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1일, 대통령 지시로 구성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가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거액을 편취한 한국 국적 피의자들을 강제 송환한다고 밝혔다. 송환되는 피의자는 모두 73명에 달하며,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 사례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피의자들을 태울 전용기는 23일(금) 새벽 캄보디아 떼쪼국제공항을 출발해 당일 오전 9시 10분 경 인천공항에 다시 도착할 예정이라며 "이번 송환은 장기간 이어진 추적과 국제 공조 끝에 성사된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캄보디아 현지에 파견된 코리아전담반, 국정원, 현지 경찰 등 수사팀이 장기간 추적 끝에 성과를 거뒀다"며, "수사팀은 스캠 단지 7곳을 확인하고 지난해 12월 시하누크빌 스캠조직 51명, 뽀이펫 15명, 몬돌끼리주 26명을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18일 새벽 캄보디아 떼쪼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중인 64명 한국인 사기 범죄자들 ⓒ 캄보디아국영통신(AKP)
로맨스스캠 총책 부부, 석연찮은 뇌물 석방 후 재검거
이번 송환에는 1년 가까이 국내 송환에 실패했던 로맨스스캠 부부 사기단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강 대변인은 "이번 송환에는 지난 10월 국내에 송환되지 못했던 로맨스스캠 부부사기단도 포함됐다"며 "이들 부부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가상 인물을 만들고, 우리 국민 104명으로부터 120억 원 상당을 편취했으며, 대한민국 법망을 피하기 위해 성형수술로 모습을 바꾸는 도피 전략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부부는 수년 전부터 캄보디아 북서부 국경도시인 뽀이펫을 주요 거점으로 온라인 연애 사기, 일명 '로맨스 스캠' 범죄를 저질렀다. 수사 당국은 "부부는 각자 역할을 나누어 다수의 가상 인물을 동시에 운영하며, 피해자별 맞춤 시나리오를 적용해 장기간 송금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부부는 지난해 2월 현지 경찰에 전격 체포됐으나, 부패한 사법당국 관계자에게 약 4만 달러(한화 약 6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고 수개월 만에 비공식적으로 석방됐다. 당시 국내 피해자들은 이 부부의 뇌물 석방 사실이 알려지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일부 피해자는 정부의 무능을 탓하며 우리 외교당국과 수사당국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부부는 이후 또 다른 범죄 조직과 주변 지인들의 보호 아래 은신처를 수시로 옮기며 도피를 이어갔고, 석방 이후에는 성형수술까지 감행하며 신분 노출을 철저히 차단했다. 하지만 결국 지난해 7월 또 다시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재수감되었다.
남편 강씨와 평소 알고 지내던 현지 관계자는 경찰당국에 의해 재수감된 상태에서도 "강씨 부부는 주변 지인들에게 석방에 필요한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며, 구금 상태에서도 도피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캄보디아에서 '로맨스 스캠' 범죄를 벌인 '부부 사기단' 이 지난해 7월 다시 체포됐을 때 찍힌 사진. ⓒ 법무부
부부는 현지 경찰에 다시 체포된 뒤 그동안 다른 수감시설에 있었지만, 캄보디아 정부가 온라인 사기 범죄와 관련 추가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송환을 계속 미루면서, 정부 간 협상 지연으로 해를 넘겨서도 송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수사당국의 끈질긴 외교적 노력으로 결국 이들 부부는 이번 송환 명단에 포함됐으며, 결국 23일 오전 국내로 송환되어 울산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들 부부 외에도 이번 송환 대상에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뒤 캄보디아로 도주해 스캠 범죄에 가담한 사범과, 투자전문가를 사칭해 사회초년생과 은퇴자들에게 149억 원 상당의 금액을 편취한 총책, 피해자를 인질로 삼아 가족에게 금품을 갈취한 조직원들도 포함됐다.
최근 온라인 스캠 범죄의 온상으로 알려진 시하누크빌 조직원들은 은퇴자와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고, 국경도시인 뽀이펫과 북동부 몬돌끼리주 조직원들은 피해자를 사실상 감금한 상태에서 가족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내 금품을 갈취했다.
해외 도피 범죄, 묵인 없이 철저 추적... 전원 체포 및 은닉 재산 환수
강 대변인은 "정부는 국민에게 피해를 준 중대범죄자들을 해외에 방치하면 범죄자 도피를 사실상 묵인하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재범 우려도 있다고 판단해 송환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송환되는 피의자들은 전원 체포 영장이 발부됐으며, 국내 도착 즉시 수사기관으로 인계돼 철저한 수사를 거쳐 사법적으로 처리될 예정"이라며, "피의자들의 은닉 재산도 끝까지 추적해 범죄수익 환수 작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