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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온시스템 공장 앞에 선 송윤섭 전 대진유니텍 대표. 아직도 공장 입구 간판에는 '대진정공'(대진유니텍)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다.
한온시스템 공장 앞에 선 송윤섭 전 대진유니텍 대표. 아직도 공장 입구 간판에는 '대진정공'(대진유니텍)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서연이화'와 '한온시스템'.

두 기업은 오랫동안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해온 1차 하청업체다. 2차 하청업체들(태광공업, 대진유니텍)이 납품단가 인하 등 1차 하청업체들의 '갑질'에 부품공급 중단으로 맞서자 2차 하청업체를 인수한 후 '공갈죄'로 2차 하청업체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공통점은 더 있다. 두 기업을 법률적으로 대리한 곳이 '법조계의 삼성'으로 불리우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아래 김앤장)라는 점이다.

판박이인 '서연이화-태광'과 '한온시스템-대진유니텍' 갑질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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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동안 현대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했던 태광공업은 1차 하청업체인 서연이화의 부품단가 인하 압력에 시달리다 부품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태광공업은 서연이화에 기업인수를 요청했고, 두 업체는 지난 2018년 4월 26일 태광공업의 자산과 부채 일괄 인수, 직원 고용 1년 보장을 조건으로 손영태 당시 태광공업 회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 100%를 5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합의서에는 "태광이 (부도위기를 이유로) 사업 종결 및 부품공급 중단을 요청한 것에 대해 (서연이화가)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합의한다"라는 점과 "(양쪽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의했음을 재차 확인하고, 이후 이의제기, 손해배상 청구, 기타 민사·형사·행정상 일체의 법적 조처를 하지 않는다"라는 점이 명시됐다. 이틀 뒤에는 정식으로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4월 28일). 계약서에는 손영태 회장의 태광 부채 463억 원에 대해 은행에 제공한 연대보증 책임을 서연이화가 인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지 나흘 만인 5월 2일 서연이화는 '태광의 경영진이 부품공급 중단으로 위협하며 기업 인수를 강요했다'며 은행에 계약 무효와 연대보증 인수 거부 방침을 통보했고, 5월 15일 태광공업 회장과 사장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태광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핵심인 금형(금속으로 만든 거푸집)을 서연이화에 넘긴 직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서연이화-태광공업'과 거의 유사한 갑질 사건이 2년 전에 일어났다. 31년 동안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해온 2차 하청업체 대진유니텍은 1차 하청업체인 한온시스템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인수(2014년 12월)된 직후부터 부품단가 인하 등 갑질에 시달렸다. 이에 경영위기를 느낀 대진유니텍의 송윤섭 대표는 부품공급 중단을 통보했고, 윤여을 한온시스템 회장 겸 한앤컴퍼니 회장을 만나 기업 인수나 자회사 편입을 요구했다(2016년 4월 20일).

윤여을 회장과 면담 이후 한온시스템의 대진유니텍 인수는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면담 다음날인 4월 21일 오전 9시 이사회(전화회의)가 열렸고, 5명의 이사가 참석해 '대진유니텍과의 합의서 및 사업양수계약 승인의 건'을 심의했다. 이인영 당시 한온시스템 대표집행임원은 "당사는 대진유니텍과 긴밀하게 협상한 결과, 현재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대진유니텍의 사업 중 자동차 부품 생산 관련 부분을 당사가 인수함으로써 당사의 생산, 나아가 저희 고객사의 생산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라고 대진유니텍 인수의 이유를 이사들에게 설명했다. 당시 이사회에는 제26대 검찰총장을 지낸 김도언 전 검찰총장도 사외이사로 참석했다.

한온시스템은 이날 이사회에서 "사업양수의 대가"로 800억 원, "분쟁해소 합의금"으로 500억 원 등 총 1300억 원에 대진유니텍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틀 뒤인 4월 23일 계약이 체결됐고, 총 1300억 원의 인수대금도 계약이 체결된 날까지 모두 송금했다. 그런데 한온시스템은 계약을 체결한 지 일주일이 지나 송 전 대표를 특가법상 공갈죄로 검찰에 고소했다(4월 29일).

1차 하청업체 갑질의 끝은 피해자 '공갈죄' 고소

 지난 2016년 4월 21일 한온시스템과 대진유니텍은 대진유니텍 인수에 합의했다.
지난 2016년 4월 21일 한온시스템과 대진유니텍은 대진유니텍 인수에 합의했다. ⓒ 오마이뉴스

'서연이화-태광공업'과 '한온시스템-대진유니텍' 갑질사건은 '1차 하청업체의 부품단가 인하 등 갑질→2차 하청업체의 부품공급 중단 통보→기업 인수→공갈죄 고소'라는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이 과정은 갑질 피해자의 처벌로 끝이 났다. 태광공업의 손영태 전 회장과 아들인 손정우 전 사장은 2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2년을, 송윤섭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9년(최종 '징역 6년' 확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특히 검찰은 극히 이례적으로 아버지(손영태 전 회장)와 아들(손정우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한꺼번에 청구했고,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진 1심에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2심 재판부는 오히려 "피해회사를 부도덕한 갑질 기업으로 비난한다"라며 서연이화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두 차례나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결국 불기속 기소했다.

지난 2019년 추혜선 당시 정의당 의원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진유니텍처럼 현대기아차 1차 하청업체의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부품공급 중단을 실행하거나 통보한 뒤 협상을 통해 회사 경영권을 팔거나 손실보상을 받은 것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공갈죄로 처벌한 경우는 태광공업, 서신스탭스, 지아이에스, 진서테크, 두성테크, 태진정밀공업 등 총 16건 이상이었다(2009년~2019년).

지난 2019년 6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하도급 전속거래구조에 있어 국가 형벌권 행사의 비대칭성')에서 추 의원은 "수직적 갑을관계에 대한 제도적 개선 없이 하청업체만 처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이다"라며 "법원과 검찰이 대기업의 갑질 도우미로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천안지청장은 김앤장으로, 김앤장 근무 경력 판사 1심 판결 참여

 사진은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로비 (자료사진)
사진은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로비 (자료사진) ⓒ 연합뉴스

'서연이화-태광공업'과 '한온시스템-대진유니텍' 갑질 사건이 갑질 가해자가 아닌 갑질 피해자의 처벌로 끝난 데에는 거대 법률권력 '김앤장'의 법률 조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서연이화에 맞섰던 태광공업의 손정우 전 사장은 지난 2018년 8월 28일 정의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대기업 갑질 피해 증언대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 자리에 올 때 어떤 말을 할지 준비했는데 아까 저희를 고소한 기업인 '서연이화' 임원과 '김앤장' 변호사가 들어오는 걸 보고 얼어버렸다, 그들이 지금은 (이 현장의) 자리를 뜬 거 같은데 제가 2심을 앞두고 있어 거대한 돈과 힘을 가진 그들이 너무너무 무섭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앞서 손영태 전 태광공업 회장은 2017년 8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김앤장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런 일을 못했을 것이라 본다"라며 "김앤장 안에는 1-2차 협력사 간 분쟁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담당 부장검사가 김앤장 변호사와 과거 검사 시절 같이 근무했다는 말도 있던데, 설마 그것이 영향을 미쳤을까?"라며 "김앤장이 동원하는 '전관'을 우리 같은 중소기업인이 어떻게 이기나? 법원이 그동안 유사사건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내리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한온시스템-대진유니텍' 갑질사건에서도 김앤장은 한온시스템의 법률 대리인으로서 인수 협상부터 계약서 체결, 고소와 검찰수사, 소송 등의 과정에 관여했다. 국내 최고의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로 알려진 박종구, 조용훈 변호사는 한온시스템의 대진유니텍 인수 협상 과정부터 참여했다. 특히 박종구 변호사는 지난 1991년부터 김앤장에 근무해온 '김앤장맨'이다. 공갈사건 재판에도 참여한 조용훈 변호사와 박권의 변호사가 '김앤장맨' 박 변호사의 '서울대와 군법무관 후배'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했던 곳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이었고, 당시 천안지청장은 차맹기 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이었다. 차맹기 전 지청장은 부산지검 특수부장, 서울남부지검 특수부장, 수원지검 특수부장, 부산지검 2차장 등을 지낸 '특수통 검사'다. 그런데 천안지청장 이후 수원지검 1차장(2017년)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2018년)을 거친 뒤 지난 2019년 8월 김앤장에 합류했다. 천안지청이 기소했던 송윤섭 전 대표가 징역 6년을 확정받고 감옥살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1심 재판에 참여한 K판사가 재판에 참여하기 직전 김앤장에서 짧게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해당 판사는 대전지법 천안지원 판사로 오기 전 서울고법 재판연구원과 김앤장, 법무법인 삼우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대전지법 판사와 공주지원 판사 등을 거쳐 지난 2024년 8월부터 미국 하버드대에 교육 파견을 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온시스템-대진유니텍' 갑질사건에서 가장 큰 쟁점은 부품공급 중단시 대체생산 가능 여부와 대체생산에 걸리는 시간이었다. 한온시스템 측은 "금형이 있더라도 9주나 10주 걸린다"라고 주장했고, 대진유니텍 측은 "금형을 반출하면 1~2일 이내에 대체생산이 가능하다"라고 일관되게 반박했다.

그런데 서연이화를 법률대리했던 김앤장 변호사는 '서연이화-태광공업' 갑질사건에서 '금형만 확보하면 1일 정도면 필요한 신규사출업체를 수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했고, 서연이화의 직원들도 '금형 확보 후 6시간이면 대체생산이 가능하다'고 증언했다. 이는 김앤장이 '한온시스템-대진유니텍' 갑질사건 때 주장했던 것과는 비슷한 논리다.

송 전 대표는 "현대기아차와 한온시스템, 김앤장이 다 한 편이 되어 중소기업 사장 한 명을 밟은 것인데 이것을 바로잡는 것이 정의다"라며 "쥐가 무서워서 호랑이와 고양이가 협박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믿을 사람이 세상 천지에 누가 있나? 그런데 그 거짓말을 검찰과 법원이 믿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1년 반 넘도록 수사 중… 한온시스템 고소 사건은 두 달도 안 돼 기소한 것과 대비

 과거 운영했던 대진유니텍 공장(현재 한온시스템) 앞에 선 송윤섭 전 대진유니텍 대표. 대진유니텍은 현대.기아차의 2차 하청업체였다.
과거 운영했던 대진유니텍 공장(현재 한온시스템) 앞에 선 송윤섭 전 대진유니텍 대표. 대진유니텍은 현대.기아차의 2차 하청업체였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한편 송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8월, 4년 2개월의 감옥살이를 하다가 광복절 특사(특별사면)으로 풀려났고, 출소 이후 윤여을 회장과 이인영 전 대표집행임원, 황춘식 전 현대차 구매팀장 등 총 6명을 '모해위증죄'로 고소했다(2024년 6월 7일). 이들이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부품공급을 중단하더라도 대체생산이 가능했는데도 대체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위증했다는 것이다. 모해위증죄(형법 제152조)는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허위진술을 하는 범죄로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된다. 모해위증죄가 받아들여지면 '한온시스템-대진유지텍' 갑질사건에 대한 '재심'이 가능하다.

수사에 나선 천안서북경찰서는 윤여을 전 회장에 대해 두 차례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대전지검 천안지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서면조사만 진행했다. 한온시스템 법무팀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긴 했지만, 또 다른 피고소인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두 차례나 반려해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경찰은 모두 증거부족으로 지난해 4월 8일 불송치(혐의없음)했다.

이에 송 전 대표가 이의신청을 했고(2025년 5월 9일), 사건이 천안지청으로 송치됐지만 아직까지 수사 중이다. 이는 한온시스템이 송 전 대표를 고소한 범죄수익은닉 사건 처리와 크게 대비된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2023년 3월 24일 범죄수익은닉죄로 송 전 대표를 고소했고, 두 달도 안 된 5월 11일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고(2023년 12월 20일), 오는 2월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 사건도 김앤장이 한온시스템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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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갑질'로 산산조각 난 송윤섭 전 대진유니텍 대표의 꿈
①"현대·기아차 납품 31년"...갑질 피해자는 왜 감옥에 갔나 https://omn.kr/2ense
②갑질 피해자가 공갈죄로...검찰과 법원도 '대기업 편'이었다 https://omn.kr/2ensg

#김앤장#서연이화#대진유니텍#송윤섭#한온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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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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