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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22 09:02최종 업데이트 26.01.22 09:02

이해와 변화 사이에 반드시 필요한 것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국과 미국에서의 출가자의 삶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삭발을 하고 승복을 입었다고 해서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지는 않습니다. 한 번은 11월에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으로 선명상 수업을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길에서 저를 본 한 백인이 제 복장을 보고 핼러윈 의상이 참 훌륭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치켜세웠습니다. 그에게 저는 '스님'이기보다, 그저 눈에 띄는 옷차림을 한 사람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출가 후 한국에 왔을 때의 경험은 사뭇 달랐습니다.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스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저를 윗사람 대하듯 공손히 대했습니다. 그럴수록 제 안에서는 묘한 긴장과 함께 스스로를 점검해야 할 지점이 생겼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마주하게 되는 도전의 양상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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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국과 미국은 출가자를 대하는 문화와 분위기가 크게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출가자라고 해서 더 아는 척하거나 특별한 존재인 척하기 어렵습니다. 의견은 자유롭게 오가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바로 드러납니다.

스님의 말이라고 해서 사람들은 참고 듣지 않습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분명히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때로는 재가자가 제게 지적을 하거나,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 있는 말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일 자체가 하나의 훈련이 됩니다.

미국에서 출가한 뒤 한국에 온 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났습니다. 이 시간을 지나오며 '수행'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전통에서 명상을 배우든, 그것이 종교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우리는 방향과 기준을 잡기 위해 공부를 합니다. 불교에는 불경이 있고, 기독교에는 성경이 있으며, 요가에도 그들만의 경전이 있습니다. 이 지식들은 정답을 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삶의 방향을 가다듬기 위한 참고점에 가깝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지혜'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명상을 배우고 실천하는 이유도 결국은 삶을 더 분명하게 보고, 불필요한 반응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이 지혜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말이나 글로 이해하는 단계가 있고, 실제 경험을 통해 확인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전자는 씨앗을 심는 일과 같고, 후자는 그 씨앗을 키우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책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해서 삶이 바로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해와 변화 사이에는 반드시 실천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명상에서는 '관찰'이 중요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거나 반복적인 수행을 하다 보면, 엉뚱한 생각이 불쑥 올라오기도 합니다. '만두가 먹고 싶다', '이제 쉬고 싶다' 같은 생각들입니다. 그때 그 생각을 쫓아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 생각들은 일어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무엇에 쉽게 끌리고, 무엇에서 불편해지는지를 알게 됩니다.

이 과정은 때로 불편합니다. 자동으로 자신의 욕심이나 분노, 비교하는 마음, 우울함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인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자신의 반응을 정확히 보는 일이 훨씬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누구나 자기 안의 불편한 모습을 외면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을 회피하지 않을 때 비로소 시야가 넓어집니다.

삶에도 단계가 있듯, 마음을 다루는 일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점검해 나갈 때,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선배 수행자들이 남긴 방법들은 여러분이 그 과정을 직접 걸어갈 수 있도록 남겨둔 안내서에 가깝습니다. 각자의 삶 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결국 각자의 몫입니다.

선명상반 학생들과 함께 선배 수행자들이 남긴 방법들은 그 과정을 직접 걸어갈 수 있도록 남겨둔 안내서에 가깝습니다. 각자의 삶 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결국 각자의 몫입니다.
선명상반 학생들과 함께선배 수행자들이 남긴 방법들은 그 과정을 직접 걸어갈 수 있도록 남겨둔 안내서에 가깝습니다. 각자의 삶 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결국 각자의 몫입니다. ⓒ 현안스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명상#수행#마음공부#선명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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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아메리칸 선명상: 현대인을 위한 명상 이야기

영화스님을 은사로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현재 서울 종로 보화선원에서 다양한 선명상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지도하고 있다. 국내 저서『미국스님 한국표류기』(모과나무, 2026)『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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