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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산업 전환이 본격화된 2026년 한국을 앞두고,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는 일본 사례를 통해 전환금융과 지역 에너지 전환의 조건을 살폈다.
 일본 홋카이도 가미시호로정 목장에서 사육 중인 젖소들. 이곳에서 발생하는 축분은 악취 문제 해결과 재생에너지 생산의 핵심 자원이 된다.
일본 홋카이도 가미시호로정 목장에서 사육 중인 젖소들. 이곳에서 발생하는 축분은 악취 문제 해결과 재생에너지 생산의 핵심 자원이 된다. ⓒ 가미시호로정 관광협회

한국보다 일찌감치 초고령화와 지역소멸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 이에 일본 정부는 지역 내 재생에너지 전략을 기후 대응과 지역 상생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지역 탈탄소 로드맵'이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지역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청사진이다.

이 로드맵은 2030년까지를 집중 실행기간으로 설정하고, 일본 전역에 '탈탄소 선도지역'을 최소 100곳 이상을 선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욕 있는 지역에 탈탄소 기술과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사실 이 로드맵에서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고령화, 인구 감소, 지역 경제 쇠퇴라는 일본 사회의 과제 해결과 탄소중립을 연결시킨 점이다.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맞춤형 프로젝트를 통해 탈탄소 문제를 지역 재생의 기회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홋카이도가 유명하다. 일본 북쪽 끝에 위치한 이곳은 태양광·풍력·지열 등 자연자원이 풍부하다. 덕분에 7곳이나 탈탄소 선도지역으로 선정됐다. 녹색전환연구소는 그중 한 곳인 가미시호로정(町)을 방문했다.

 소똥으로 인한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일본 홋카이도 가미시호로정의 바이오가스 플랜트 전경. 현재는 지역 탈탄소 전환의 핵심 설비다.
소똥으로 인한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일본 홋카이도 가미시호로정의 바이오가스 플랜트 전경. 현재는 지역 탈탄소 전환의 핵심 설비다. ⓒ 가미시호로정 관광협회

소똥 냄새가 바꾼 지역의 탈탄소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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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최대 도시 삿포로에서 차로 4시간은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곳, 가미시호로정. 한국으로 치면 '군(郡)' 단위에 속하는 지역이다. 가미시호로정은 축산·낙농업에서 배출되는 분뇨를 바이오매스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가축 분뇨(축분)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연료로 바꿔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운영 중이다.

가미시호로정은 낙농업과 축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약 38만 마리의 소가 매년 연 12만 5000톤 규모의 우유를 생산한다. 덕분에 먹거리 자급률이 3500%를 상회한다. 문제는 그만큼 소똥 냄새가 지독하다는 것이다. 지역 내 악취 문제는 지속적인 민원이자 골칫거리 중 하나다.

실제로 가미시호로정 제로카본과의 야마모토 담당주사(주임급 공무원)는 연구소에 "전기를 만들려고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소똥 냄새가 너무 심해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일본 정부의 지원이 시작되기 전부터 악취 문제를 해결하고자 바이오가스 플랜트에 주목했다.

가미시호로정에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설치된 것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의 대규모 낙농기업 '드림힐(Dream Hill)'이 축분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설치하면서 에너지 자립 실험이 시작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후 일본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가미시호로정이 탈탄소 선도지역으로 지정되자 본격적인 지원이 시작됐다. 2022년 정부의 선도 지역 선정으로 가미시호로정은 2027년까지 최대 55억 엔(약 52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받는다. 그중 약 30억 엔(약 280억 원)에 대한 지원금 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 해당 지역에는 총 7개의 바이오가스 플랜트(총 2270kW 규모)가 운영되고 있었다. 또 드림힐뿐 아니라 일본농협(JA) 등으로 다양한 주체가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일본 홋카이도 가미시호로정에 조성된 메가솔라 태양광 발전소. 일본 정부의 탈탄소 선도지역 지원금으로 건설됐다.
일본 홋카이도 가미시호로정에 조성된 메가솔라 태양광 발전소. 일본 정부의 탈탄소 선도지역 지원금으로 건설됐다. ⓒ 녹색전환연구소

발전소 넘어 복지·교육 등 삶으로 확장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중 일부는 2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메가솔라'를 건설하는 데에도 쓰였다. 해당 태양광 발전소는 마을부지 일부를 임대해 건설됐다. 에너지 분야 외에도 고령자를 위한 커뮤니티 자동운전 버스, 고립 지역 내 드론 배송, 공공차량의 전기자동차 전환 등이 지원금 활용 계획에 들어가 있었다.

이처럼 가미시호로정은 에너지 전환을 통해 지역의 삶과 인프라를 개선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편 가미시호로정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탈탄소 인식 개선 등 교육 역시 활발했다. 예를 들어 가미시호로정의 유일한 초등학교에서는 고학년을 대상으로 연간 30시간 정도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수업을 진행한다.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텃밭 농사, 이를 급식으로 연결하는 과정 역시 교육의 한 일부다. 탈탄소 전환이 시민의 생활 방식과 밀착돼 체감될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이는 가미시호로정이 고향기부세를 활용하는 방식과도 연관된다. 가미시호로정은 도시민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돕는 기금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가미시호로정 내 기부 건수는 2020년 기준 10만여 건에 이른다. 액수로만 약 17억 엔(약 160억 원)에 달한다. 이 기금은 지역 내 저출생 대책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에너지 지산지소가 만든 지역 순환 구조"

한국에서도 최근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중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나 농산물 등을 해당 지역 단위에서 소비한다는 뜻이다. 운송 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과 유통 비용을 줄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가미시호로정은 에너지 지산지소를 일찍부터 실천하는 지역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열은 주로 비닐하우스 재배 농업에 사용된다. 비닐하우스에서 수확된 딸기는 아이스크림으로 가공돼 고향기부제 답례품으로 제공된다. 고향기부세는 가미시호로정에서 지역과 산업을 잇는 중요한 제도다.

결과적으로 가미시호로정의 축분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재생에너지 생산과 농업, 관광·소비 활동이 서로 연결돼 있다. 이를 통해 창출된 수익이 다시 지역으로 환류되는 순환형 경제 구조를 구축했다.

바이오가스 플랜트와 메가솔라를 통해 지역에서 에너지가 '생산'된다면, 지역에서 에너지 '소비'를 담당하는 핵심 역할은 지역 전력회사에 있다. 일명 '카치(Karch)'다. 카치는 2018년 지방자치단체·농가·주민이 51% 지분을 공동 출자해 만든 지역형 전력법인이다. 설립 이듬해인 2019년부터 지역 내 전력 소매를 시작했다.

카치는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해 주요 공공시설과 가정 등에 타 업체보다 약 5% 저렴하게 판매한다. 전력소비 비용이 다시 지역 경제로 순환되는 구조다.

지산지소 방식으로 에너지를 구입해 가미시호로정 외부에서 화석연료를 구입하는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카치라는 지역 기업을 활성화하는 효과 역시 함께 나타났다. 덕분에 가미시호로정 지역 주민들은 에너지 전환을 통한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일본 가미시호로정 제로카본과 담당 공무원들과의 면담 장면.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들은 지역 공무원들로부터 바이오가스 플랜트 도입 배경과 운영 경험을 청취하고 있다.
일본 가미시호로정 제로카본과 담당 공무원들과의 면담 장면.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들은 지역 공무원들로부터 바이오가스 플랜트 도입 배경과 운영 경험을 청취하고 있다. ⓒ 녹색전환연구소

지역경제-삶-탈탄소, 세 축의 균형 설계 필요

탄소중립은 경제와 삶의 전환과 연결돼야 한다. 단순한 환경 규제나 의무로만 접근하면 지역사회 입장에서도 부담으로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를 경제 구조와 생활 방식의 전환과 연결해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변화가 가능하다. 시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할 때, 비로소 탄소중립을 향한 자발적 참여와 지속적 실천이 이뤄질 수 있다.

한국 역시 탄소중립 정책이 시민 참여와 정책 내러티브, 생활 인프라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추진되도록 모색해야 한다.

가미시호로정 모델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로 전력자립률은 높아졌으나, 난방 분야 전환 전략은 부족해 여전히 액화석유가스(LPG)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정부 주도의 열 분야 탈탄소 계획이 수립돼 있지 않다는 점과도 관련이 깊다.

이럴 때 탈탄소는 좋은 도구로 그치기 쉽다. 겨울이 혹독하기로 유명한 홋카이도에서는 탈탄소를 위해 열 난방 전환 전략이 장기적으로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또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아쉬운 점이다. 공공 주도 정책은 계획적이고 규모 있는 정책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런데 시민들의 목소리와 필요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공급자 중심의 설계로만 흐를 우려가 있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지역 재생에너지 전환이 '연금화'와 같은 지역 경제에 현금성 지원의 논의로만 갇히는 것에 대한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일본과 같이 탄소중립을 지역 경제 발전과 삶의 전환을 위한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은 유의미하고 현실적이다. 한국에서도 햇빛연금이라는 현금성 이슈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바라보면,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지역 경제와 지역의 삶, 탈탄소라는 세 가지 축이 상호 균형을 이루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미영 지역전환팀 연구원이 작성했습니다.


#일본#홋카이도#가미시호로정#바이오가스#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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