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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아침상에 오른 파운드케이크, 계란프라이, 귤주스, 찌개나 국을 대신한 식탁이다.
일요일 아침상에 오른 파운드케이크, 계란프라이, 귤주스, 찌개나 국을 대신한 식탁이다. ⓒ 이혁진
일요일 우리 집은 휴일이라고 늦잠을 자거나 아침밥을 거르지 않는다. 노인들만 사는 집은 일정한 시간에 밥을 먹는다. 복용하는 약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식탁에는 감귤을 간 주스,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과 계란 프라이가 올라왔다. 평소 아침상과 비교해 초라하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보라색, 흰색, 노란색이 맛있게 보인다. 여기에는 아내의 고심도 엿보였다.

사실 어제 아내가 오늘 아침 메뉴를 예고했다. 매끼 상에 올릴 메뉴를 고민하는 아내의 뜻을 알기에 아내가 선정한 메뉴를 무조건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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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하루 살림하는 시간을 체크해 본 적이 있다. 종량제 쓰레기 정리(30분), 설거지(1시간), 청소와 세탁(30분), 요리 보조(1시간), 시장보기(1시간) 등등 약 4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잠자는 시간과 운동시간을 포함하고 남는 하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내가 요리하는 시간이다. 문제는 매끼 식사 메뉴를 선정하는 것이 말처럼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역국, 곰탕, 추어탕, 북엇국, 된장국, 콩나물국, 청국장 등등 우리 집 지난 일주일 국과 찌개 식단이다. 아내 입장에서는 여기에 더 변화를 주고 싶어 수시로 내 의견을 묻는 게 습관이 됐다.

 아내의 굴밥
아내의 굴밥 ⓒ 이혁진

내가 직접 일주일 메뉴를 작성해 실험해 봤는데 아내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일주일 전 먹었던 김치찌개 식단이 금방 돌아와 식상해 다른 메뉴를 고르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시장 보기와 청소와 상차림 등 일부 살림을 돕지만 아내의 다양한 고충은 은퇴 이후에야 비로소 알았다. 살림은 하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하면 할수록 끝이 없다는 말은 명언이다.

집에서 살림하는 아내의 스트레스는 오늘 같은 휴일에 더욱 쌓인다. 식사를 차리고 설거지를 끝내면 다음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아내가 "반복되는 주방일에 한 끼 식사를 안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이다.

삼시세끼 요리는 살림의 전부

아내와 함께 외출하면 외식을 의도적으로 권할 때가 많다. 아내의 손을 덜고 '남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다'는 말도 이행하는 것이다.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반갑다. 그러나 아내는 오지랖이 넓어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드실 음식을 따로 포장한다.

은퇴 이후 내가 아내 살림을 배우면서 두 가지를 깨달았다. 살기 위해서 밥을 먹는 것보다 밥을 먹기 위해 산다는 것이며 그 밥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밥하고 요리하는 것이 살림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시세끼 식사를 준비하느라 진을 빼고 나면 설거지가 귀찮고 힘들다. 실제 아내는 식사를 차려주고 밥을 함께 먹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아내가 없는 식탁은 쓸쓸하기만 하다.

 아내의 만둣국, 아내는 식탁메뉴로 고민이 많다. 메뉴 선정은 의외로 힘들다.
아내의 만둣국, 아내는 식탁메뉴로 고민이 많다. 메뉴 선정은 의외로 힘들다. ⓒ 이혁진

아내의 살림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주방에서 있는 시간을 가급적 줄여주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식사 설거지는 보통 내가 맡는다. 애들에게도 설거지를 강조한다.

아침상을 물리고 잠시 후 아내가 "오늘 점심은 뭘로 준비할까요"라며 의견을 묻기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가 차릴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말했다. 점심상에는 어제 아내가 정성스레 만든 청국장을 올렸다.

아내에게 휴일 기분을 내게 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그건 거창한 것이 아니다. 휴일만이라도 주방에서 벗어나게 배려하면 아내의 소박한 꿈의 절반은 이뤄지는 것이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일요일#아침밥상#파운드케이크#설거지#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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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은퇴 후 살림하는 남자’(은살남)

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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