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모산 정상 쪽에서 바라본 창원 시가지 전경. ⓒ 윤성효
"도로에 독재자 이름을 붙이려면 부마민주항쟁 기념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대꾸할 가치 없다. 차라리 '김미나대로'로 하자고 해라."
국민의힘 김미나 창원시의원(비례)이 '창원대로'를 '박정희대로'로 하자고 제안하자 시민사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과 이병하 경남정치개혁광장시민연대 공동대표는 21일 전화통화에서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미나 의원은 하루 전날인 20일 열린 창원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5분자유발언에서 창원대로를 박정희대로로 하자가 제안했다. 김 의원은 "창원국가산업단지는 박정희 정부 시절 조성된 대한민국 산업화 전략의 핵심 공간이었다"라며 "창원대로는 단순한 도로가 아니다. 산업·행정·생활권을 관통하는 창원의 중심축이자, 당시 국가적 도시개발 프로젝트의 상징적 공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창원대로의 명칭을 '박정희대로'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제안은 정치적 공방을 위한 것이 아니다. 찬반의 감정을 자극하려는 시도도 아니다"라며 "이는 창원이 어떤 도시로 출발했고, 어떤 시대적 배경 속에서 형성됐는지를 도시 공간에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라는 정체성과 역사 인식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창원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산업도시 건설이 당시 국가 산업정책과 맞물려 추진되었다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이다"라며 "창원이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 도시로 성장한 이유를 공간과 기록 속에 분명히 남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꾸하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
창원대로를 박정희대로로 하자는 제안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병하 상임대표는 "차라리 '김미나대로로 하자고 해라"라며 "가치도 없고 실행도 되지 않는 제안이다. 대꾸하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무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 대꾸하는 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키워주는 꼴이 돼 말을 안하려고 했다. 그런데 언론에서 보도를 하니 한 마디 하겠다"라며 "그것은 지금 그 사람이 소속돼 있는 정당이 없어지고 새 당명을 찾는다고 하니까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하는 것이라 본다. 과거 정당으로 돌아가고 싶은 향수에서 나온 술수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김영만 고문은 "거리나 도로에 유명인사의 이름을 붙이려고 하면 적어도 모든 시민이 동의하고 존경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라며 "박정희는 독재자로 역사의 심판을 이미 받았다"라고 했다.
김 고문은 "그것은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 박정희를 '산업화의 아버지'로 부르는 일부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다"라며 "창원(마산)은 부마민주항쟁을 자랑스럽게 기념하고 있다. 박정희대로로 하자면 부마항쟁 기념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박정희대로에 전 시민의 동의를 받을 수도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영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대변인은 21일 낸 논평을 통해 "김미나 의원의 창원대로 관련 발언을 접하며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 생각이냐"라며 "창원대로는 정치적 선동의 도구가 아니다. 노동자와 시민의 땀, 산업과 도시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창원의 소중한 공공자산이다. 그럼에도 억지 논쟁을 만들고 소모적인 말싸움을 유도하는 행태는 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관심을 노린 자극적 정치, 이른바 '관종 정치'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김미나 의원의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마민주항쟁을 폄훼하고,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며 국가적 참사의 희생자들까지 모욕하는 반인륜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을 반복해 왔다"라면서 "그 막말은 이제 더욱 노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극단적 정치 세력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논란을 의도적으로 키우고, 자신의 정치적 몸값을 높이려는 계산된 언행으로 비칠 뿐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박영주 대변인은 "김미나 의원은 시민의 고통 앞에서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창원시의원이라는 직함이 이렇게까지 가벼워질 수 있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혐오와 조롱,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을 듣고 싶지 않다. 시민의 땀이 서린 공공자산을 개인의 정치적 도구로 삼지 마라. 막말로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정치, 창원에는 필요 없다"라고 밝혔다.
창원대로는 창원시 의창구 소계동 소계광장에서 성산구 불모산동 창원터널 사이에 있는 13.8km 직선 도로로, 창원시 도시계획에 따라 1977년 임시개통 때는 왕복 2차로였다가 1987년에 지금의 형태인 왕복 8차로로 확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