사과는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피해자는 2018년 성추행 관련 보도를 하는 협회장을 뉴스에서 보고 제보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JTV 제보 게시판을 통해 해당 기자는 이러한 보도를 해서는 안 되는 기자임을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했습니다."
- 이후 JTV는 어떻게 대응했나요?
"제보 사실이 가해자에게 곧바로 알려지게 됐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어요. 그래서 원치 않는 전화를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받게 됐죠. 이 부분에 관해 민언련이 방송사에 제보 시스템 운영과 대책에 대한 공문을 보냈었고, 당시 보도국장 명의의 사과도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전북시민행동'(이하 미투전북행동)에 해당 사안을 알리고 지역사회에서 이 문제에 함께 대응해 주길 요청했습니다."
- 사건 발생 당시 법적 처벌 등이 있었나요? 정원익 기자는 31년 전의 일이고, 당시 피해자의 문제제기에 응한 뒤 해결된 것으로 인식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적 처벌은 없었습니다. 당시(1995년)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해당 문제를 대학교 1학년 여성이 외부로 발설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피해자 제보 내용을 보면 해당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두려워했던 고통을 상당 부분 거론하고 있습니다.
(정 기자는 해당 사안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2018년 시민단체와 사측이 중재해 진행했던 합의문에 준강제추행에 대해 인정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고 가해자가 동의했습니다. 합의문 도출에 실패했던 건 가해자가 당시 피해자가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을 넣으려고 하면서예요. 그리고 중요한 건 공식적인 사과를 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사실들이 있는데 오래전 과거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건 협회 구성원들을 속이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또 향후 판단은 존경하는 지회장님과 회원 여러분의 뜻에 모두 맡기겠다는 건 책임을 미루는 모습과 다름없다고 봅니다."
- 의혹이 수면 위에 올라온 2018년엔 해당 사안이 어떻게 끝난 건가요?
"2018년 5월부터 피해자와 가해자를 대리해 미투대책위와 사측에서 합의를 진행했습니다. 내용은 '준강제추행 사건에 대해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한다', '가해자는 성폭력 관련 교육을 최소 2회 받을 것', '가해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적인 조치 및 2차 가해를 하지 않을 것'이었는데요. 합의문 도출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공식적인 마무리가 되지 못했고, 당연히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던 일이 된 것입니다."
- 이번에 협회장 선거를 앞두곤 이야기가 안 나왔나요?
"연차가 적은 기자들은 몰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2018년 미투 때 지역 내 보도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부에서는 피해자를 취재도 하고 기사 작성도 했는데 결국 보도가 나오지 않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역에서는 보도가 한 건도 없었고, 피해자의 인맥으로 CBS 노컷뉴스에서 딱 한 번 보도가 나왔어요. 그래서 언론계 카르텔이 거론된 거고요. 2차 가해 문제가 굉장히 심각했어요. 일부 동료 기자들이 피해자에 대한 허위 소문을 냈어요. 피해자를 이상한 여성으로 낙인찍는 2차 피해를 발생시켰는데요. 피해자뿐 아니라 조력자들에게도 비슷한 행동들을 했습니다. 그런데 2차 피해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이번 대응 과정에서 알게 되었어요."
- 선거하면 후보는 검증을 받지 않나요?
"지역사회에서 당시에 공공연하게 다 공유됐던 내용들이고 일부는 공론화도 된 것들이라, 직전 49기 임원진들이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안을 정말 몰랐는지 궁금해요. 혹시 후보 자격 조건에 성 비위, 성폭력 관련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래서 협회 관계자들이 이 사안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논의를 했고, 책임 여부를 따져봤는지도 공개했으면 합니다."
"동료 카르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는 전북 지역 언론계가 동료 카르텔에 갇혀 시대가 요구하는 성인지 감수성과 윤리적 기준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라고 했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동료 카르텔이라는 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지역 언론에서 보도가 나오지 않은 점, 지역의 일부 동료들이 2차 가해 문제 발생시켰던 점 등을 말하는데요. 저희가 2018년에 문제 제기 했을 '때 과거의 문제 가지고 왜 지금 문제 제기를 하냐? 가족은 무슨 죄냐? 피해자 평소 품행이 문제가 있다'라는 식의 얘기를 계속했었죠. 피해자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동료 기자들이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 얘기 저 얘기 다 한 거예요. 가족들을 들먹이면서 압박하고 그 다음에 피해자에게 2차 가해로 낙인찍고요. 이게 2018년에 있었던 일이에요. 2025년에 와서는 어떤 일이 있었냐면, 제가 SNS에 문제 제기 했어요. 문제 제기 하고 공론화하기까지 한 달의 시간이 있었는데 생산적인 논쟁이 아니라 제 지인들한테 전화해서 '민언련 너무 심한 것 아니냐'란 전화를 일부 동료 기자들이 하셨어요.
어떤 논쟁 상황이 생겼을 때 공식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문제 제기 하는 사람 주변 압박해서 사건을 끝내려고 하는 정황들이 많았어요. 미투 이후에 성인지 감수성이나 윤리적인 부분은 언론계에도 굉장히 요구되는 강령 중 하나인데, 현재도 2차 가해 행위를 서슴지 않고 비호하는 동료 카르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시민단체들이 ▲전북기자협회장은 즉각 사퇴할 것 ▲이번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윤리적 불감증에 대해 전북도민과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할 것 ▲재발 방지를 위해 선거 제도 및 후보자 검증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성폭력·성희롱 등 성 비위 관련 문제 또는 징계 이력이 있는 인물의 출마를 제한하는 구체적 윤리 규정을 명문화할 것" 등을 요구했어요. 받아들여졌나요?
"요구했지만 여기에 대한 대답은 하나도 없었어요. 사퇴하지 않겠다는 것은 입장문에 드러난 거고요. 지금 재신임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 익명성 보장이 안 되고 있어요.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 내기는 매우 어려울 겁니다. 이렇게 익명성을 보장해야 되는 상황에서조차 절차와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죠.
협회는 전북 지역 언론계 대표 기구 중 하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인물을 선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만큼의 높은 윤리적 감수성을 가져야 된다는 건데 협회 차원에서 이러한 인물을 대표 수장으로 세우는 게 타당하냐는 문제 제기를 계속하는 거예요. 그럼, 협회는 그에 맞는 입장을 내놔야 되는데 지금 그런 것들에 대해 전혀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큽니다."
- 이 문제에 대해 언론 보도가 얼마나 있었나요?
"일단 전북기자협회에 12개 소속사가 있는데, 그곳에선 보도가 하나도 안 나왔어요. 독립 언론인 전북의소리와 그 다음에 지역 신문인 타파인에서 나왔고요. 미디어오늘에도 보도가 나왔어요."
-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일단 한국기자협회의 입장을 묻고, 계속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공공기관장이나 중요한 협회나 단체의 수장이 30년 전의 문제라고 해서 기억이 안 난다고 했을 때 기자들이 과연 이 사안을 그대로 넘겼을까요? 아니잖아요. 어떻게든 추적하고 취재해서 보도 했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타인에게는 그러한 문제에 대해 굉장히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문제 제기 하면서 자기 식구의 문제와 관련해 언론과 펜을 방패로 삼는 형태가 지금 계속 지속되고 있거든요. 2018년에도 그렇고 2025년에도 마찬가지예요. 이게 결과적으로는 지역 언론 신뢰를 약화시키는 행위죠. 동료 의식이라는 게 가해자를 위한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자협회가 스스로 얘기했었던 자정 운동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선후배라는 이유로 잘못을 눈감아 주는 것은 우정이 아니라 공모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