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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묘 재개발 문제를 언급하며 "도쿄는 이제 넘사벽 도시가 됐다"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 덕분에 도쿄가 발전했다는 취지였지만, 전문가들은 종묘 재개발과 도쿄 도심 개발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피눈물이 난다"... 서울시장 입에서 나온 '넘사벽 도쿄'

오세훈 시장은 지난주 금요일(16일), 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가 주최한 '2026 신년교례회'에서 연사로 나서 종묘 재개발 문제를 거론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난 10년간 안타까운 경험을 했다"며 "도쿄를 우습게 봤지만, 이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넘사벽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일본의 사례를 들며 "한 쪽은 놀고 있었고, 한 쪽은 심기일전해 수상까지 나서서 법을 바꿔가며 정부가 밀어줬다"고 강조했다. 종묘와 같은 사례를 일본에서는 정부 주도로 개발해 도쿄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주장이다.

주요 언론들은 이 발언을 크게 다루지 않았지만,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울시장이 이래도 되느냐"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종묘 같은 사례를 적극적으로 밀어준 덕에 도쿄가 넘사벽이 됐다는 오세훈 서울시장
일본 정부가 종묘 같은 사례를 적극적으로 밀어준 덕에 도쿄가 넘사벽이 됐다는 오세훈 서울시장 ⓒ 유튜브 '오세훈TV'

오세훈이 말한 '도쿄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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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일본 사례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그간의 발언과 행보를 종합하면 도쿄역 일대의 마루노우치 지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 시장은 2023년 6월 마루노우치 지구를 방문한 직후 '서울 대개조'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마루노우치 지구는 도쿄역과 황거 사이에 위치한 일본 최대의 중심 업무지구다. 황거는 일본 천황과 황후가 거주하는 공간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쿄 대공습으로 기존 궁전이 소실된 뒤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이 지역은 오랫동안 황거 주변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백척규제'라 불리는 높이 제한(약 31m)이 적용됐지만, 2000년대 들어 일본 정부가 도시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이를 해제하면서 대규모 고층 재개발이 진행됐다. 현재의 마루노우치 스카이라인은 이 규제 완화의 결과다.

"종묘와 황거는 역사적 의미부터 다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종묘 재개발 문제를 마루노우치 지구 개발과 비교하는 것은 출발점부터 잘못됐다고 말한다. 일본 도쿄대 객원연구원을 지낸 건축사학자 김정동 목원대 명예교수는 "우리와 도쿄 시민들의 인식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종묘는 '종묘사직'이라는 개념으로 국가의 근간을 상징하는 공간인 반면, 도쿄 황거는 원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막부 본거지였고, 메이지유신 이후 교토에 있던 천황을 옮겨온 곳이라고 한다. 종묘와 같은 상징성과 역사적 무게를 지닌 공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서울은 종묘뿐 아니라 사대문 안 궁궐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시 구조를 갖고 있는 반면, 마루노우치 지구는 바다를 매립해 형성된 지역으로 도시 형성과 맥락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네스코 기준부터 다르다"

문화유산 정책 측면에서도 두 사례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지만, 일본 황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주변에 최소 1km 규모의 완충지대(버퍼존)를 설정하도록 권고했다"면서도, 종묘는 이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등재 당시 1km를 확보하지 못하고 약 100m 수준의 보호구역을 설정했다며, 이후에도 종묘 인근 지역에서는 고도 제한을 두고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개발이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소장은 "일본 황거 주변 개발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주변 도시 개발은 기준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이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넘사벽" 비교가 놓친 것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종묘 재개발과 도쿄 마루노우치 지구 개발을 동일선상에 놓고 '정부 의지'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것은 역사적·문화유산적 맥락을 무시한 비교라는 결론에 이른다. 두 사례는 출발점도, 제약 조건도, 그리고 정책 목표도 엄연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도쿄는 넘사벽 도시"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은 국민적인 감정을 배제하더라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도 실립니다.


#종묘#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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