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 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가 21일 오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건 선고공판에서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진관 부장판사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내란특검 구형(징역 15년)보다 8년 높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긴장하고 있을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박성재 전 법부무장관이다. 박 전 장관 내란중요임무종사 사건 재판장이 바로 이진관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이기 때문이다. 그는 21일 한덕수 전 총리 선고공판에서 "12.3 비상계엄은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이라고 강조했는데, 박 전 장관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윤석열과 김용현은 위와 같은 모의에 따라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국가 비상 입법 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 소관 부처 장관들에게 지시할 사항을 미리 준비한 후, 국무회의 심의 없이 2024년 12월 3일 22시경을 기하여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기로 결의하고,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조치 사항이 있거나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그에 따른 직무 수행이 필요한 피고인, 법무부장관 박성재,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통일부장관 김용호, 외교부장관 조태열, 국정원장 조태용만을 사전에 대통령실로 불러 비상계엄 선포 계획과 조치 사항을 알리기로 하였다."
내란특검은 법원에 박 전 장관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됐고, 지난해 12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박 전 장관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① 내란중요임무종사 :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씨 내란 행위에 가담해 법무부 검찰국과 교정본부, 출입국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고 구치소 수용 여력 파악을 지시하는 등 '후속 조치'를 지시한 혐의다.
②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장관의 직권을 남용해 법무부 검찰과 공무원들에게 국회 입법 활동을 비판하고 비상계엄에 정당성을 부여할 논리를 만들고 문건을 작성시키는 등 불법적인 일을 시키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한 혐의다.
③ 청탁금지법 위반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김건희씨로부터 "내 수사는 어떻게 되어가나", "과거 여사들(전직 대통령 배우자들) 수사는 왜 안 하나" 등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받고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을 시켜 김씨 관련 수사 상황을 별도 보고받는 등 부정한 청탁에 응한 혐의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박성재... "참석자 서명 받아야 한다"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영장실질심사 출석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5-11-13 ⓒ 이정민
박 전 장관에게도 중형 선고가 이뤄질까.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 선고공판에서 구체적인 양형 이유를 설시하면서 12. 3 내란을 친위쿠데타임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형태의 내란은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고도 불린다. (중략) 12.3 내란은 이러한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대법원 판례가 있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위험성을 비교할 수 없다."
판결문에는 내란 당일 박 전 장관의 역할이 담겼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의 참석자 서명을 최초로 건의한 게 박 전 장관이라고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씨가 밤 10시 18분께 '2분 국무회의'를 마치고 계엄을 선포하러 나가자 상의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있던 사람들을 돌아가며 쳐다보면서 참석자 명단을 적어 뒀다. 박 전 장관은 약 20분 뒤인 10시 39분께 이상민 전 장관에게 "참석자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장관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불러 "누가 참석했는지 남겨 놔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오후 10시 42분께 박 전 장관은 강 전 실장에게 "서명 받는 것은 준비됐느냐"며 직접 확인했다.
강 전 실장은 대접견실로 다시 들어가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서명하고 가라"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서명은 못 하겠다"고 말하면서 국무회의 참석자 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대접견실에 남은 박 전 장관은 한 전 총리, 이 전 장관과 함께 비상계엄 선포 후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문제와 행정각부의 권한 관계 등을 논의했다.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들로부터 서명받으려 한 행위에 대해 "절차적 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방법으로 내란중요임무에 종사했다"고 판단해 중형을 선고했다.
구속영장 두번 기각됐지만...이진관, 박성재에게 어떤 질문 던질까
여기에 더해 과연 이진관 재판장이 두 번이나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 전 장관에 대해 공판과정에서 어떤 질문을 던질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앞서 이 재판장이 속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특검이 청구한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10월에는 '계엄이 위법한지 몰랐다'고 주장한 박 전 장관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고, 11월에는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를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및 수사 진행 경과, 일정한 주거와 가족관계, 경력 등을 고려하면 향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박 전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특검은 박 전 장관이 계엄 이튿날인 2024년 12월 4일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권한 남용 문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받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모인 안가 회동에 참석한 점 등을 토대로 계엄 선포의 위법성 인식 아래 사후 계엄 정당화 조처에 나섰으며,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됐던 시기 전후인 2025년 3~5월 사이 장관실 PC가 교체되고, 전문 업체를 통해 하드디스크가 천공 방식으로 파기됐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영장전담 판사는 이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박 전 장관이 신용해 당시 교정본부장으로부터 법무부에 수도권 구치소 수용 여력 현황을 점검한 뒤 '약 3600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도 추가됐지만, 이 역시 구속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진관 재판장은 한 전 총리의 1차 공판에서부터 "피고인에게 묻겠다"며 아래와 같은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진술거부권이 있어서 상황에 따라 답변을 하지 않아도 된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있었다. 비상계엄과 관련해서 계엄행위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나? 합헌이라고 생각하나? 곤란하면 답변하지 않아도 된다."
이어진 2차 공판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특검이 비상계엄 당일 찍힌 CCTV를 법정에서 공개하자 한 전 총리를 향해 "총리로서 무엇을 했느냐"고 강하게 추궁했다. 이어 3차 공판에서 특검을 향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공소장 변경을 통해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 선고가 내려졌다.
박 전 장관 내란중요임무종사 사건 첫 공판은 오는 26일 열린다. 이 재판장은 지난 19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신속한 재판을 위해 앞으로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주 2회 공판을 진행하겠다"라고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