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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태안화력 고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 있는 정부 대책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65일간 농성을 이어온 김충현 대책위가 농성장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하고 발전소 현장으로 복귀한다.

대책위는 23일 오전 10시 청와대 농성장을 정리하고, 직접 당사자인 한전KPS 2차 하청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현장 투쟁에 나선다.

이번 65일 농성은 단순한 항의 차원을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직접고용 원칙을 국가 차원에서 공식 확인받았다는 점에서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전KPS 비정규직지회 김영훈 지회장, 국현웅 조직국장, 정철희 태안분회장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혹한의 칼바람 속에서도 노숙 농성을 이어가며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증명해 왔다.

 고 김충현 대책위 소속 한전KPS비정규직 농성단이 23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마지막 아침 선전전을 끝으로 65일간의 농성을 마무리했다.
고 김충현 대책위 소속 한전KPS비정규직 농성단이 23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마지막 아침 선전전을 끝으로 65일간의 농성을 마무리했다. ⓒ 신문웅(김충현대책위제공)

대책위에 따르면, 이번 투쟁의 가장 큰 성과는 정부로부터 ▲ 한전KPS 하청노동자 정규직 전환이 완료될 때까지 2차 하청노동자 고용보장 ▲ 모든 한전KPS 2차 하청노동자를 직접고용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 확인이라는 두 가지 핵심 약속을 받아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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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위원장 1인, 하청노동자 대표 4명, 원청 노사 4명, 전문가 4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되는 '노사전 협의체' 구성을 약속받아, 원청과 하청노동자가 대등한 위치에서 직접고용과 고용·안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공식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는 하청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제도적 협상 테이블의 주체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직접고용 범위 역시 대폭 확대됐다. 당초 일부 공정으로 한정하려던 계획에서 나아가, 발전소 핵심 유지·정비 전반으로 확대하는 데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원자력을 포함한 경상정비 전체 노동자를 직접고용 전환 대상으로 삼는 방향에 합의의 틀이 만들어졌고, 전환 시기는 ▲화력발전소 5월 31일 ▲원자력발전소 6월 30일까지 완료를 목표로 한다는 일정도 제시됐다. 최종 합의까지는 남아 있지만, 직접고용의 범위·방식·시기를 둘러싼 핵심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이번 농성은 태안 지역사회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 농성 과정에서 이를 지켜본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노조에 잇따라 가입하기 시작했고, "침묵보다 연대가 힘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는 태안화력발전소를 넘어 지역 산업 전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조직화와 권리 요구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충현 대책위는 "이제 대통령을 향한 요구를 넘어, 직접 당사자인 2차 하청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현장으로 돌아간다"며 "현장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투쟁의 중심을 다시 발전소로 옮겨, 직접고용 쟁취와 고용·안전 문제를 현장에서 구체화하겠다는 의지다.

 65일간의 농성을 주도한 한전KPS비정규직노조 김영훈 지부장, 정철희 태안분회장, 국현웅 조직국장(사진 왼쪽부터)에게 김충현 대책위가 농성을 마무리하면서 고마움이 담긴 상장을 전달했다
65일간의 농성을 주도한 한전KPS비정규직노조 김영훈 지부장, 정철희 태안분회장, 국현웅 조직국장(사진 왼쪽부터)에게 김충현 대책위가 농성을 마무리하면서 고마움이 담긴 상장을 전달했다 ⓒ 신문웅(고김충현대책위제공)

특히 태안은 화력발전소 폐쇄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고용 불안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지역 중 하나다. 이번 농성 성과는 단순히 한전KPS 노동자 문제를 넘어,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대책 논의에서도 '고용보장과 직접고용 원칙'을 핵심 기준으로 삼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지역 노동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책위는 "직접고용 쟁취,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대책 마련,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싸움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며 "65일간 함께해 준 모든 대표자와 연대 단위, 시민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싸움에도 계속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6월 태안화력에서 근무하다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고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65일간의 길바닥 농성은, 한 사람의 억울한 희생을 사회적 변화의 출발점으로 만들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정책 결정의 당사자로 나서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농성은 태안 지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지역 사회운동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고김충현대책위#태안화력#발전비정규직#한전KPS비정규직노조#정의로운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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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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