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핵심 인물인 민간업자 5인에 대한 1심 선고가 10월 31일 오후 2시에 내려진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만배, 정영학, 남욱, 정민용, 유동규. ⓒ 권우성 이희훈 이정민 사진공동취재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항소심 첫 재판에 국선변호인과 함께 등장해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사건을 병합 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사건 윗선인 정진상이 재판을 혼자 받고 있다. 정진상 재판이 종료될 때까지 재판이 같이 가야된다고 생각한다. 그 재판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지금 저만 받고 있다. 1심과 2심이 금방 갈 텐데, 정진상은 몇 년이 지나 끝날지 모른다. (정진상의) 대장동 재판이 이쪽으로 와서 재판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유 전 본부장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지금 말한 건 다른 피고인(정진상)에 대한 병행 진행을 이 재판부에서 해달라는 것이냐"라고 물은 뒤 "실무적으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내용"이라며 사실상 배척했다.
유 전 본부장이 언급한 정진상 재판은 최근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종사 재판에서 23년의 중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가 맡고 있는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관련 사건(배임, 뇌물 등) 공판을 말한다. 해당 재판에서 정 전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지만 대선 직후 이 대통령은 헌법 84조(현직 대통령 불소추 특권)에 의거해 재판이 중단됐다. 현재 정 전 실장 재판만 따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남욱 변호사는 "제가 검사들한테 '배를 가르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으니 네가 선택하라'고 했다. 이런 말까지 들으면 검사의 수사 방향을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고 폭로한 바 있다.
민간업자들 "배임죄 성립자체가 의문"... 정영학 변호인, "직접 증인석 서겠다"
23일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이예슬·정재오·최은정)는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 5명의 2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출석 의무가 없는 피고인들은 보통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가 직접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면서 피고인 5명은 모두 구치소 동복 수의를 입고 약 3개월 만에 다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해 10월 31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①김만배씨 징역 8년, 추징금 428억 원 ②유동규 전 본부장 징역 8년, 벌금 4억 원, 추징금 8억 1000만 원 ③남욱 변호사 징역 4년 ④정영학 회계사 징역 5년 ⑤정민용 변호사 징역 6년, 벌금 38억 원, 추징금 37억 2200만 원을 선고했다.
주목을 받았던 이재명 대통령과 대장동 개발업자들과의 연루 의혹에 대해 재판부는 "성남시장은 유동규, 정진상 등과 민간업자의 유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방식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유착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도망 염려가 있다"며 피고인 전원을 법정 구속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별로 쟁점을 정리하고 향후 입증계획을 조율했다.
우선 유 전 본부장 측은 남 변호사 증언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며 항소심에서 남 변호사에 대한 재차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공사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당시 본인의 역할과 권한 범위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증인신문을 요청했다.
다만 이날 유 전 본부장은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국선 변호인과 나란히 앉아 재판에 임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1심 (담당) 변호인들과 조율하고 있다"며 "금전적인 문제 이런 부분에서, (변호인들이) 2심이 좀 어렵다고 했는데, 가급적이면 1심 변호인들에게 받고 싶어 조율 중"이라고 했다.
민간업자들은 대체적으로 "배임죄 성립 자체가 의문"이라며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김만배씨 측은 1심과 동일하게 무죄를 주장하며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의 진술 번복 부분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 계획을 밝혔다. 남 변호사 측은 "사업에서 실질적으로 배제된 만큼 배임죄의 공모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정 변호사 측 역시 "1심에서 개별 피고인의 공모 여부를 충분히 따지지 않았다"면서 "피고인 간 추가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정영학 회계사 측은 "이 사건의 본질은 민간이 주장한 비율제를 바탕으로 배임죄가 성립이 안되는 구조를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검찰 조사과정에서) 저희가 작성한 (변호인) 수첩이 있다. 비록 제가 변호인이지만 사건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로서 이 부분에 대해 재판장이 직권으로 (증인)신문을 통해 객관적 사실을 드러나게 말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변호인이 직접 증인석에 서고 싶다는 요청을 한 것이다.
대장동 민간업자들 "공소사실 무죄... 추징 풀어달라" 요구
이날 법정에서는 제3자가 김씨와 남 변호사 관련 재산에 대해 몰수·추징보전 취소를 신청한 사실도 언급됐다. 김씨 측과 남 변호사 측은 "저희가 신청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추징 보전이 실효돼 검찰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김씨 측은 "추징보전 청구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근거로 한 것 같은데,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해당 혐의는 무죄"라며 "취소를 저희가 청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남 변호사 측도 "전체 사건의 판결이 확정돼야 추징보전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검찰이 다투는 것 같다"며 "추징보전 결정의 근거가 된 공소사실은 (무죄가 돼) 존재하지 않으므로 검찰이 이를 해제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특별히 드릴 의견이 없다"는 한 마디만 남겼다. 1심과 달리 이날 법정에는 서울고등검찰청 소속 윤춘구 부장검사만 공판검사 자격으로 출석했다.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들의 구속 만기일(4월 30일)이 다가오는 점을 고려해 신속히 재판을 진행하겠다며 정식 공판인 1차 공판기일을 오는 3월 13일로 지정했다. 변호인단은 30분에서 1시간가량 PT(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항소 이유를 상세히 밝힐 예정이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임 시절 추진된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기소됐다. 또 사업 과정에서 성남시와 공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선정되게 하고, 아파트 분양수익 등 7886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