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2일 오후 경북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통합 선결 조건으로 경북 중심, 주민투표 실시, 경북 북부권 배려 등을 주장했다. ⓒ 조정훈
정부가 행정통합을 하는 지자체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후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섣부른 통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북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2일 오후 경북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칙적으로 통합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선통합 후협의 형식의 통합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통합 논의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시장은 이재명 정권의 고위 공무원에 불과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하다"며 "이 분이 대구를 대표해 통합에 나선다고 한다면 과연 정당성이 있겠느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철우 도지사에 대해서도 "이철우 지사와 홍준표 시장 두 분이 급작스럽게 주도하는 바람에 경북 북부 지역 주민들의 완강한 반발에 부딪혀 통합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며 "그 후 산불 피해까지 거치면서 이 지사는 통합의 주도권을 제기할 만한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통합의 전제로 ▲경상북도 중심의 행정통합 ▲주민투표 실시 ▲경북 북부권 지역 주민들을 우대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통합이 진행되고 있지만 통합의 주체는 지역주민이어야 한다"며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의사가 충실하고 충분히 반영될 때 통합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분이 주도해서 행정통합을 한다면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 전체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주민투표를 반드시 거쳐야 통합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시골의 조그만 농협을 합치는 데도 조합장 선출 부분과 부채 부담 부분, 심지어 본소와 분소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반드시 조합원 투표로 정한다"며 "'선 통합 후 협의' 방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신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 주민투표를 거쳐 통합이 결정되면 2년 동안 세부적인 사항을 합의하고 다음 총선 때 통합 광역단체장을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경북도청을 북부권으로 옮겨놓고 다시 행정통합을 한다니 북부지역 주민들은소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통합 협상 과정에서 도청 소재지는 현재의 안동·예천 지역을 명시하고 경북도청 청사를 통합 청사로 사용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경북 북부권도 행정통합 반대 "행정통합은 진정한 지방시대 여는 해법 될 수 없어"

▲권기창 경북 안동시장이 22일 오후 안동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통합 후조율' 방식의 행정통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 안동시청
경북 북부권 지자체들도 섣부른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이날 오후 안동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통합 후조율' 방식으로 추진되는 행정통합은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지방선거 이전 행정통합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권 시장은 "과거 행정통합이 무산된 이유는 495만 대구경북 지역민 모두를 위한 진정한 균형발전의 고민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며 "안동은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 특별법에 통합특별시청 소재지를 경북도청 소재지인 안동으로 명시할 것 ▲기초자치단체로의 실질적인 자치권 이양과 재정 자율권 배분이 선행되어야 할 것 ▲기초·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에 관한 특례를 명확히 규정할 것 ▲통합특별시 명칭을 '경북특별시'로 할 것 ▲북부권 발전을 위한 분명하고 실효성 있는 전략이 선행돼야 할 것 등을 강조했다.
권 시장은 경북 북부권에 ▲국가 균형발전 전략과 연계한 경북권 미래형 광역 철도·도로망 구축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산업단지 조기 조성 ▲통합신공항 연계한 지역발전 전략 마련 ▲북부권 행정도시 성장을 뒷받침하는 도청신도시 조기 조성·활성화 ▲국가 핵심 공공기관 이전 ▲의료 공백 해소와 의료 접근권 보장을 위한 국립의과대학 설립 등을 요구했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예천에 도청이 들어선 후 신도시 1단계만 들어서고 2단계는 제대로 진척도 안 되고 있다"며 "지금 통합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안동이나 예천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도청 청사를 메인 청사로 쓰고 중앙기관의 이전도 북부권으로 와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정부가 지원하는 20조 원도 발전이 미흡한 북부 지역에 주겠다고 해야 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낙후지역 개발을 위해 특별법에 명문화하겠다는 말은 들었다"면서도 "특별법을 보고 미흡하면 통합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 의견도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을 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도기욱 경북도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추진 중인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도민의 입장과 이익,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 절차를 배제한 채 책상머리에서 결정하려는 추진 방식"이라며 반대했다.
도 의원은 "행정통합은 도민의 위상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경북도는 도민과 단 한 차례의 공식적 논의 없이 통합을 기정사실화했다"며 "도의회와 충분한 소통도 없이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협의를 마쳤다고 발표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구시장 권한대행이 광역 행정체계 개편이라는 중대한 의사결정을 논의할 책임을 가질 수 있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며 "권리 능력이 불분명한 상대와의 협의를 근거로 추진하겠다는 이철우 지사의 입장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은 게임처럼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라 경북도의 미래가 걸린 선택"이라며 "섣부른 결정보다 절차를 바로 세우고 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