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200만 농민의 조직이나 실상은 '임직원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높습니다. 농식품부 감사 결과 도덕적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감사 보고서를 토대로 농협의 민낯을 5회에 걸쳐 꼼꼼히 들여다보고 개혁 방향을 제시합니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 연합뉴스
농협중앙회의 내부 감사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성희롱이나 업무상 배임 등 해고나 정직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를 저질러도 '주의'나 '견책' 등 가벼운 처분으로 사건을 덮어버리는 '제 식구 감싸기'가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 최근 3년간 농협중앙회와 계열사에서 발생한 성희롱·성추행 사건을 비롯해 업무상 배임과 같은 중한 범죄에도 상당수가 정식 징계 절차 대신 '견책' 또는 '주의'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아래 감사위) 징계심의회가 징계한 조합장 처분 27건 중 경징계(견책)에 그친 건 중 최소 6건은 중대 범죄 사건이었다. 업무상 배임 또는 성희롱을 해도 견책에 그칠 만큼 조합장 처분에 온정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징계심의회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하는 74건의 문책 사항은 아예 심의회에 올리지 않았고, 211건은 징계 없이 '주의'로 덮었다.
감사위는 인사가 독립되어 있고 감사위원장에게 인사권이 있다. 그런데도 농협중앙회는 감사위원장이 아닌 부회장(전무이사)에게 인사권(승진·전보)을 보고하고, 인사 부서가 승진 규모를 검토·조정해 감사위 인사권을 좌지우지했다.
농협중앙회는 임직원의 범죄행위에 대해 고발을 원칙으로 하되, 고발에서 제외할 경우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징계한 21건 중 범죄 혐의가 있는 6건은 고발 여부를 심의하기 위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지도, 고발하지도 않았다.
2022년 이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발생한 성비위 사건 125건 중 무려 81%(101건)가 감봉 이하의 경징계에 그쳤다. 해임이나 파면 등 조직에서 퇴출된 사례는 극소수였다. 같은해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농협 내 성희롱 징계 31건 중 절반 이상인 17건(54.8%)이 징계 기록조차 남지 않는 '주의'나 '경고'로 종결됐다고 지적했다.
인사위원회도 이름뿐인 조직… 외부 전문가 참여 0%
이번 농식품부 감사 결과, 비위 행위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는 내부 직원으로만 편향적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 교수, 노무사 등 외부 전문가 참여율은 0%였다. 게다가 인사위원회는 중앙회 인사총무팀에서 검토한 징계 수위를 100% 그대로 반영했다.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상태에서 '우리 조직 식구니까'라는 온정주의가 작동하면서, 징계의 칼날은 삶은 두부도 자르기 힘들 만큼 무뎌졌다.
이사회 구성도 엉망이었다. 임원 추천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를 농업인 단체 및 학계로부터 추천받아 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앙회 인사총무팀은 일부 단체와 학계만을 대상으로 추천받아 제한적·폐쇄적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의 솜방망이 처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충남의 한 농협 조합원은 "조합의 비위를 감사팀에 알려도 경징계로 마무리돼 조합원들 사이에서 '제보는 하나 마나'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국감 때마다 질타 쏟아졌지만... "개선하겠다" 답변만 되풀이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2025년 10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매년 농해수위 의원들은 "농협의 징계가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성비위와 금품 수수에 대한 무관용 원칙(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을 촉구해왔다. 국감 때마다 "농협이 징계권을 남용해 비위 행위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으나, 농협은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하며 사실상 변화를 거부해왔다.
전문가들은 농협 내부의 자정 능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이번 농식품부의 특별감사(2025년 11월 24일~12월 19일)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농협 내부의 자정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농식품부는 반복적인 비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제도 개선안에는 지난 해 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농협조합법 개정안에 들어 있는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 조합 외부 회계 감사 주기 단축 등에 더해 ▲ 인사 운영 투명성 확대 ▲ 내부 감사 및 견제 기능 정상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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