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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황혼 육아가 대세다. 65세인 나도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를 7년째 하고 있다. 5개월부터 주말 육아 하였는데 벌써 초등학교 1학년을 수료하였다. 주말에 오는 쌍둥이 손자와의 달콤쌉쌀한 육아 이야기로 저출산 시대에 아이가 주는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
지난 10일에 초등학교 1학년인 쌍둥이 손자가 겨울방학을 하였다. 요즘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1월 둘째 주에 겨울방학을 해서 3월 3일에 새 학년도가 시작되니 거의 50여 일이 겨울방학 기간이다. 요즘 초등학교 학부모님과 이야기하다 보면 '학교는 방학인데 아빠, 엄마는 개학'이라며 울상을 짓는 분이 많다. 그 말 속에 숨겨진 힘듦이 이해된다.

요즘 황혼 육아가 대세인지라 아빠, 엄마만 '개학'이 아니라 조부모도 '개학'이다. 오래 만나온 지인 모임이 있다. 교대 동기로 첫 발령 학교에서 만났으니 45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들이다. 요즘 모두 퇴직해서 약속을 잡을 때 모두 모일 수 있는 날로 잡는데, 이번 모임에는 한 명이 나오지 못했다.

"내가 손주들 방학 생각 못하고 약속을 잡았네. 평소처럼 모임 갔다가 3시에 가서 막내 손주 데려오면 될 줄 알았는데... 손주들이 방학해서 요즘 아침부터 딸네 집에 가서 손주 돌보느라 모임에 가지 못했어."
"그랬구나. 아직 손주들이 초등학생이라 누군가 옆에서 돌봐야 하니 어쩔 수 없지."
"손주들과 온종일 지내려면 힘들 텐데 건강도 잘 챙겨. 다음에 만나자."

손주 육아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고 모두가 이해했다. 나도 주말에 쌍둥이 손주 육아하고 있고, 다른 친구도 딸이 일이 있으면 손주네로 달려가서 도와주기에 모두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다. 손주들과 겨울 방학,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1. 겨울방학 생활계획표를 짜자

쌍둥이 손자 겨울방학 생활계획표 꼭 지켜야 할 일만 넣고 자유 시간을 많이 넣어 지키기 쉽게 짰다.
쌍둥이 손자 겨울방학 생활계획표꼭 지켜야 할 일만 넣고 자유 시간을 많이 넣어 지키기 쉽게 짰다. ⓒ 유영숙

방학은 말 그대로 '일정 기간 동안 수업을 쉬는 일'이니 아이들도 방학에는 쉬면서 즐겁게 보내고 싶을 거다. 하지만 50여 일이나 되는 긴 겨울방학을 계획 없이 지내다 보면 리듬이 깨지고, 새 학년에 올라가도 적응하기 어려울 거다. 겨울방학에도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엄마, 아빠인 부모에게 손주들이 방학 동안 지킬 생활 계획표를 짜달라고 해보자. 너무 여유 없는 시간표는 지키기 어려우니 아이들이 꼭 지켜야 할 최소한의 할 일을 넣어서 짜면 아이들도, 조부모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지킬 수 있을 거다. 방학이니 손주들이 하고 싶은 일과 놀 시간도 여유 있게 넣어주면 좋겠다(관련 기사 : 겨울방학 때 뭐하지? 초1 손자들과 이것부터 했습니다).

2. 손주들과 1주일씩 식단을 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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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중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오기에 두 끼 식사만 챙겨 먹이면 되었다. 아침을 가볍게 먹여서 학교에 보내도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오니 괜찮았다. 방학 동안 손주 육아에서 가장 힘든 일이 손주들 세 끼 식사 준비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돌보고 있는데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면 초등학교 1학년인데 정확하게 자기 생각을 말한다.

"지우, 연우 오늘 뭐 먹고 싶니?"
"아침은 주먹밥, 점심은 우동 먹으러 가고, 저녁은 카레 만들어 주세요."

"우동 먹으려면 점심에 돈가스 집에 가야 하는데 집에서 먹으면 안 될까?"
"○○돈가스에 가서 지우는 우동 먹고, 연우는 등심 돈가스 먹고, 할머니는 안심 돈가스 드세요."

아이들은 이렇게 먹고 싶은 것을 솔직하게 말한다. 손주들과 방학에 먹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해서 1주일 단위로 아이들과 요일별로 식단을 짜보면 어떨까. 아이들도 신나서 참여할 거다. 식단을 학교 영양 교사처럼 자세히 짜는 것은 아니고 주요 요리 하나 정도만 쓰면 된다. 예를 들면 월요일 아침은 볶음밥, 점심은 사리 곰탕, 저녁은 불고기로, 화요일 아침은 주먹밥, 점심은 잔치국수, 저녁은 카레라이스처럼 말이다.

가끔 손주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배달해 먹거나 음식점에 가서 먹으면 조부모도 음식 만드는 일에서 해방되니 서로 좋다. 엄마, 아빠와 의논해서 자주는 아니어도 아이들이 생활 계획표를 잘 지켰거나 말을 잘 들었을 때 가끔 이벤트처럼 해보자.

혹시 손주들이 요리하는 걸 좋아하면 함께 요리하는 것도 좋다. 위험한 칼 사용은 할머니가 하고, 쉽게 손질할 수 있는 정도는 시켜보자. 고기와 채소를 다져서 반죽하고 미트볼을 만든다 든지, 카레 같은 쉬운 음식도 함께하면 직접 만들어서 잘 먹을 거다.

3. 이웃 도서관을 정기적으로 이용하자

겨울방학에는 시간이 많으니 독서 습관을 길러주면 좋다. 학교에 다닐 때도 주로 1교시 전 아침 시간에 선생님과 아침 독서를 한다. 우리 집 쌍둥이 손자도 가방에 책 한 권을 꼭 가지고 가서 아침 독서에 참여했다. 요즘 대부분 동네에 도서관이 있고 도서관에 어린이 열람실이 있다. 주 2~3회 정도 시간을 정해서 손주들과 도서관에 가보자.

손주가 어리면 옆에서 같이 책을 읽고, 3학년 이상이면 조부모도 책을 꺼내와서 함께 읽어도 좋겠다. 독서는 집중력도 키워주고 간접 경험을 시켜주니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이 될 거다. 책만 읽어도 좋고, 작은 공책을 하나 마련해서 책 이름과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하나 이상 적어도 좋겠다. 도서관에 다녀와서 읽은 책에 대해 일기를 쓰면 좋겠지만, 쓰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도서관 가는 것을 싫어할 수 있으니 그냥 읽고만 와도 좋다. 도서관에 다녀오면 아이들에게 작은 보상을 주는 것도 좋다.

겨울방학이 길지만, 계획을 세워서 지내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갈 거다. 겨울방학 동안 다양한 활동으로 아이들은 즐겁고, 부모도, 조부모도 덜 힘들면 좋겠다. 날씨가 추워서 바깥 활동이 많지 않으니 실내에서 놀 수 있는 놀이 방법도 찾아서 즐겨보자.

오목 두는 쌍둥이 손자 날씨가 추워 바깥 놀이가 힘든 겨울방학에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찾아보자.
오목 두는 쌍둥이 손자날씨가 추워 바깥 놀이가 힘든 겨울방학에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찾아보자. ⓒ 유영숙

우리 집은 쌍둥이 손자들이 둘이서 오목 두는 것도 좋아하고, 레고 만들기 하는 것도 좋아한다. 색종이 접기를 좋아한다면 요즘 유튜브에서 색종이 접기 영상을 찾거나, 색종이 접기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만들어 보길 추천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즐거운 겨울방학을 보내길 바란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바람이 있다면 조부모 육아도 좋겠지만, 학교 돌봄 교실에서는 많은 학생을 수용하기 어려우니 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나 지역사회에서 방학 동안이라도 돌봄 센터를 많이 운영해 주면 육아가 덜 힘들 것이다. 육아가 해결되어야 우리나라 출산율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에도 실립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초등학교겨울방학#조부모육아#황혼육아#겨울방학계획표#손주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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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말마다 쌍둥이 손자 육아하는 할머니

교사 출신 할머니로 7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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