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 진주지역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매장지 자료 사진. ⓒ 윤성효
한국전쟁 상황에서 우리 측 군경에 의해 학살당한 진주형무소 재소자의 유족들이 76년 만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국가배상 판결을 받았다.
16일 정연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진주유족회 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건이 벌어진 지 수십 년 만에 법원이 진주형무소에서 희생된 이들의 억울함을 규명했다. 당시 수감돼 숨진 이들의 유족에 손을 들어준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나마 억울함을 해소해 다행이지만, 아직 과제가 남았다"라며 "지금까지 연좌제로 묶여 고통을 당한 유족들에게 국가의 책임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덧붙여 그는 "반드시 교과서에도 이를 기록해 다시는 이런 참혹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앞서 15일 창원지법 민사4부(재판장 김병국 부장판사)는 진주형무소 사건 희생자 유족 등 12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날 재판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렸고,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체포와 구금·학살이 벌어졌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위자료 규모는 모두 합쳐 약 24억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지난해 5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사건 규명을 보면, 진주형무소 재소자들은 한국전쟁 발발 시기인 1950년 7월 육군정보국 진주지구 CIC(방첩대), 헌병대, 진주경찰서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인민군의 공격으로 진주지역이 함락하자 군경은 국민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뿐만 아니라 재소자들까지 집단 살해한 뒤 후퇴했다.
당시 이 형무소에는 4·3 사건과 여순 사건 등으로 수감된 이들까지 수백 명이 있었다. 유족회 측은 마구잡이 학살로 형무소를 포함해 진주 일대에서만 최소 2000여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재판부 역시 잇달아 희생자 유족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주 경남지역 국민보도연맹 사건 관련 피해 유족 44명이 제기한 소송도 원고 승소였다.
법무부가 항소할지도 관심사다. 진주형무소 재소자 사건 원고 측의 법률대리인인 김형일(법무법인 믿음) 변호사는 "피고 측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위자료 청구 금액이 다 인용됐다"라며 "국가가 과거의 폭력, 잘못을 인정한다면 항소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